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매시장 거래량 급감·증여거래 증가·수수료율 개편으로 경영난 호소
임대차 시장서도 계약갱신청구권 행사 증가로 복비 대폭 감소

서울의 한 공인중개업소에 매물 정보를 알리는 전단지가 붙어 있다. / 사진=연합뉴스
서울의 한 공인중개업소에 매물을 알리는 전단지가 붙어 있다.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노경은 기자] 올 들어 주택 거래량이 수직 낙하하면서 공인중개업소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정부의 중개수수료율 인하로 가뜩이나 수익성 하락이 우려됐는데, 올 들어 거래량 급감을 비롯해 중개업소 운영을 둘러싼 제반환경이 악화되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치명타를 입은 영향이다.

21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거래건수는 1011건으로 집계됐다. 서울 전역에서 하루 평균 매매거래가 50건 성사에 그친 수준이다. 아직 매매거래 신고기한이 남긴 했지만 이정도 추세라면 금융위기 시절 거래량과 유사할 것으로 보인다. 리먼브라더스가 파산을 신청한 지난 2008년 9월 이후 최저거래량을 찍은 시점인 2008년 11월 매매량은 1344건(일평균 거래량 45건)이었다.

이처럼 지난해 대비 부동산 거래량이 급감하면서 상당수 공인중개업소는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를 이어오고 있다. 불황은 정부의 수수료율 조정에서부터 시작됐다. 지난 수년 간 집값이 고공행진 하면서 이른바 복비라 불리는 수수료가 과도하게 높아지자 정부는 수수료율을 조정하기에 이르렀다. 매매금액 구간별로 요율이 다르지만 기존에 수수료율이 0.5~0.9%이던 게 지난해 11월 19일 이후로 0.4~0.7%로 전반적으로 낮아졌다.

예를 들어 서울에서 시세 10억원의 아파트를 매매할 경우 기존에는 900만원의 중개수수료를 부담한 반면 지금은 500만원으로 절반 가까이 줄어들게 된 것이다. 요율도 낮아졌지만 급매물 출현으로 시세가 하향 조정되기도 했다. 같은 기간 전월세 계약 수수료율도 낮아졌긴 마찬가지다.

성사된 거래로 받는 요율도 낮아졌지만 올 해 들어서면서는 거래 한파가 시작되며 운영 환경은 더욱 어려워졌다. 수치상 매매거래 성사도 급감했는데 개중엔 공인중개업소를 통하지 않은 가족 간의 증여거래 경우도 포함돼 있다. 서울 아파트 증여 건수는 지난 5월 기준 830건으로, 관련 통계가 작성된 이래 지난해 7월(1286건) 이후 가장 많은 수치를 기록했다. 가족 간 증여거래 비중은 다주택자 규제를 피하기 위한 이들로 인해 꾸준히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임대차 시장에서도 수익을 챙기기 어려워졌기는 마찬가지다.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하는 경우가 늘어서다.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해 전월세 계약을 연장하는 대필 건에 대한 정해진 비용은 없다. 일반적으로 임대인과 임차인이 각각 5만원 씩 지불해 중개사에게 총 10만원 가량 정산하는 게 관행처럼 자리 잡고 있을 뿐이다.

다만 이 같은 경영악화 환경에도 불구하고 폐업건수가 증가하지는 않았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통계를 보면 올해 1~5월 전국 공인중개사 폐업은 총 4157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폐업(4791건)에 비해 되레 감소한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먹고 살만해서가 아니라 버티기라고 분위기를 전한다. 서울 노원구 중계동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중개보조원 급여를 주는 것 조차 부담스러운 상황이지만 폐업한다고 특별히 할 수 있는 게 없으니 새 정부의 대출 및 규제완화 기조로 주택경기가 풀리기만을 기다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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