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D, LCD 사업 적자로 조기 철수
LGD, 흑자행진 속에 라인가동 ‘연장’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캠퍼스 전경. / 사진=삼성디스플레이

[시사저널e=이호길 기자]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 LCD 전략이 엇갈릴 전망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LCD 생산라인 철수 시점을 연말에서 상반기로 앞당기는 반면 LG디스플레이는 내년 이후까지 사업을 지속할 계획이다. LCD 사업에서 기록하고 있는 양사의 수익성 차이가 다른 전략으로 나타났단 분석이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는 8.5세대 대형 LCD 패널을 생산하는 충남 아산캠퍼스의 L8-2 라인을 올해 6월까지 운영할 계획이다. 당초 올해 말까지 LCD 사업을 이어갈 예정이었지만, 중단 시점을 6개월가량 앞당기는 것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L7-2와 L8-1 공장에서의 LCD 생산도 지난해 멈추고,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나 퀀텀닷(QD) 디스플레이 라인으로 전환했다.

반면 LG디스플레이는 파주 P7·P8 라인에서 올해 이후까지 LCD 패널 생산을 이어갈 예정이다. P7 가동 중단 시점은 내년 1분기쯤으로 점쳐지지만, P8 운영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광저우 공장도 TV용 LCD 패널을 계속 생산한단 방침이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 LCD 사업은 수익성도 엇갈렸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해 LCD 사업에서 2000억원 정도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추산된다. LG디스플레이는 2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디스플레이의 LCD 사업 부문 적자는 2019년부터 이어져 올해도 1000억원 이상 적자가 예상된다. LG디스플레이 LCD 사업은 올해도 흑자행진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LG디스플레이 광저우 공장. / 사진=LG디스플레이

삼성디스플레이 LCD 사업은 규모의 경제가 작동하지 않으면서 수익성이 악화됐다는 분석이다. 디스플레이업계 관계자는 “삼성이 예전처럼 LCD를 많이 생산할 때는 문제가 없었지만, 물량을 줄이면서 인건비나 재료비 부담이 높아졌다”며 “이제 삼성디스플레이 사업 구조상 LCD는 생산할수록 무조건 적자가 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1년 전에 LCD를 접으려고 했던 삼성디스플레이가 올해까지 사업을 지속하고 있는 건 지난해 LCD 판가 상승 영향보다도 삼성전자의 패널 수급 문제가 더 컸다”며 “삼성전자 LCD 공급이 충분해지면 삼성디스플레이로서는 LCD를 계속 끌고 갈 이유가 없다. LCD 사업은 다른 이유 때문이 아니라 그냥 수익성이 없어서 접는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디스플레이는 2020년 중국 쑤저우 8.5세대 생산 라인을 CSOT에 매각하는 등 LCD 생산량을 줄여왔다. 삼성전자는 삼성디스플레이 대신 중국 BOE와 대만 AUO, 이노룩스 등으로부터 공급받는 LCD 물량을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AUO와 이노룩스의 패널 공급량을 3배 이상 늘린단 계획이다. 또 LG디스플레이 LCD 패널을 매입해 중화권 업체 의존도를 낮출 전망이다.

LG디스플레이의 경우 LCD 물량 비중이 점진적으로 낮아지는 추세지만, 흑자가 나고 있는 LCD 라인 종료를 서두를 이유가 없다. 지난해 말 기준 LGD LCD 생산력은 2018년 말 대비 25% 감축됐다. 그중에서도 TV용 제품은 40% 정도 줄어들었다.

그러나 LG디스플레이의 LCD 패널 생산 규모는 삼성디스플레이보다 2배 이상 많다. 또 차세대 패널 전환에도 속도를 내고 있지만, 아직 OLED 수요에 한계가 있는 상황에서 철수 필요성이 낮단 평가가 나온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OLED는 프리미엄 제품인데, 시장이 무한정 늘어나지는 않는다. 수요가 더 증가하고 제조 단가가 더 내려가 시장이 커진다면 LCD를 OLED 라인으로 바꿀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전환할 이유가 없다”며 “LG디스플레이는 LCD 사업에서 수익이 나고 있어서 라인 운영에 여유가 있는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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