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금지 목소리 높아지고 있지만 금융당국은 ‘침묵’
기울어진 운동장 아니라면 전면 확대 안할 이유도 없어
내부적으로 기울어진 운동장 인정하고 있다는 추론 가능

[시사저널e=이승용 기자]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에 국내 증시가 끝없는 침체에 빠지고 있다. 4일 코스피는 장중 2276.63을 기록하며 연저점을 경신했다. 막판 매수세에 2300.34으로 장을 마치며 겨우 2300선을 지켰지만 향후 주가가 더 하락할 것으로 보는 시선이 우세하다. 종가 기준으로는 1일에 이어 이날도 연저점을 경신했다.

개인투자자들은 공매도 금지에 소극적인 정부와 금융당국에 불만이 쌓여가고 있다. 동학개미들에게 공매도 금지 효과는 기억으로 뚜렷하게 남아있다. 코로나19사태로 증시가 급락하자 금융위원회는 2020년 3월 16일부터 지난해 5월 2일까지 한시적으로 공매도 금지 조치를 시행했다. 이후 증시는 급등했고 지난해 5월부터는 코스피 200·코스닥 150종목에 대해 공매도가 부분 재개됐다.

정확한 인과관계를 증명하기는 쉽지 않지만 공매도 재개 이후 국내 증시가 하락세로 돌아서면서 많은 동학개미들은 공매도가 지난 1년 동안 증시가 급락하게 된 중요 원인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최근 국내 증시 하락폭이 더욱 커지면서 공매도 금지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있다. 지난달 국내 증시 하락률은 전 세계 주요국 가운데 가장 크다.

특히 외국인들이 대거 국내 증시를 떠나고 있다. 지난달 외국인은 코스피에서 무려 5조6700억원가량을 순매도했다. 외국인들 입장에서는 환율 급등으로 원화값이 추락하고 있기에 국내 주식을 들고만 있어도 손해다. 이를 만회하려고 결국 선물을 매도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이런 외국인들에게 공매도는 최고의 수단이다.

개인투자자들은 그동안 공매도가 외국인과 기관에 지나치게 유리한 제도라고 불만을 표해왔다. 현재 개인투자자 담보비율은 140%인데 기관·외국인은 105%에 불과하다. 공매도 상환기한은 90일이지만 외국인과 기관은 사실상 무기한 연장이 가능하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공식적으로 공매도가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개인투자자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기자들에게 공매도 금지와 관련해 신중한 입장을 드러내기도 했다.

대신 금융당국은 이날부터 공매도 특별점검에 나서고 있다. 증시 안정을 위해 이날부터 9월 30일까지 3개월간 증시 급락에 따른 신용융자 반대매매 급증 우려를 완화하기 위한 차원에서 증권사의 신용융자담보비율 유지의무도 면제했다.

뭔가 어정쩡한 대응이다. 금융당국이 ‘기울어진 운동장’ 이론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현재 코스피200지수와 코스닥 150지수에 한해서만 제한적인 공매도를 실시할 이유가 없다.

정부는 MSCI 선진국지수 편입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MSCI는 우리나라가 현재 제한적으로 공매도를 실시하고 있는 것에 대해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 9일 국내 증시에 대해서도 공매도 전면 허용이 없다는 지적을 내놓았고 결국 지난 23일 발표한 시장 재분류에서도 우리나라를 선진국지수 후보로 편입하지 않았다.

MSCI로부터 선진국지수 편입 후보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국내 증시는 공매도를 모든 종목으로 확대해야 한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무슨 이유인지 전면 확대도 아니고, 전면 금지도 아닌 어정쩡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결국 금융당국이 내부적으로는 현재 공매도 시스템이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지만 MSCI 등으로부터 더 큰 불이익을 피하기 위해 제한적으로나마 공매도를 재개했다는 추론 외에는 이 같은 상황을 설명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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