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고유 업무 지장" vs "디지털 취약계층 한해 대면 가입 허용"
리브엠에 대한 시장 평가가 핵심···줄곧 순증세 기록, 알뜰폰 시장 활기
타당한 지적 아닌 반발은 몽니에 가까워, 사측과 손잡고 협력해야
신뢰하는 고객이 많고 성장세가 좋다면 잘된 사업···노사 대타협 기대

[시사저널e=김태영 기자] KB국민은행 알뜰폰 서비스 '리브엠' 사업에 대한 노사 간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29일 KB국민은행 노동조합은 서울 종로구 금융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직원들에게 부담이 될 수 있는 리브엠 대면 가입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리브엠 판매 실적에 따라 영업점 간 경쟁이나 실적압박 등이 직원 고유 업무 수행에 지장을 준다는 이유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리브엠 가입자 중 3.8%가 대면으로 서비스를 제공받았다. 기존 리브엠은 모바일과 인터넷 홈페이지, 전용 콜센터를 통한 비대면 채널로만 가입할 수 있는 서비스였다. 하지만 디지털 취약계층에 한해서는 대면 가입을 허용해도 된다는 조항이 있어 불가피하게 판매 채널을 확대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인데 이를 두고 노사 양측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사실 리브엠을 향한 노조의 반발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앞서 지난해 4월 금융위원회는 리브엠을 혁신금융서비스로 재지정했다. 이 과정에서 노조는 사측이 과도한 실적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며 사업 중단을 꾸준히 요구해왔다. 우여곡절 끝에 리브엠의 사업기한은 2023년 4월까지로 정해졌다.

제2도약을 예고했지만 사업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KB국민은행은 리브엠 2기를 맞아 고객들이 금융과 통신 결합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많은 연계 혜택을 준비했지만 그 때마다 노조의 불만은 지속됐다. 

리브엠은 정말 잘못한 사업일까? 노조의 주장대로 리브엠이 잘못 추진한 사업이었다면 시장에서의 평가가 중요하다. 지난 2019년 금융권 최초로 알뜰폰 시장에 진출한 KB리브엠은 2년 만에 가입자만 30만명을 확보하며 메인사업자로 부상했다. 기존 사업에서는 볼 수 없었던 금융 서비스와 연계한 요금제와 멤버십 등을 선보이면서 주목을 받았다.   

리브엠의 등장은 알뜰폰 시장의 활기로 이어졌다. 침체됐던 알뜰폰 시장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은 높아졌고 알뜰폰으로 이동하는 가입자는 연일 증가했다. 그 결과 지난해 11월 알뜰폰 가입자는 1000만명을 돌파했다.

공식 출시 이후 리브엠은 줄곧 순증세를 기록하며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차별화된 금융 서비스와 합리적인 가격정책을 통해 알뜰폰 시장의 메기 역할을 하고 있다. 새로운 영역에 대한 도전 의지와 고객 친화라는 KB국민은행만의 장점을 극대화하면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렇다면 노조의 지적은 타당한가? 당초 금융위원회는 통신업이 은행 고유업무보다 과도하게 취급되지 않도록 하는 부가조건을 달고 연장을 허가했다. KB국민은행은 재지정 이후 대면 가입자 비율은 점점 줄어들고 있고 노인·미성년 고객 등 비대면 업무가 어려운 고객들을 위해 대면 서비스를 제공하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타당한 지적이 아닌 반발은 몽니에 가깝다. 매번 반복되는 노조의 반발을 보면서 신사업 추진 때마다 노조의 승인을 받아야 하냐는 볼멘소리가 곳곳에서 쏟아지고 있다. 

무엇보다 은행업 업황만 보면 노사를 떠나 서로 손잡고 협력해도 혁신이 될까 말까한 상황이다. 빅테크 등 다양한 산업군에서는 이미 본연의 업무를 넘어 은행업에 도전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흐름을 읽지 못하고 노조가 무리한 주장을 하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또 헌법에는 영업의 자유가 명시돼 있다. 국가가 승인한 사업은 더 말할 것도 없다. 가이드라인을 준수하고 법의 테두리 안에서 미래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기업의 결정은 문제가 없다.

앞으로 다음 심사까지 남은 시간은 1년이다. 만약 리브엠 서비스가 중단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고객에게 이어진다. 멤버십 혜택이나 미사용 데이터 포인트리 환급 등 리브엠 특화 서비스를 대체하는 사업자를 찾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결국 추진 동력이 약화되면서 알뜰폰 시장은 활력을 잃고 다시 침체될 가능성이 높다. 

신뢰하는 고객이 많고 성장세가 좋다면 그 사업은 잘된 사업이다. 리브엠을 두고 지금까지 제대로 된 협의를 이끌어내지 못한 점이 안타깝지만 지금이라도 노사 간 대타협을 기대해본다. 그것이 진정한 혁신의 시작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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