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조문 정국 계기 양국 관계 개선 관심···강제징용 문제 변수
“탑다운 대신 민간 협력 강화해야···우크라 전쟁, 협력 필요성 증대”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주한일본대사관 공보문화원에 마련된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 분향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주한일본대사관 공보문화원에 마련된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 분향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정부와 정치권이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 조문에 적극 나서면서 한일관계 개선의 물꼬가 트일 수 있을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양국간 접점 도출이 가장 큰 변수란 분석과 함께 탑다운식이 아닌 정부 실무선이나 민간을 중심으로 협력의 고리를 만들어 나갈 필요가 있단 조언이 나온다. 최근 물가 불안의 한 축인 공급망 문제에 있어 한일간 경제 협력이 해법이 될 수 있고 일본의 기반기술을 적극 활용해 새로운 성장 먹거리를 만들어 낼 수 있단 분석도 제기된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총격을 받아 숨지면서 조문 정국이 펼쳐지고 있다. 이날 윤석열 대통령이 빈소가 마련된 주한일본대사관을 직접 방문해 조문했다. 김진표 국회의장과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도 각각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향후 한덕수 국무총리와 국회 중진 의원들로 구성된 대통령 특사 성격의 조문 사절단을 일본에 파견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외교부 관계자는 “일본측에서 조문 계획을 수립해 우리 측에 통보해줘야 우리가 거기에 맞춰 대표단을 파견할 수 있다”며 “아직은 일본측 계획이 접수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조문단 파견을 계기로 한일관계 개선에 대한 양국 당국자 간 의견 교환이 이뤄질지 주목된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이후 한일관계 개선에 적극적 자세를 보여왔으나 일본은 소극적인 입장을 유지해왔다. 

현 정부가 한일관계 개선에 적극적이란 부분이 관계개선의 토대가 되겠지만 우리가 일방적으로 개선하겠다고 해서 성사되는 게 아니란 지적이 나온다. 기시다 내각은 양국관계 개선의 해답을 우리 정부가 가져와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강제징용 관련 대법원 판결과 위안부 문제에 대해 납득할만한 대안을 가져오라는 것이다. 

김규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수출규제 문제가 관계개선에 걸림돌이 되진 않겠지만 강제징용 대법원 판결 문제에 대해 정부가 어떻게 대안을 마련할 지에 대한 내부 조종컨센선스가 가장 중요한 변수”라며 “조문이나 한일정상회담을 통해 외교상 양국간 정상화가 되더라도 경제를 포괄한 관계개선 측면에서는 우리 정부가 해야 할 일이 많다”고 말했다.

최은미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대일관계에 있어 양국 정부 고위급이 만나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는 탑다운식 접근보다는 정부 실무선이나 기업이나 경제단체 등 민간이 주도해 얽힌 문제를 해결해 나가려는 방향이 바람직하다”며 “아베 총리 사건으로 당분간 일본 내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강제 징용문제나 위안부 문제에 있어 일본이 기존 입장을 바꿀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경제 부문에서도 전 정부 때 시작된 일본의 규제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19년부터 일본은 우리나라를 대상으로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등에 사용되는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반도체 기판에 사용되는 감광제 리지스트, 반도체 세정에 사용되는 불화수소 등 3개 품목에 대한 수출 관리를 강화했고, 수출우대국 리스트에서도 제외했다. 이외에도 양국간 경색 국면으로 양국 민간 경제단체간 교류도 크게 위축됐다. 

일본과 경제교류 단절이 우리 경제에 미친 영향은 제한적이고 피해도 예상보다 크진 않았단 분석이 나온다. 일본의 수출규제 이후 정부는 타격이 예상됐던 소부장 자립에 정책 역량을 집중해 왔고, 실제 성과도 상당부분 있었다는 평가다. 

그러나 여전히 소부장 기술은 여전히 일본이 세계 최고 수준이고, 우리나라 입장에서 양국간 협력으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부분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는 상황이다.

김 위원은 “한일관계는 다른 국가와 비교했을 때 자유무역협정이 체결돼 있지 않기에 소비재가 아닌 중간재 교역이 주를 이룬다. 그래서 공급망이 중요하다”며 “양국 관계가 개선되면 우리 기업들이 부품이나 소재, 기계 장치를 수입하는 비중이 높다보니 공급망 차원에서 큰 도움이 된다. 우리나라 산업 입장에서 봤을 때 망이 중요한데 중간재 조달이 원할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심상렬 광운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한일간 관계개선 시 정치적 목적으로 서로 불편하게 했던 조치들을 풀면서 산업용 로봇이나 반도체 부분, 새로운 산업 분야에 있어 협력을 기대할 수 있다”며 “일본의 강점인 소부장 분야를 우리가 활용할 수 있고 우리의 응용기술과 일본의 기반 기술을 접목한다면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전세계적인 변곡점이 생기면서 한일간 공동대응의 필요성도 커졌다”며 “서로 불편한 관계를 해소해야 할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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