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와 달리 게임 이용자 권익 높아지는 현상
매출순위·주가에 타격···사태 장기화는 부담될 듯

카카오게임즈가 위치한 알파돔 타워를 도는 시위 마차. / 사진= 이하은 기자
카카오게임즈가 위치한 알파돔 타워를 도는 시위 마차. / 사진= 이하은 기자

[시사저널e=이하은 기자] ‘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 이용자들과 ‘리니지2M’ 이용자들이 각각 회사에 소송을 제기하는 동시에 연대행동에 나서면서 사태가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이들 행동이 게임사 주가뿐만 아니라 매출에도 영향을 미치며 위상이 확대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21일 카카오게임즈 ‘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 이용자들은 법무법인 LKB 앤 파트너스를 선임하고 카카오게임즈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환불 소송에 참여한 우마무스메 이용자는 7000명 이상으로 환불액수는 약 8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용자측은 오는 23일 소송을 접수할 계획이다. 

우마무스메 이용자측은 이날 서명문을 발표하고 “회사측에 19일까지 대책안을 제시할 것을 요구했으나 답변이 없었다”며 “이용자들이 납득할 수 있는 게임 정상화 대책과 보상안을 제시하면 다시한번 이용자들의 입장을 청취해 소송 방향을 정하겠다”고 말했다.

엔씨소프트 역시 이용자들의 소송에 직면했다. 리니지2M 이용자들은 법무법인 부산을 선임하고 늦어도 23일까지 민사소송을 제기한다고 전했다. 환불소송이 아닌 손해배상으로 진행하며 요구액수는 5000만~8000만원 사이로 예상된다. 소송에 참여한 이용자는 396명이다. 

리니지 이용자측은 “피해 보상을 받는 게 목적이 아니라 판결 결과를 기반으로 차후 행동을 준비하기 위한 것”이라며 “처음엔 피해보상 1원짜리 소송을 진행하려 했지만, 판결 이유를 확인하기 위해 소송액수를 상향했다”고 설명했다. 

◇ 게임 이용자 위상 높아져···개발뿐 아니라 운영 중요

우마무스메 이용자들과 리니지 이용자들은 연대를 예고하면서 사태가 새로운 국면으로 들어설 전망이다. 이들은 정보교류부터, 연합행동, 입법화까지 협업할 계획이다. 초기엔 별점테러·트럭시위 등으로 시작했지만 이제는 소비자 권익 보호 운동으로 발전하고 있다. 

우마무스메 이용자 측은 서명문에서 “서로 다른 게임을 플레이 하고 있지만, 소비자로서 게임업계에 만연한 여러 문제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했다”며 “단순히 소송 진행사항과 노하우 공유를 넘어 ‘게임 이용자 권익 보호’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재발하지 않도록 안전장치를 마련하기로 결의했다”고 전했다.

게임 이용자들이 소비자의 권리를 높이기 위해 나서면서 위상이 달라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과거 게임회사가 일방적으로 제공한 게임서비스를 이용자가 즐기는 것에서 나아가 서비스 방식이나 콘텐츠에 대해 적극적으로 요구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김영진 청강문화산업대 게임콘텐츠스쿨 교수는 “최근에는 아예 이용자들의 행동이 게임 매출뿐만 아니라 주가까지도 영향을 주고 있는 상황”이라며 “과거 게임사 중심으로 흘러갔던 게임 시장이 다른 시장과 비슷하게 사용자들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현상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게임을 만드는 것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업데이트나 운영 등 상호작용하는 것들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덧붙였다. 또 김 교수는 “최근에 MZ세대의 정치적인 목소리가 커지면서 정치권이 이에 편승하려는 움직임이 보인다”며 “일시적 관심에서 그치지 말고 게임산업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지원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엔씨소프트 앞에 주차된 시위트럭/사진= 스트리머 여포 유튜브 채널
엔씨소프트 앞에 주차된 시위트럭/사진= 스트리머 여포 유튜브 채널

◇ 충성 이용자층 단체행동에···사태 장기화

앞서 우마무스메 이용자들은 일본 서버와의 운영 차별에 반발해 카카오게임즈 사옥 인근에서 마차시위를 진행했다. 사태수습을 위해 카카오게임즈는 지난 17일 간담회를 개최하며 소통에 나섰다. 간담회는 8시간이 넘게 진행됐지만, 갈등 봉합엔 실패했다. 카카오게임즈가 환불 요구에 확답을 주지 않자 이용자들은 집단 환불 소송을 선언했다.

부정적인 흐름이 이어지면서 카카오게임즈의 매출과 주가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21일 기준 우마무스메는 구글플레이 매출 순위에서 15위를 기록했다. 지난달 20일 3위를 기록했지만, 12계단 하락했다. 카카오게임즈의 21일 종가는 지난 19일(5만5400원) 대비 17.3% 하락한 4만5800원을 기록했다. 

이번 사태가 장기화한다면 카카오게임즈의 부담은 커질 전망이다. 우마무스메는 서브컬처(비주류) 장르 특성상 매니아층이 형성돼 있기 때문에 1인당 과금액 및 재접속률이 높은게 특징이다. 카카오게임즈는 ‘오딘’의 매출 의존도에서 벗어나 하반기 매출을 견인할 카드로 우마무스메를 선보였다. 그러나 7000명이 넘는 이용자가 소송에 참여하면서 실적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된다. 

엔씨소프트 역시 사태는 장기화될 전망이다. 앞서 엔씨소프트는 리니지2M의 경우 프로모션을 진행하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사실상 광고비를 지급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 이용자의 반발을 샀다. 

게임사가 특정 유튜버에게만 광고비를 지급할 경우 일반 이용자들은 후원 받은 유튜버를 이기기 위해 돈을 더 쓰게 되기 때문이다. 리니지2M은 30~40대가 주요 고객층으로 이용자 변동이 잦지 않고 높은 과금을 하는 것이 특징이다. 

개발진의 사과 영상에도 불구하고 이용자들은 지난 19일 10대의 시위트럭을 엔씨소프트 사옥 앞으로 보냈다. 동시에 소송을 비롯해 우마무스메 이용자와 연대해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용자측은 “소송에 참여한 이용자들은 과거고객이자 미래고객이기도 하다”며 “소송은 시발점이며, 장기 프로젝트로 기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