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벨 생수 출시된지 2년 가까이 됐지만···묶음판매로만 판매돼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올해 유통업계에서는 ‘무라벨’이 대세로 자리잡았다. 친환경을 내세워 요거트, 커피, 생수까지 용기 겉면의 비닐 포장재를 없앤 무라벨 제품이 늘고 있다. 분리수거까지 쉬워 무라벨 제품은 특히 1인가구에게 주목을 받았지만, 제품 정보에 취약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친환경은 미닝아웃 소비(구매를 통해 자신의 신념을 표출하는 소비 행태)를 추구하는 MZ세대들의 관심으로 유행처럼 번졌고, ESG경영을 유행어처럼 외쳤던 기업에게는 상품 제작 과정 중 필수로 자리잡았다. 이제는 편의점에서 캔 음료를 구매할 때도 용기 겉면에 프린트된 문구가 화려하게 느껴질정도다.

실제 무라벨 제품 인기도 상승하고 있다. 지난 2020년 1월 처음으로 무라벨 생수 ‘아이시스 에코’를 출시한 롯데칠성음료는 지난해 무라벨 생수 판매량이 2억9000만개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1670% 증가한 규모다. 제주삼다수 무라벨 제품 ‘제주삼다수 그린’ 역시 지난해 9월 전체 매출의 20%가량을 차지했지만 연말에는 30%까지 올랐다.

그러던 중 문득 ‘무라벨 생수는 과연 친환경인가’라는 의문이 생겼다. 무라벨 생수는 삼다수, 아이시스와 같은 유명 브랜드가 아닌 생수 브랜드 입장에서는 새로운 기회로 여겨진다. 브랜드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었던 라벨이 사라져 가격 경쟁력으로 매출을 올릴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다만 친환경 마케팅이라지만 생수는 제품 정보(제조사·용량·영양정보 등)를 의무적으로 표기해야하는 규정이 있다. 현재 식약처 규정상 음료는 상품명, 유통기한, 영양성분을 표기해야 오프라인 판매가 가능하다.

이로써 무라벨 생수지만 묶음 형태로, 묶음 포장재에 관련 정보를 표기하는 방식으로 판매하고 있다. 소용량 낱개 상품 역시 소형 라벨로 정보를 표기하고 있다. 결국 낱개로는 무라벨 생수를 구매할 수 없는 것이다.

무라벨 생수가 출시된지는 2년여 가까이 됐지만 생수 제조업체 상황은 2년 전과 동일하다. 여전히 생수 제조업체는 묶음 형태로만 무라벨 생수를 판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현재 환경부와 식약처는 QR코드로 식품 표시를 제공하는 범위를 확대할 수 있도록 업계 의견을 반영해 검토하고 있다. 무라벨 생수를 낱개로 판매해 진정한 친환경 마케팅을 펴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친환경과 무라벨 사이 불편함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소비자에게 제품 정보를 제공하고 친환경을 챙기기까지는 갈 길이 멀다.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결국 정부, 업계, 소비자가 머리를 맞대야할 필요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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