서명석·전병조 이어 서유석도 출마···나재철 현 회장도 연임 도전 유력
과반득표 없을시 1, 2위간 결선투표···후보간 합종연횡 및 표쏠림 가능성도
60%→70%로 높아진 협회비 가중치···대형 증권사 영향력 한층 강화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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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e=이승용 기자] 제6대 금융투자협회장 선거가 사실상 4파전 구도로 형성되고 있다.

서명석 전 유안타증권 사장과 전병조 전 KB증권 사장이 일찍 출마를 공식화한 가운데, 서유석 전 미래에셋자산운용 사장도 뒤늦게 출마를 공식화했다. 여기에 현 나재철 금융투자협회장 역시 연임에 도전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압도적인 우세 후보가 없기에 지난 2012년 이후 10년 만에 1, 2위 후보간 결선투표가 진행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결선투표시 후보간 대진표에 따라 합종연횡 및 표쏠림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도 제기된다. 여기에 영향력이 큰 대형증권사들의 이해관계가 엇갈린다면 이번 선거의 판도는 한층 복잡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 서명석·전병조·서유석·나재철 ‘4인4색’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투자협회는 조만간 이사회를 열고 제 6대 금융투자협회장 선출을 위한 후보추천위원회 구성 및 일정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나재철 현 5대 금융투자협회장의 임기는 올해 말까지다. 내년부터 임기를 수행할 차기 금융투자협회장 자리를 놓고 현재 출마를 공식화한 후보는 서명석 전 유안타증권 사장, 전병조 전 KB증권 사장, 서유석 전 미래에셋자산운용 사장 등 3명이다.

서명석 전 사장은 1986년 동양증권에 입사해 리서치센터 센터장, 경영기획부문장 등을 거치고 2013년 최초의 리서치센터장 출신 대표에 올랐다. 그는 특히 2013년 '동양사태' 당시 유안타그룹을 찾아가 회사를 인수하게 만든 인물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전병조 전 사장은 행정고시 29회 출신으로 재정경제부와 기획재정부 등에서 공직을 이어오다 2008년 NH투자증권 IB부문 전무로 입사했다. 이후 KDB대우증권 IB부문 대표, KB투자증권 대표 등을 거쳤고 2017년 KB금융이 현대증권을 인수한 이후 출범한 KB증권에서 윤경은 대표와 각자대표를 맡았다.

서유석 전 사장은 대한투자신탁(현 하나증권)을 시작으로 1999년 미래에셋증권에서 경력을 쌓았고 2011년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 사장에 임명됐다. 2012년에는 미래에셋자산운용 상장지수펀드(ETF) 부문 대표를 맡았고 2016년부터는 미래에셋자산운용 대표에 올라 5년간 회사를 이끌었다.

출마를 공식화한 3명의 후보 외에 나재철 현 금융투자협회장도 사실상 출마가 유력하다. 나재철 회장의 경우 연임 도전시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 도입, 대체거래소(ATS) 설립 추진 등의 업적을 내세울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현직프리미엄까지 있기에 가장 강력한 후보로 평가받고 있다.

다만 지난 선거에서 내걸었던 단임 선언에 대한 파기 논란과 역대 금융투자협회장의 연임 전례가 없었던 점은 나 회장의 연임 명분을 약화시키는 요인이다. 여기에 정권 교체 이후 임명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라임사태 등 사모펀드를 정조준하면서 대신증권 사장 시절 라임사태 책임론이 다시 발목을 잡고 있다는 평가다. 나 회장의 경우 지난해 11월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에서 직무정지 중징계 결정이 아직 최종적으로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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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선투표 가능성도···대형증권사 영향력↑

당초 가장 강력한 차기 금융투자협회장 후보는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부회장으로 관측됐다. 하지만 유 부회장은 지난달 27일 불출마를 선언했다. 유 부회장의 불출마 선언으로 이번 금융투자협회장 선거에서 특정후보가 과반 득표에 실패하고 1, 2위간 결선투표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장 선거에서 결선투표가 이뤄졌던 경우는 지난 2012년 제2대 금융투자협회장 선거가 유일하다. 추대로 선출된 황건호 초대 금융투자협회장의 임기만료를 앞두고 진행된 당시 선거에서 박종수 전 우리투자증권 사장과 옛 재정경제부 출신 최경수 현대증권 사장은 유력후보로서 민(民)과 관(官)의 대결로 주목을 받았다.

당시 1차 투표결과 박종수 후보는 43.2%, 최경수 후보는 33.2%를 받았고 김성태 전 대우증권 사장이 21.16%를 받았다. 이후 진행된 결선투표에서 박종수 후보가 59.52%의 득표율로 제2대 금융투자협회장으로 선출됐다.

이번 제6대 금융투자협회장 선거에서도 2012년처럼 결선투표가 진행된다면 1, 2위간 대진표에 따라 후보간 합종연횡 및 특정후보로 표쏠림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나온다.

2012년 당시 박종수 후보는 결선투표에서 제외된 김성태 후보의 표를 사실상 대부분 흡수했다. 이는 민(民) 출신인 김 후보의 표가 결선투표에서 박 후보로 쏠렸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에서도 마찬가지로 1, 2위 후보간 대진표에 따라 3, 4위를 차지한 후보들의 표가 특정후보에게 쏠릴 가능성이 있다. 후보간 대진표에 따라 ‘정권교체’, ‘민관대결’, ‘증권사 vs 운용사’ 등 다양한 구도가 가능하며 후보간 합종연횡도 예상할 수 있다.

다만 이번 금융투자협회장 선거부터는 협회비 납부에 따른 차등의결권이 한층 강화됐다는 점이 변수로 꼽힌다. 금투협 정회원사는 증권사 59곳, 자산운용사 299곳, 선물회사 4곳, 부동산신탁회사 14곳 등 총 376곳인데 이전까지는 전체 투표수의 40%는 균등투표였고 60%는 협회비 납부액에 따른 차등의결권이 적용됐다. 하지만 이번 선거부터는 차등의결권의 비중이 70%로 높아진다.

차등의결권 비중이 높아지면서 대형증권사들의 영향력이 한층 커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대형증권사들간 미묘한 경쟁심리도 있는 탓에 선거 결과 예상은 한층 복잡해졌다는 평가다.

이러한 역학관계 때문에 그동안 금융투자협회장은 대형증권사 출신이 아닌 중형증권사 출신이 상대적으로 더 유리했다는 시선도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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