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입은행장 출신 잇따라 금융위원장·국무조정실장 등 장관급 인사 중용
큰 이변 없는 한 기재부 인사로 임명 전망···최종 인선까지 오랜 시간 안 걸릴 것
낙하산 논란에 잡음 배제 못해, 기존 선례 타산지석 삼아 내부 승진 가능성도 고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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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e=김태영 기자] 방문규 전 한국수출입은행장이 국무총리실 국무조정실장에 임명되면서 공석이 된 수출입은행장 인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과거 수출입은행장들이 연달아 금융위원장 또는 장관급 인사로 중용되는 등 그 위상이 어느 때보다 높아지면서 금융당국 전·현직 유력인사들을 중심으로 하마평이 본격화되고 있는 양상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수출입은행은 방문규 전 행장이 국무조정실장으로 발탁되면서 권우석 전무이사(수석부행장)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 중이다. 정부의 차기 수장 인선 작업이 본격화될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관료 출신 인사들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현재 강석훈 신임 KDB산업은행 회장이 열흘 넘게 출근 하지 못하고 있는 점을 타산지석 삼아 내부 승진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임 수장들이 모두 정부 요직으로 이동하면서 수출입은행장은 단순 국책은행장이 아닌 고위직으로 가는 등용문으로 여겨지고 있다. 지난 2008년 7월 취임한 진동수 전 행장은 1년 5개월 뒤인 2009년 1월 금융위원장에 내정됐다. 이어 2017년 취임한 최종구 전 행장은 불과 4개월 만에, 후임자 은성수 전 행장은 약 2년 만에 금융위원장으로 직함을 바꿔달았다. 임기 만료 5개월 앞두고 국무조정실장으로 발탁된 방 전 행장도 그 중 한 명이다.

아직까지 차기 수은 행장에 대해 구체적인 인물이 언급되진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그 동안 기재부 출신 인사들이 오는 것이 관례였다는 점에서 이번에도 큰 이변이 없는 한 기재부 출신 인사가 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 2000년 이후 수은 행장 가운데 관료 출신이 아닌 인물은 2014년 취임한 이덕훈 전 행장이 유일했다. 하지만 우리은행장과 한국은행 금통위 위원을 지낸 이 전 행장 역시 박근혜 전 대통령 대선캠프에 몸담은 이후 수은 행장으로 임명돼 낙하산 논란을 피하지 못했다.

무엇보다 수출입은행장이 정부 고위직으로 가는 관문과 다를 바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차기 행장 자리를 놓고 물밑 경쟁은 치열해지고 있다. 수출입은행장은 기획재정부 장관의 제청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하는데 이미 기재부 장관이 취임한 만큼 최종 인선까지 많은 시간이 걸리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서는 김철주 전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 최희남 전 한국투자공사 사장, 황건일 세계은행 상임이사 등이 거론된다.

먼저 1963년생인 김철주 전 비서관은 청구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조지아주립대학교에서 재정학 석사 학위를 받은 인물이다. 제29회 행정고시로 공직에 입문한 후 재정경제부 종합정책과장과 경제분석과장, 기재부 경제정책국장과 기획조정실장 등을 역임했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으로 몸담았다.

최희남 전 사장도 행정고시 29회 출신이다. 그는 기재부 외화자금과장과 국제금융정책국장, 세계은행(WB) 이사, 국제통화기금(IMF) 이사 등을 역임했고 지난해 5월까지 한국투자공사(KIC)를 이끈 바 있다. 

황건일 이사는 연세대 경제학 학사, 서울대와 미국 오리건대 석사 학위를 받았다. 행시 31회로 공직에 입문해 기재부 국제금융정책국장, 국제경제관리관 등을 맡았다.

내부에서는 내부 승진을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같은 국책은행인 IBK기업은행의 경우 내부 출신들이 은행장에 오른 사례가 몇 차례 나온 만큼 수출입은행도 내부 승진을 통해 사기를 북돋우고 외풍에 흔들리지 않는 기관으로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수출입은행의 성장 기반을 다지고 은행 도약을 위해서는 내부 사정에 훤한 행장이 필요하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업계 관계자는 "수출입은행도 그 동안 낙하산 인사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만큼 이번에도 잡음이 일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내부에서는 깜깜이 밀실 인사를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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