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신한은행 등 잇단 횡령 사건에 불거진 금감원 책임론
사후제재보다는 사전예방적 감독에 힘써야

[시사저널e=김희진 기자] 최근 우리은행과 신한은행 등 시중은행에서 횡령 사건이 터지는 등 은행권 내 금융사고가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당국은 사태가 터진 이후에야 사고 원인 및 경위 파악에 나서는 등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보다는 사후약방문에 급급한 모습이 계속되면서 금융당국에 대한 책임론이 제기되고 있다.

금융당국의 책임론이 불거진 시작점은 우리은행 본점에서 발생한 600억원대 횡령 사건이었다. 우리은행 본점에서 근무하던 기업개선부 소속 차장급 직원인 A씨가 지난 2012년부터 2018년까지 회사 자금 약 614억원을 횡령했다. 해당 자금은 옛 대우일렉트로닉스 매각에 참여했던 이란 가전업체 엔텍합에 돌려줘야할 매각 대금의 일부로 알려졌다. 우리은행은 당시 매각을 주관하며 매수자인 엔텍합으로부터 계약금을 받았으나 매매 대금 관련 이견으로 이후 계약이 파기되면서 우리은행은 엔텍합이 납부한 계약금을 별도 계좌에서 관리해왔다. 이 과정에서 A씨가 해당 자금의 일부를 빼돌린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은행의 이번 횡령 사건을 두고 금융권에서는 제1금융권에서 일어날 수 없는 초유의 사건이라고 입을 모은다. 횡령 금액이 클 뿐만 아니라 A씨가 2012년부터 횡령을 시작해 2015년, 2018년 세 차례에 걸쳐 자금을 인출하는 과정에서 1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대규모 횡령을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으로 우리은행의 내부통제 문제가 가장 먼저 도마 위에 올랐으나 일각에서는 우리은행을 비롯한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정기적인 검사를 진행하는 금융감독원이 대규모 횡령 사건을 미리 포착하지 못했다는 점에 대해서도 지적이 잇따랐다. 실제로 금감원은 횡령 사건 발생 기간 동안 우리은행을 대상으로 총 11차례 검사를 진행했으나 이번 거액 횡령 사건은 잡아내지 못했다. 결국 사태가 드러나고 나서야 금감원이 사건 경위 파악을 위해 우리은행 본점에 대한 수시 검사에 착수하면서 뒷북 대응이라는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우리은행 횡령 사고의 여파가 채 가시기도 전에 신한은행에서도 횡령 사고가 뒤이어 발생하면서 금융당국의 관리감독 체계에 대한 비판은 더 거세지고 있다. 신한은행은 우리은행 직원의 횡령 사건 이후 자체 감사를 진행한 결과 부산의 한 영업점 직원이 2억여원의 시재금을 빼돌린 정황을 파악했다. 금융당국이 매해 시중은행에 대한 정기검사를 진행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은행권 내 횡령 사건은 끊이질 않고 있는 셈이다.

자금 관리가 가장 엄격해야 할 제1금융권인 시중은행에서 연이어 금융사고가 발생하면서 금융소비자들 사이에서는 “횡령 사건이 계속 터지면 은행을 누가 이용하겠느냐”는 불신이 팽배하다. 금융기관의 신뢰와 안정을 유지하는 건 금융사들만의 몫이 아니다. 사후제재에만 초점이 맞춰진 현재 금융당국의 검사 방식으로는 금융사고를 예방하기에 한계가 있다. 그간 검사체계에 허점이 있지는 않았는지 되짚어 보고, 사후약방문에서 벗어나 사전예방적 감독 강화에 주력함으로써 금융당국이 금융권의 신뢰 회복을 위한 든든한 기반이 돼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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