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세계 중심 반도체 공급망 재편 기준으로 떠오른 IPEF···동참 여부 따라 반도체 공급망 명운 달려
“전략적 모호성 한계 이제는 선택의 시간”···“구체화 되지 않은 IPEF, 향후 예상 문제 어떻게 해결할지 등도 고민해야”

삼성 서초사옥. / 사진=연합뉴스
삼성 서초사옥.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엄민우 기자] 석열 대통령이 공식 취임하기 무섭게 재계는 바삐 움직이는 모습이다. 그동안 해결되지 못했거나 해결해야 할 각종 현안들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며 정부와의 협업을 기대하고 있다. 이는 윤석열 정부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내지만, 동시에 윤석열 정부 입장에선 ‘이전과는 달라야 한다’는 일종의 압박감으로 작용한다. 주요 현안들과 연결돼 있는 기업들을 중심으로 향후 윤석열 정부가 어떻게 대응할지, 그에 따라 어떤 결과가 초래될지 조명해 본다. <편집자 주>

최근 스웨덴과 핀란드는 러시아의 우려를 뒤로하고 미국이 주도하는 나토(NATO)에 가입하며 서방세계와 손을 잡았다. 러시아는 용인한다면서도 군 장비를 배치하면 대응하겠다며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지만 어쨌든 두 국가의 선택은 서방세계와의 협력이었다. 

이와 비슷한 현상이 산업현장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최근 몇 년 새 반도체 업계에서 가장 큰 이슈 중 하나는 바로 ‘공급망’ 문제다. 반도체가 전략 물자화 되면서 공급망을 둘러싼 미중 패권전쟁이 심화됐고 상당수 국가들은 어느 곳과 손을 잡고 협력 체인을 구축할지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이런 가운데 오는 21일 열리는 한미정상회담에 업계 시선이 쏠려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번 회담에서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하는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 참여를 논의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IPEF는 쉽게 말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정부가 추진하는 일종의 경제협력구상체다. 아직 구체적 윤곽은 드러나지 않았지만 중요한 건 여기에 가입하느냐 여부가 곧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세계와 중국 사이 어느 곳과 협력을 할지를 결정하는 것이란 사실이다.

IPEF에 가입할지 여부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사업방향에도 영향을 주게 된다. 중국을 배제한 공급망 구축에 동참할 것인지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결정에 두 기업 공급망의 명운이 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메모리 부문 영향 제한적일 듯···비메모리는 영향 불가피

이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점유율이 큰 메모리 부문은 가입 여부와 무관하게 타격이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비메모리 부문이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한국이 IPEF에서 배제되게 되면 일본과 대만이 상대적으로 이득을 보게 되고, 국내기업이 비메모리 협력체계를 구축하는데 어려움을 겪게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 일본 정부는 대만 TSMC가 일본에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는 데 필요한 투자액 8000억엔 중 약 절반을 국비로 지원키로 했다고 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반도체에 특히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방한 때에도 삼성전자 평택공장을 방문할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공급망을 동맹국 중심으로 재편하는데 공을 들이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에서 배제될 경우 국내 기업들이 받게 될 여파가 적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일단 업계 및 외교 전문가들은 IPEF 가입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선택이라고 보고 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스웨덴, 핀란드가 나토에 가입한 것은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세계와의 협력할지 여부에 대해 이제 선택을 해야 할 시간이 됐다는 것을 말한다”며 “서방세계가 단결해 중국, 러시아에 대해 경제적 압박에 들어가면 고립되게 되는데 이런 상황을 고려하면 운석열 정부가 IPEF에 참여할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현실적으로 이제 전략적 모호성을 더 이상 유지하기 힘든 상황이라는 것이다.

가입을 하려면 속도를 늦춰선 안 된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형모 대한상의 구미통상실 팀장은 “IPEF의 도입으로 새로운 통상규범이 만들어지게 되는데, FTA랑 달리 구속력이 약해 협상이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며 “머뭇거리다 시기를 놓치면 우리만 소외될 가능성이 커 가입을 하려면 출범 초기에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만 IPEF가 아직 구체적 내용이 있는 것이 아니고 구속력보단 상징적 의미가 큰 만큼, 가입 자체가 곧 장밋빛 미래를 보장해주는 것은 아니라는 목소리도 있다. 한 업계 인사는 “IPEF는 시장의 불확실성을 줄여주는 하나의 방편 중 하나 일 뿐, 계속해서 여러 국가들 사이 합리적 결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소원 전국경제인연합회 미구주협력팀장은 “IPEF에 가입하면 미국 중심 공급망에 안착할 수는 있겠지만 IPEF를 어떻게 구체화시킬 것인지, 원료 등에 있어 중국에 의존해야할 부분이 있는데 이는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생각해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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