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TF 공식 출범···‘시장주의자’ 심교언 교수 팀장으로
‘오세훈 측근’ 김성보 주택정책실장 참여···서울시 정책 반영될 듯
“안전진단 완화 등 법 개정 필요 없는 정책부터 속도”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공식 출범했지만 부동산 전문가 부재로 인한 논란은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 그래픽=시사저널e DB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부동산 테스크포스(TF)가 공식 출범하면서 윤석열 정부의 부동산 정책 밑그림도 그려질 전망이다.    / 그래픽=시사저널e DB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부동산 테스크포스(TF)가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를 추축으로 본격적인 업무에 돌입했다. 시장주의자인 심 교수를 포함해 TF팀의 구성원 면면을 보면 윤석열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규제 완화를 향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인수위가 “법 개정 없이 당장에 추진 가능한 공약부터 살펴보겠다”는 입장을 내놓은 만큼 재건축 안전진단 규제 완화,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완화, 임대 사업자 규제 완화 등 즉시 시행할 수 있는 대책이 우선적으로 다뤄질 전망이다.

◇부동산 TF 공식 출범, 새 정부 부동산 뼈대 세운다

25일 인수위에 따르면 부동산 TF는 전날 팀장으로 임명된 심 교수와 세금·금융 등을 다루는 경제1분과, 주택 공급·도시계획 등을 담당하는 경제2분과 전문·실무위원들로 꾸려졌다. 경제2분과를 주축으로 ▲보유세·양도세 등 세제 ▲LTV 등 금융 ▲공급 ▲주거 복지 등과 관련된 중점 과제를 검토해 새 정부의 부동산 정책 뼈대를 세우게 된다.

TF가 설계할 부동산 정책엔 민간 중심 부동산 시장을 만들겠다는 윤 당선인의 기조가 담길 전망이다. 앞서 윤 당선인은 ▲민간 주도 임기 내 250만 가구 건설 ▲재건축 정밀안전진단 기준 조정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완화 ▲종합부동산세 전면 재검토 ▲1주택자 재산세 완화 ▲지역 관계 없이 LTV 70% 단일화 ▲임대차법 전면 재검토 등을 약속했다.

앞서 인수위는 인수위원 중 부동산 전문가가 없다는 지적에 전문·실무위원 17명 중 3분의 1 수준인 5명을 관련 전문 인력으로 배치했다. 심 교수와 김성보 서울시 주택정책실장·백원국 국토교통부 국토정책관이 전문위원, 정종대 서울시 주택정책실 주택정책지원센터장·김용수 국민의힘 국회 국토위 전문위원이 실무위원으로 합류했다. 5명 모두 TF에서 활동한다.

◇부동산 정책 ‘규제 완화’ 무게···오세훈 시장과 공조 가능성 커져

시장에선 팀장을 맡은 심 교수와 서울시에서 파견된 김 실장을 주축으로 새 정부의 부동산 정책 방향이 ‘규제 완화’로 무게가 실릴 것으로 봤다. 팀장을 맡은 심 교수는 학계에서 대표적인 시장주의자다. 그동안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강도 높게 비판하며, 인위적인 규제를 없애고 민간 주도 공급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세금·대출 규제도 풀어 시장에 맡겨야 한다는 게 심 교수가 추구하는 부동산 정책의 큰 틀이다.

지난 2020년 열린 자유한국당 서울시당 부동산 정책 토론회에서 나경은 전 의원과 오세훈  서울시장,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가 대화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앞서 심 교수는 대선 과정에서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경제정책추진본부 위원을 맡아 부동산 정책의 전반을 자문하는 역할을 했다. 아울러 새 정부의 ‘민간 주도 부동산 공급정책’을 설계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 추진과 부동산 세제, 규제 완화 등 전 분야에 걸친 정책 마련에 일조할 전망이다. 그가 이미 과거 국민의힘이 개최한 여러 부동산 정책 토론회 참석하는 등 당내 관계자들과 공감대를 형성해 온 만큼 의견 조율도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 실장은 도시계획·주택정책 전문가이자 오세훈 서울시장의 측근으로 불린다. 윤 당선인의 부동산 정책 담당 인수위 파견 요청에 1순위 파견 대상으로 꼽힐 정도로 오 시장의 신임이 두텁다. 오 시장이 서울시장으로 재임했던 지난 2006년과 2010년 두 해 도시계획과 주택정책을 담당했고, 지난해 보궐선거 이후 7월부터 주택정책실장을 맡고 있다. 서울시가 추진 중인 신속통합기획, 한강변 재개발, 모아주택 등이 모두 김 실장이 총괄하는 사업이다.

김 실장의 합류로 서울시 정책 기조가 차기 정부에 적극 반영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오 시장은 그동안 정비사업 활성화를 막고 있는 안전진단,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분양가 상한제 등 재건축 규제 3종 세트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공급확대를 강조한 윤 당선인의 정책 기조와 결이 같은 만큼 정책 공조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안전진단·LTV 완화’ 우선순위···“법 개정 필요 없는 정책, 즉시 추진”

업계에선 TF가 정부 출범 후 법률 개정 없이 당장 시행이 가능한 정책부터 손질할 것으로 보고 있다. 새 정부가 여소야대 국면에 놓이는 만큼 법 개정은 난항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거론되고 있는 규제 완화 중에선 재건축 정밀안전진단 규제 완화가 1순위로 꼽힌다. 앞서 윤 당선인은 안전진단에서 구조안전성 비중을 50%에서 30%로 낮추고 주거환경을 15%에서 30%로 2배 늘리겠다고 공약했다. 안전진단은 법을 고치지 않고 정부가 시행령 개정만으로도 당장 시행이 가능하다.

/ 그래픽=시사저널e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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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진단은 재건축 사업을 하기 위한 첫 관문이다. 현 정부가 재건축 규제 완화 일환으로 2018년 3월 평가 기준을 강화하면서 통과 문턱이 높아졌다. 강화된 기준을 살펴보면 구조안정성은 기존 20%에서 50%로 평가 비중을 높였고, 주거환경(주차 대수·층간 소음)은 40%에서 15%, 설비노후도(놋물·전기배관)는 30%에서 25%로 낮췄다. 이 때문에 주거환경이 열악함에도 안전진단에서 떨어지는 단지들이 속출했다. 주요 재건축 단지들의 사업 추진이 사실상 막히고 공급을 막는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새 정부에서 안전진단 기준이 완화될 경우 서울 목동과 상계·명일 등 노후 아파트 상당수가 안전진단을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 

대출규제 완화도 취임 즉시 추진할 수 있는 공약으로 꼽힌다. 윤 당선인은 전국 모든 곳에서 LTV를 70%(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 80%)로 통일하겠다고 밝혔다. LTV 완화는 민주당 공통 공약인 데다 금융위원장 고시만 바꿔도 추진이 가능하다. 분양가 9억원 초과 아파트의 중도금 대출 금지, 규제지역에서 주택담보대출 실행 시 6개월 내 전입 의무 등 세부적 대출 규제도 검토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 밖에도 현 정부가 우대에서 규제로 방향을 튼 등록 임대 사업자 지원을 다시 강화하겠다는 윤 당선인의 공약도 시행령 개정으로 추진할 수 있다.

최지현 인수위 수석부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을 통해 “법률이 개정되기 전에도 하위 법률 개정을 통해 추진할 수 있는 공약은 즉시 추진하겠다”며 “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은 야당과 국민들을 설득하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기울일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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