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대항마로 기대 모았지만 ‘역사왜곡’ 논란까지 연이은 악재

넷플릭스와 디즈니플러스의 일일이용자수(DAU) 비교 / 그래픽 = 김은실 디자이너
넷플릭스와 디즈니플러스의 일일이용자수(DAU) 비교 / 그래픽 = 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김용수 기자] 월트디즈니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디즈니플러스’가 국내 진출 후 처음 선보인 오리지널 드라마 ‘설강화’가 역사왜곡 논란으로 뭇매를 맞고 있다. 디즈니플러스 자막 오류 논란이 채 가시기도 전에 역사왜곡으로 환불 요청까지 일고 있다. 국내 서비스 개시 전부터 디즈니플러스가 넷플릭스 대항마가 될 것이란 전망이었지만 연이은 악재 속 두 서비스 간 일일이용자수(DAU) 격차는 더 벌어지고 있다.

27일 콘텐츠업계에 따르면 드라마 설강화 방영 5회차가 지났음에도 역사왜곡 논란이 계속되면서 디즈니플러스에 대한 비난이 거세다. 디즈니플러스는 설강화를 국내 독점 공급한다. 이에 디즈니플러스 유료 가입자 사이에선 환불을 요청하는 보이콧 운동이 확산됐다.

디즈니플러스는  서비스 출시 초기부터 불거진 엉터리 자막 논란과 부족한 한국 콘텐츠 탓에 초기 흥행은 사실상 실패했다. 현재 디즈니플러스에서 서비스 중인 한국 콘텐츠는 20개가 채 되지 않는다.

디즈니플러스 독점 공급 콘텐츠 '설강화' / 사진 = 디즈니플러스 앱
디즈니플러스 독점 공급 콘텐츠 '설강화' / 사진 = 디즈니플러스 앱

디즈니플러스는 국내 오리지널콘텐츠 설강화로 반전을 꾀했다. 설강화는 지난 18일 첫 공개된 JTBC 드라마로, 방영 이전부터 민주화운동 폄훼 및 안기부(현 국가정보원) 미화 논란에 휩싸이며 거센 비판을 받dkT다.

이와 관련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양정숙 무소속 의원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설강화 관련 민원은 869건으로 나타났다. 이중 첫 방송 이후 단 3일 만에 접수된 민원이 789건에 이른다.

방심위에 접수된 설강화 민원 내용은 민주화운동과 간첩 간 부적절한 관계설정 등 역사를 왜곡하고 민주화 가치를 훼손하는 내용 등이 주를 이뤘다.

이뿐만 아니라 청와대 국민청원에 지난 20일에 접수된 설강화 방영 중지 민원은 27일 기준 35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부정 여론 탓에 설강화의 시청률도 추락했다. JTBC는 논란이 계속되자 사흘(24일~26일)에 걸쳐 3회(3~5회) 분량을 앞당겨 특별 편성하는 초강수를 뒀다. 그러나 시청률은 되레 1~2%대로 떨어졌다.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설강화의 시청률은 1화 3%, 2화 3.9%, 3화 1.8%, 4화 1.7%, 5화 2.7%를 기록했다.

이처럼 설강화에 대한 부정 여론이 큰 탓에 디즈니플러스는 설강화 독점 공급에도 별다른 재미를 보지 못했다.

실제 빅데이터 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디즈니플러스 출시일인 지난달 12일 DAU는 59만명(안드로이드OS+iOS)을 기록했지만, 설강화 공개에도 불구하고 DAU는 37만명을 기록하는 등 30만명대를 벗어나지 못한 셈이다. 특히 출시 당시 넷플릭스와 246만명의 DAU 차이를 보였지만 지난 3일엔 274만명, 지난 24일엔 301만명으로 그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콘텐츠업계 전문가들은 디즈니플러스가 넷플릭스와 달리 이용자 이탈을 막을 만한 콘텐츠를 배포하지 못한 것이 이용자수 격차의 원인이라고 분석한다. 또 설강화와 같은 장르보단 디즈니플러스에 적합한 고객층을 겨냥한 콘텐츠를 강화하는 것이 적절한 전략이란 주장이 나온다.

천혜선 미디어미래연구소 전문위원은 “디즈니플러스가 론칭 초기 유입된 가입자들이 별다른 콘텐츠가 없다고 생각해 탈퇴하는 것을 막아줄 대작을 내놓아야 했는데 그 준비가 안 돼 있던 것”이라며 “OTT 특성상 새로운 콘텐츠가 주기적으로 수급돼야 이용자들이 남아있을 텐데, 디즈니 콘텐츠는 이미 극장에서 대부분 봤기 때문에 이용자수가 유지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디즈니플러스가 론칭 이후 새로운 콘텐츠를 배포할 계획 없이 유지하다가 설강화 정도만 내놓은 상태다. 독점 콘텐츠나 오리지널 콘텐츠를 주기적으로 배포할 필요가 있다”며 “내년 상반기에서야 새로운 콘텐츠를 배포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다만 가족 고객이 주 타깃이기 때문에 넷플릭스와 같이 성인을 타깃으로 한 콘텐츠를 강화하는 게 바람직한 전략으로 보이진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콘텐츠업계 관계자는 “디즈니플러스는 본인들이 보유한 콘텐츠에 대한 자신감이 있는 곳이다. 그렇다 보니 국내 시장에서도 보유 콘텐츠만으로 될 걸로 생각했던 것”이라며 “다만 부정 여론에 놀라 최근 자사 콘텐츠를 늘리겠다는 내부 방침을 세우는 등 노선을 변경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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