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사태로 '고부가가치' LNG 운반선 발주 크게 늘어
후판 가격 상승은 부담···여전한 인력난도 숙제

LNG 운반선. / 사진=대우조선해양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액화천연가스(LNG) 수요가 크게 늘면서 국내 조선업계의 LNG 운반선의 수주도 급증하고 있다. LNG 운반선은 대표적인 고부가가치 선박인데다가 최근 가격 자체도 오르고 있어 국내 조선업계의 수익성 향상에 대한 기대가 커진다.

다만 후판(두께 6㎜ 이상의 두꺼운 철판) 가격이 상승하고 있고 조선업계의 고질병인 '인력난'도 해결되지 않고 있어 실제로 수익성이 개선될지는 불투명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3일 영국의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전 세계 LNG 운반선 발주량은 총 767만8585CGT(표준선 환산톤수·89척)로, 지난해 같은 기간(148만6795CGT·18척)과 비교해 416% 크게 늘었다.

이 가운데 한국은 544만4931CGT(63척)를 수주했다. 작년 같은 기간 LNG 운반선 수주량(143만3562GGT, 17척)보다 280%가량 급증한 실적이다. 이에 한국은 올 상반기 71%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LNG 운반선은 선박 가격이 가장 높은 고부가가치 선박이다. 한국이 시장을 독점하다시피해 '효자' 선종으로 평가받는다. LNG 운반선은 영하 163도 이하로 온도를 유지하고 기체로 소실되는 양을 최소한으로 하는 것이 핵심인데, 이 기술은 한국이 가장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LNG 운반선의 수요가 늘고 있는 이유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가 꼽힌다. 미국에 이어 천연가스 생산량 2위인 러시아는 그동안 파이프라인을 통해 유럽에 천연가스를 공급해왔다. 하지만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위해 유럽 국가들이 천연가스 수입처 다변화에 나서면서 LNG운반선의 발주도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유럽 국가들이 움직이자 세계 최대 LNG생산국인 카타르도 발주를 본격화하고 있다. 카타르의 국영 석유회사 카타르에너지는 2020년 6월 한국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조선 3사와 100척이 넘는 LNG 운반선 건조 슬롯 계약을 체결했다.

슬롯 계약은 신조(새 선박)용 도크(건조공간)를 미리 선점하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이 계약이 최근 실제 수주로 이어지고 있다. ‘카타르 프로젝트’로 하반기에도 국내 조선사의 수주량은 계속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조선·해운 전문매체 트레이드윈즈에 따르면 카타르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한국조선해양은 조만간 노르웨이 해운사 크누센, 일본 해운사 NYK 라인으로부터 LNG 운반선 8척, 7척을 각각 수주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LNG 운반선의 가격도 오르고 있어 한국 조선업계의 수익성을 끌어올릴 것이란 기대가 커진다. 17만4000CBM(㎥)급 LNG 운반선의 가격은 지난달 말 기준 2억3100만달러(약 2998억원)으로 2년 전(1억8600만달러)과 비교해 약 4500만달러(약 584억원) 상승했다. 최근 한국조선해양이 수주한 LNG선의 척당 단가는 2억4000만달러(약 3115억)에 이른다.

다만 건조 비용의 20%가량을 차지하는 후판 가격이 1∼2년새 크게 올라 수익성 향상을 확신할 수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후판가는 지난해 상반기와 하반기에 이어 올해 상반기까지 3차례 연속 올랐다. 그 결과 현재는 작년의 2배 수준인 톤(t)당 120만원까지 상승했다. 

이와 함께 조선업계가 여전히 인력난을 겪는 점도 문제다. 인력 부족 현상이 이어질수록 인건비도 올라 수익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에 따르면 사내 협력사를 포함한 국내 조선소 인력은 2014년 말 20만3441명에서 지난해 말 9만2687명으로 7년 동안 54% 감소했다. 

여기에 가파르게 오르는 물가는 인건비 증가를 부채질 할 수 있단 가능성도 제기된다. 유재선 하나증권 연구원은 "최근 진행 중인 인플레이션은 원자재 가격에서 출발해 노동시장의 임금 상승까지 이어질 개연성이 높다"라며 "앞으로 고정비 성격의 인건비 증가를 경계해야 할 시기가 다가올 여지가 크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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