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 노조, 적자 이어지는 상황에서 과한 요구안 조정 필요

[시사저널e=유주엽 기자] 될놈될. 될 사람은 뭘 해도 된다는 의미의 줄임말이다. 때로는 낙관적인 단어로, 때로는 자조 섞인 뜻으로 사용된다. ‘어차피 될놈될이다’라는 말엔 운명에 맡기라는 의미도 담겨있다. 반대로 생각하면 안 될 사람은 뭘 해도 안 된다는 것처럼 해석되기도 한다.

이번 코로나19 상황에서도 될놈될에 대한 재확인이 이뤄졌다. 현대자동차와 기아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 오히려 높은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반면 중견 완성차 3사는 더 어려운 상황을 겪어야 했다.

될놈될 기조는 우리 사회에 전염병처럼 퍼져나가며 은연 중에 절망감을 더하고 있다. 최근 한국GM 노조가 임금협상안으로 강력한 요구를 주장하는 것도 이러한 기조와 맞물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단기적인 이익만을 추구하는 모습에선 회사의 미래를 포기한 것 아닌지 의구심까지 든다.

한국GM은 이번 협상안으로 ▲월 기본급 14만2300원 인상 ▲통상임금의 400%에 해당하는 성과급 지급 ▲정년연장 등을 요구하고 있다. 회사가 수년째 적자를 이어오고 있는 것을 감안했다고 보기 어려운 조건이다.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방법은 당연하게도 원인을 분석하고 해결책을 찾아 실행에 옮기는 일이다. 한 번에 상황이 나아지진 않겠지만 조금씩 개선해나가면 선순환 흐름에 올라탈 수도 있다. 어려운 상황이라고 포기하면 악순환이 반복될 뿐이다.

우선은 본사로부터 신뢰를 얻는 것이 중요하다. 이미 노조문제로 신뢰를 잃은 상황에서 무작정 전기차 생산 물량을 요구하는 것은 설득력이 부족하다. 목표 실적을 선제시하고 이에 대한 달성으로 보상을 요구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선 자조가 아닌 자주정신이 요구된다. 상황도 나쁘지만은 않다. 신형 CUV를 기점으로 분위기 반전을 노려볼 만하다. 신차 출시를 앞둔 중요한 시점에서 단기적인 이익만 취하려고 한다면 나아질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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