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내 결제수단·서비스 플랫폼 막혀

[시사저널e=이하은 기자] 글로벌 기업들의 대(對) 러시아 제재가 이어지는 가운데, 러시아 시장에 진출한 국내 게임사들도 악영향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결제뿐만 아니라 게임을 서비스할 플랫폼도 막히고 있어서다. 

국내 게임사는 유럽 시장에서 활약하지 못했지만, 러시아 시장은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에 대한 수요가 있는 곳이다. 이에 국내 게임사들은 10여 년 전부터 MMORPG 게임을 중심으로 러시아 시장을 공략해왔다. 

대표적으로 크래프톤의 배틀그라운드, 엔씨소프트의 아이온, 엑스엘게임즈의 아키에이지, 펄어비스의 검은사막 등이 있다. 모바일에서도 ‘배틀그라운드 모바일’과 ‘리니지2M’은 매출 5위권에 들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국내 게임사는 올해 유럽 시장을 공략해 수익 확대에 나선다고 밝혔다. 러시아 시장도 진출 목록에 있었다. 러시아 게임시장은 미국이나 중국, 일본 등 글로벌 시장에 비해 작지만, 동유럽 국가에서 1위를 기록하는 곳이다. 또한, 매년 두 자릿수로 성장해 신흥 시장으로 꼽힌 곳이다. 엔씨소프트는 리니지W의 출시 제2 권역에 러시아를 포함하고 있다. 스마일게이트도 로스트아크의 지난 겨울 업데이트 이후 러시아 이용자 지표가 크게 상승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러시아가 스위프트에서 배제되면서 게임을 수출하는 국내 게임사도 영향권 아래 놓이게 됐다. 미국과 유럽의 금융제재로 인해 러시아 내 구글페이와 애플페이 사용도 막혔다. 글로벌 시장조업체 스타티스타에 따르면 2020년 구글페이 및 애플페이 이용자는 49%에 달했다. 

글로벌 게임 유통 플랫폼도 서비스 제재에 동참했다. PC게임의 경우 온라인 게임 플랫폼인 스팀을 통해서 주로 서비스되는데, 스팀이 러시아 계정에 대한 결제 제한을 걸었다. 크래프톤은 배틀그라운드를 스팀에서 서비스하고 있다. 크래프톤 관계자는 피해 여부와 관련해 “당장 확인하기 힘들다”고 답했다. 

콘솔 게임 플랫폼인 엑스박스를 운영하는 마이크로소프트와 닌텐도 등도 러시아에서 판매 중단에 동참했다. 게임 업계가 등돌리면서 러시아 현지에서도 ‘게임은 끝났다(Game Over)’는 반응이 나온다. 

국제 여론이 우크라이나 손을 들어준 것도 국내 게임사에게 부담이다. 게임 커뮤니티에서도 러시아의 무분별한 공격을 멈추기 위해 제재에 동참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국내 게임사들은 현지 퍼블리셔와 계약관계로 러시아 보이콧에 나서지 않았지만, 향후 러시아 진출 계획에 대해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러시아를 포함해 글로벌 게임 출시를 앞둔 한 업계 관계자는 “사태가 장기화된다면 러시아 진출 전략에 대한 수정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했다. 

위기는 기회라고 했다. 그동안 국내 게임사는 양산형 MMORPG 게임을 생산하고, 국내 시장과 비슷한 대만과 러시아에 그대로 수출해왔다. 그러나 최근 게임사들은 장르 다각화 및 수출국가 다변화로 전략을 수정하고 있다. 국내 게임사가 새로운 전략으로 러시아 제재 여파에서 벗어날지 주목된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