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는 IPO 시장···상장 철회하는 것도 방법
상장 못하면 작년 유치한 투자금 자본 인정 못받아
올해 대출 크게 늘려···자본비율 문제 발생 가능성

케이뱅크 서울 사옥 전경 / 사진=케이뱅크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올해 기업공개(IPO) ‘대어’로 평가받던 쏘카가 흥행에 실패하면서 케이뱅크의 고민은 깊어지는 분위기다. 최근 주식시장 부진을 고려하면 케이뱅크도 상장 철회를 충분히 고려할 만하다. 하지만 지난해 유상증자 당시 투자자들과 맺은 주주간계약으로 인해 상장을 하지 않으면 자본비율 여력이 쪼그라들어 영업에 차질을 빚을 수 있기에 계획을 미루기도 어려운 상황이란 평가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케이뱅크는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올해 말에 마무리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케이뱅크는 올 초 상장 대표 주관사로 NH투자증권, 씨티증권, JP모건을 선정했다. 지난 6월 말엔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에 예비심사신청서를 냈다.

그런데 IPO에 대한 전망은 더 불투명해졌다. 올해 케이뱅크와 함께 인터넷 플랫폼 기업 중 대어로 꼽히던 쏘카가 상장을 앞두고 수요예측에서 흥행 참패를 맛봤기 때문이다. 쏘카는 아쉬움을 뒤로 하고 당초 희망공모가범위(3만4000~4만5000원)보다 낮은 2만8000원에 공모가를 정해 상장을 마무리하기로 했다. 증권가에선 케이뱅크를 비롯한 컬리, 바이오노트, 골프존카운티 등 상장예비심사를 받고 있는 기업들도 차질을 빚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지난 2년 간 타오르던 IPO 시장은 올해 차갑게 식었다. 현대엔지니어링, SK쉴더스, 원스토어, 태림페이퍼, 교보생명, 현대오일뱅크, CJ올리브영 등이 코스피 상장에 도전했지만 계획을 미뤘다. 이달 1일 올해 유가증권시장에 두 번째로 상장한 수산인더스트리도 겨우 성공했다.

하지만 케이뱅크가 상장을 선뜻 철회하긴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해 유상증자로 투자자들로부터 받은 투자금 1조2500억원 가운데 7250억원은 상장을 해야 자기자본으로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증자 당시 케이뱅크의 최대 주주인 BC카드와 맺은 주주간계약을 이유로 해당 금액을 자기자본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이 계약에는 케이뱅크가 2026년까지 상장하지 못하면 BC카드가 투자자들의 지분을 매입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진다. 당국은 이 조건을 해소해야 순수자본으로 인정된다고 봤다. 

자료=케이뱅크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투자금을 자본으로 인정받지 못하면서 케이뱅크의 국제결제은행(BIS)자기자본비율도 올해 3월 말 기준 17.31%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인터넷은행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이다. 규제치(8%) 대비 아직 여유가 있지만 인터넷은행의 자본 규모 자체가 크지 않다는 점이 문제다. 대출자산이 불어나면 지표가 크게 하락할 수 있다.

실제로 케이뱅크는 올해 대출자산을 크게 불려 BIS비율의 여력이 대폭 감소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7월 말 기준 케이뱅크가 내준 대출 잔액은 9조1600억원으로 작년 말 대비 29% 급증했다. 같은 기간 대형 시중은행이 10조원 넘게 감소한 것과 대조적이다. 카카오뱅크의 증가율도 크게 뛰어넘는 수준이다. 가계대출 시장이 크게 위축된 가운데 공격적으로 대출 영업을 이어온 결과다. 

케이뱅크는 이전에 자본비율 하락으로 15개월 동안 정상적인 영업을 하지 못한 바 있다. 지난 2019년 기존 대주주였던 KT가 케이뱅크에 투자금 5900억원을 투입하기로 결정했지만 대주주적격성 문제로 좌절됐기 때문이다. 그 결과 케이뱅크는 BIS비율이 크게 하락해 여신 사업을 사실상 중단했다. 그러다 지난해 가까스로 대주주가 BC카드로 바뀌고 투자금도 유치해 적극적으로 사업을 할 수 있었다.
 
케이뱅크가 여·수신사업 ‘드라이브’를 멈추지 않는 것도 IPO를 강행할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케이뱅크는 이달 아파트담보대출(아담대), 전세대출 금리를 각각 최대 0.18%포인트, 0.28%포인트 낮췄다. 이미 케이뱅크의 두 대출상품 금리는 은행권에서 낮은 수준을 기록했지만 이번에 추가로 인하했다. 또 적금 상품과 파킹통장 ‘플러스박스’ 금리를 각각 최대 0.6%포인트, 0.8%포인트 올렸다. 

금융권 관계자는 “케이뱅크는 올해 상반기에도 호실적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라며 “주식시장이 부진에 빠졌지만 기업의 수익성이 개선되고 있는 만큼 IPO는 일단 계속 밀어붙일 것으로 전망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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