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많이 회복” 24일 퇴원···5년 만에 첫 육성 메시지
황교안·김기춘·이정현 등 자리···윤석열 “한 번 찾아뵐 것”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이 24일 퇴원했다. 박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8시 30분 쯤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3번 출구 앞에 나타났다. 짙은 남색 코트와 베이지색 마스크를 착용하고 올림머리를 한 박 전 대통령은 밝은 표정으로 “많이 회복됐다”고 말문을 뗐다.

박 전 대통령은 이어 “국민 여러분께 5년 만에 인사드리게 됐다. 많이 염려해 주셔서 건강이 많이 회복했다”고 말했다. “지난 4개월 동안 헌신적으로 치료에 임해 주신 삼성병원 의료진 그리고 관계자 여러분께 감사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도 했다. 

박 전 대통령이 직접 언론에 육성 메시지를 내놓는 건 2017년 3월 국정농단 관련 피의자 신분으로 서울 중앙지검에 출석했을 때 이후 약 5년 만이다. 이날 박 대통령은 안색이 다소 헬쓱하고 허리가 다소 구부정했으나 표정은 시종일관 밝았다. 

◇"편히 쉬세요"···황교안·최경환 등 朴정부 인사 자리

박 전 대통령 오른편에는 박근혜 정부 시절 주요 인사들이 자리했다. 황교안 전 국무총리와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김기춘, 한광옥 전 대통령비서실장, 이정현, 민경욱 전 의원 등이 눈에 띄었다. 현역 의원으로는 국민의힘 윤상현, 박대출 의원 등이 모습을 보였다. 

출구 앞에서 기다리던 사람들은 박 전 대통령이 모습을 드러내자 “어휴, 이제 나오시네”, “이제 편히 쉬세요”라며 박수를 보내며 환영했다. 

출입구와 병원 주변은 경호 인력과 경찰 병력이 질서를 유지한 채 취재진과 지지자들이 박 전 대통령 퇴원을 지켜봤다. 대체로 차분한 분위기였으나 일부 지지자들은 “윤석열은 내란범죄자”라고 외치기도 했다. 자리에 참석한 정치인들을 향해선 “배신자들은 다 모였어”, “쓰레기들아 너희들은 다 무릎꿇어”라는 원색적 비난을 하기도 했다.

병원 주변에는 박 전 대통령 퇴원을 환영하는 화환과 현수막이 인도를 가득 메웠다. 인근에서 만난 한 60대 여성은 “정치인들이 배신해 죄 없는 대통령이 탄핵되고 옥고를 치르셨다”며 “어려운 시간을 견뎌 내셨으니 이제 명예가 회복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인사말을 마친 박 전 대통령은 대기하던 검정색 제네시스 차량에 탑승, 동작구 국립현충원으로 이동해 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했다. 이후 대구 달성군 사저로 이동해 다시 대국민 메시지를 냈다.

◇ 윤석열 측근 탄핵 주역 포진···만남 성사 여부 주목

박 전 대통령은 16개 범죄 혐의에 대해 유죄가 인정돼 총 징역 22년 벌금 180억원, 추징금 35억원을 선고받았다. 지난해 11월 박 전 대통령이 수감 중 건강 악화로 입원한 뒤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연말 박 전 대통령을 특별 사면했다. 이후 박 전 대통령은 삼성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계속해 왔다.

박 전 대통령이 퇴원하면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와 면담이 이뤄질지 주목된다. 정치권에선 성사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가운데 두 사람 모두 같은 보수진영이란 점을 감안했을 때 단순 안부를 넘어 국정 관련 의견 교환 가능성도 제기된다.

현재 윤 당선자 측근이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인사들은 이명박 정부 인사들이 다수를 이루고 있으나 박근혜 정부 인사들도 포진해 있다. 윤 당선자 정책 특보인 강석훈 성신여대 교수와 김현숙 숭실대 교수는 박근혜 정부 당시 경제수석과 고용복지 수석을 각각 지낸바 있다. 

반면, 국민의힘 권성동, 장제원 의원 등 윤 당선자 핵심 측근이 박 전 대통령 탄핵을 주도한 인사라 격이 없는 대화엔 한계가 있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일단, 윤 당선자는 이날 “(박 전 대통령이) 건강이 회복돼 사저에 가게 돼 아주 다행”이라며 “나도 다음주부터 지방을 가볼까 했는데 퇴원하셨다니 한 번 찾아뵐 계획”이라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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