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 삼익그린2차 안전진단 최종 통과
2020년 도봉 삼환도봉 이후 1년 5개월 만
인수위, 국토부에 새로운 정책 방향 수립 주문
서울시 활성화 계획 맞물려 사업 탄력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공식 출범했지만 부동산 전문가 부재로 인한 논란은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 그래픽=시사저널e DB
 서울에서 1년 5개월 만에 재건축 안전진단을 통과한 단지가 나왔다. 사실상 최종 결정권자인 국토교통부가 정책 방향을 윤석열 정부와 맞추기 시작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 그래픽=시사저널e DB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서울 정비사업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1년 5개월 만에 안전진단을 통과한 단지가 나오는 등 완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어서다. 윤석열 정부의 규제 완화 기조에 맞춰 국토교통부의 정책 방향에도 변화가 생긴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서울시 역시 정비사업에 활성화에 사활을 건 만큼 사업 추진이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1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동구의 대표적인 재건축 단지인 명일동 삼익그린2차는 최근 정밀안전진단 문턱을 넘어 재건축을 추진할 수 있게 됐다. 지난해 3월 1차 안전진단에서 D등급을 받았다. 이후 지난달 29일 국토교통부 산하기관인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진행한 2차 안전진단(적정성 검토)에서 D등급을 받아 최종 통과했다. 이 단지는 18개 동, 2400가구 규모로 1983년 준공돼 재건축 연한(준공 30년)을 훌쩍 넘겼다.

안전진단은 재건축 사업을 하기 위한 첫 관문이다. 구조안정성과 주거환경(주차 대수·층간 소음), 설비노후도(놋물·전기배관) 등을 평가해 재건축 시행 여부를 판단하는 단계다. 1차 안전진단 결과 D등급(조건부 재건축)이나 E등급(재건축)을 반드시 받아야 재건축을 진행할 수 있다. E등급과 달리 D등급은 공공기관의 적정성 검토 추가로 통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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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1·2차 안전진단 모두 통과한 단지가 나온 건 2020년 10월 도봉구 삼환도봉 아파트 이후 1년 5개월 만이다. 안전진단은 현 정부의 재건축 규제 기조에 막혀 통과 문턱이 높아졌다. 1차 안전진단은 서울시장이 업체를 선정해 속도를 낼 수 있는 반면 2차 안전진단은 국토부 산하 공공기관들이 맡는다. 정부의 입김이 작용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보니 다수의 단지들이 최종 관문에서 줄줄이 고배를 마셨다. 삼익그린2차 건너편에 위치한 고덕주공9단지 역시 준공 37년 차 단지이지만 지난해 6월 2차 정밀안전진단에서 탈락했다. 이에 따라 우성·한양·신동아 등 명일동 일대 단지들은 안전진단 추진을 미루기도 했다.

업계에선 국토부가 새 정부의 규제 완화 기조에 발을 맞추기 시작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안전진단 규제 완화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내세운 대표적인 부동산 공약이다. 윤 당선인은 집값 상승의 주된 이유로 재개발·재건축 규제로 인한 서울 등 주택공급 부족을 꼽았다. 안전진단을 풀어 서울 주택 공급 통로인 재건축을 활성화하겠다는 계획이다. 대통력직인수위원회는 최근 안전진단 규제 완화를 위한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윤 당선인을 포함한 인수위는 지난달 25일 국토부로부터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주요 부동산 규제의 완화 기조를 재확인했다. 인수위원들은 “지난 5년간 국민이 원하는 주택의 공급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고 과도한 규제들로 국민의 불편이 가중됐다”며 “주택시장 안정으로 국민의 걱정을 덜어드릴 수 있도록 지난 정책들의 문제점을 냉정히 분석하고 부동산 공약을 토대로 새로운 시각에서 정책 방향을 수립하라”고 당부했다. 국토부는 이 자리에서 “재건축 관련 규제 등의 정상화 과정에서 단기시장 불안이 나타나지 않도록 면밀한 이행전략을 마련하겠다”고 답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7일 열린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35층 룰’ 규제 완화 등을 포함한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을 올해 상반기 내로 공개하겠다고 했다. / 사진=연합뉴스
오세훈 서울시장은 ‘35층 룰’을 폐지하는 등 정비사업 활성화에 사활을 걸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서울시도 오세훈 서울시장의 정비사업 활성화 기조 아래 보조를 맞추는 분위기다. 서울시는 지난달 31일 사업비 등 초기 자금이 부족한 정비사업 추진위원회와 조합을 위해 올해 239억원 규모 융자금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전년 대비 49%(79억원) 증액된 수준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조합·추진위원회가 융자지원으로 어려움을 해소하고 정비사업을 원활히 추진할 것이다”며 “앞으로 정비사업 활성화를 위해 공공지원을 지속해나갈 계획이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4선 의지를 확고히 하며 관련 정책을 쏟아내고 왔다. 지난달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을 통해 서울 전역에 적용했던 ‘35층 높이 기준’을 삭제하겠다고 발표했다. 이후 성수전략정비구역이 서울시에 건축계획을 제출하는 등 층고 규제로 속도를 내지 못했던 사업장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 밖에도 취임 직후 ‘6대 재개발 규제 완화 방안’을 통해 뉴타운의 부활을 알렸고 정비구역 지정을 어렵게 만들었던 주거정비지수제를 폐지하고, 2종 일반주거지역의 7층 높이 제한도 없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신규 주택의 공급과 정비사업 등을 차단한다면 지금과 같은 상황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며 “단기적으로는 상승이 이어질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꾸준한 공급정책이 시장안정으로 귀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새 정부와 서울시는 규제 완화로 주택시장을 안정시키는 방안을 실행할 가능성이 높다”며 “법 개정이 필요 없는 안전진단이 가장 먼저 실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서울 목동과 상계·명일 등 노후 아파트 상당수가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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