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重-대조양 M&A, EU에 막혀···해외 및 분리 매각은 현실 가능성 낮아
실적 좋은 HMM 가치, 인수자에게 부담 요소로 작용할 수 있어
"산업은행장 자리부터 채워져야 윤곽 나올 것"
[시사저널e=엄민우 기자] 윤석열 대통령 취임과 더불어 고착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대우조선해양과 HMM(옛 현대상선)의 민영화 성공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일각에선 윤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 밝힌 포부를 근거로 긍정적 전망을 내놓지만, 악재가 이어져오는 상황을 냉정히 감안할 때 결코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지난 2월 당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거제시 유세현장에서 “빠른 시일 내 대우조선이 유능하고 능력 있는 주인을 맞이해서 거제의 지역 경제와 대한민국 경제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문제를 조속히 해결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또 윤 정부가 ‘신해양강국’ 도약을 선언한 만큼, 이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진 상황이다.
조선해운업계 최대 관심사는 무엇보다도 산업은행의 대우조선해양과 HMM 매각 문제다. 산업은행이 최대주주인 두 기업 모두 지난 정부에서 새주인 찾기에 실패했는데, 윤 대통령이 해결 의지를 드러내고 있지만 역시 성사가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문재인 정권 당시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시절 추진돼 온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합병은 불발로 끝났다. 기업결합과 관련해선 경쟁당국 승인이 필수인데, EU(유럽연합)집행위원회가 이를 승인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두 기업이 결합하면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시장에서 지배적인 위치를 갖게 될 것이란 우려 때문이었다. 세계 선박 수주 발주량을 기준으로 보면 한국은 중국에 이어 2위지만, 고부가가치선박인 LNG선 경쟁력을 바탕으로 1척 당 수주단가는 더 높다.
EU의 이 같은 결정에 국내 동종업계끼리의 결합 시도는 사실상 시도하기가 부담스러운 카드가 됐다. 업계 인사는 “현대중공업이 EU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긴 했으나, 판 자체를 뒤집을만한 일은 아닌 것 같다”고 전했다.
결국 이런 가운데 일각에서 다시 거론되는 것이 해외매각이다. 결합심사를 통과하기 위해선 어쩔 수 없는 고육지책이라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대우조선해양을 상선과 방위로 나눠 매각하는 방법도 거론되지만 노조 및 정치권에서 강력한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현실적으로 진행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윤 정부가 정치적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이를 밀고 갈 가능성은 현재로선 낮아 보인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이와 더불어 대우조선해양 매각 작업은 산업은행, 나아가 새 정부와의 협업이 중요한데 박두선 신임 대표가 정권 이양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 선임되면서 ‘알박기 인사’ 논란을 겪었다는 점도 변수다.
시장에선 동종업계가 아닌 다른 대기업에서 흑기사로 나서주길 바라는 기대감도 감지되지만 이 역시 쉽지 않아 보인다. 적자행진 중인 대우조선해양과 더불어 실적이 급반등 한 HMM 경우도 마찬가지다. 포스코, 현대차그룹 등이 인수 후보로 거론되지만 모두 부인하고 있다.
HMM은 사상 최초로 1분기 영업이익이 3조원을 돌파했다. 전년 동기 대비 200%이상 급등한 액수였다. 인수합병 시장에서 기업의 가치가 크게 올라갔다는 점은 인수자들에게는 부담으로 작용된다.
한 대기업 내부 인사는 “인수를 하는 기업 입장에선 가격이 중요할 수밖에 없는데, 시장 상황 상 부담스럽다고 생각이 들면 뛰어들 수가 없다”고 전했다.
업계에선 일단 차기 산업은행장이 오지 않은 상황에서 여러 매각 시나리오를 점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고 보고 있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결국 대주주인 산업은행의 방향이 중요한데, 산업은행장이 공석인 상황 아니냐”며 “해당 자리가 채워지면 어떤 방향으로 매각을 진행할 지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