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협회가 직접 중국 개인 업체 접촉하기도
한국수입협회 “데이터·중국 과거 사례 분석하면, 12월 말에 규제 풀 가능성도”
산자부도 당장 쓸 요소 물량 계속 확보하면서, 중국에 지속적으로 협조 요청

요소수 품귀현상이 지속되는 가운데 8일 오후 서울의 한 주유소에 ‘요소수 품절’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요소수 품귀현상이 지속되는 가운데 8일 오후 서울의 한 주유소에 ‘요소수 품절’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서지민 기자] 국내 요소 품귀현상이 내달부터 더 심화할 가능성이 큰 가운데 정부가 요소 수입국 다변화 대책을 내놨다. 다만 단기간 내 중국산 요소 의존도를 대체할 정도의 새로운 수입국 확보가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오히려 중국의 수출규제를 완화하도록 협상하는 것이 당장의 문제 해결을 위해 더 시급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지난 7일 정부가 제2차 대외경제안보전략회의를 열고 산업용 요소·요소수 수급현황 및 대응방안을 발표했다. 요소수 품귀현상에 대응하기 위해 외교채널을 총동원해 호주·베트남 등 주요 요소 생산국들과 협의해 요소 물량을 확보하겠다는 방침이다. 

국내 요소 재고량은 이달 말이면 바닥이 날 전망이다. 국내 요소수 생산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롯데정밀화학은 이달 말까지 공급할 수 있는 수준의 재고량만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업체들도 비슷한 상황인 것으로 나타났다. 품귀 현상이 일어나자 일각에선 경유차 SCR을 해제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왔지만, 시간과 비용 소모 때문에 추진할 수 없다고 환경부가 선을 그었다.

요소가 안정적으로 공급되기 전까지 요소수 품귀현상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급한 대로 국내에 남은 요소수의 수급을 관리하고, 산업용 요소수를 차량용으로 전환하거나 군대 비축분을 풀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그러나 이는 모두 임시방편에 불과하기 때문에 결국 요소 수입 물량 확보는 필수적이다. 

그러나 단기간 내 새로운 수입국 확보가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업계에 따르면, 중국의 요소 수출 제한으로 한국뿐 아니라 다른 국가들도 요소를 구하는 데 열을 올리는 상황이다. 중국은 세계 최대 요소 생산국이자 수출국으로 매년 전 세계에 약 500만 톤의 요소를 공급하고 있다. 

롯데정밀화학 관계자는 “요소 물량 확보를 위해 자체적으로도 노력 중이고, 정부와도 꾸준히 협의하고 있다. 러시아, 동남아 등 요소 생산을 하고 있는 나라는 전반적으로 모두 접촉 중”이라면서도 “중국이 수출 제한을 하면서 다른 나라들도 요소가 부족해지면서, 지금 세계적으로 요소 수급이 빠듯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업계에 따르면 정부와 유관기관은 요소 물량 확보를 위해 다양한 국가 및 업체와 접촉을 하고 있다. 다만 이번에 호주에서 수입해 온 사례처럼 소규모 물량 중심으로 확보할 것으로 보여 중국산을 전부 대체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한국수입협회 관계자는 “저희 쪽에선 중국 쪽 개인 업체와 얘기 중이다. 현재 중국이 국가나 화학생산업체의 대규모 요소 수입을 제한하고 있는 것이고, 완전 수출 금지는 아닌 상황을 이용하는 것”이라며 “소규모 물량이라도 최대한 확보하려고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7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요소수 품귀현상 대책 마련을 위해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대외경제안보전략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7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요소수 품귀현상 대책 마련을 위해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대외경제안보전략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런 상황에 결국 중국산 수입이 재개되는 편이 가장 빠른 대책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롯데정밀화학 관계자는 “단기간 내 수입국 확보가 쉽지 않은 만큼, 중국산 수입 재개가 가장 빠른 방법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수입협회 관계자도 “수입국 확보를 위해 일선에서 모두 노력 중이지만, 사실 제일 빠른 방법은 중국 수출규제가 풀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국내 요소 수입의 중국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작년 기준 국내에 공급된 산업용 요소의 88%가 중국산이었고, 올해 1~9월에는 97%가 중국산 수입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수입국 다변화를 통해 새로운 국가에서 요소를 수입한다고 해도 중국산 전부를 대체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이르면 12월 말에 중국이 수출규제를 풀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한국수입협회 관계자는 “중국 내 요소 관련 지표를 꾸준히 추적하고 있는데, 중국의 수출규제 이후 요소의 선물·현물 가격은 지속적으로 하락 추세에 있다. 요소 비축물량도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중국 정부가 요소 가격 상승을 잡고 비축 물량 확보하기 위해 수출규제 조치를 내렸는데, 정책 효과가 빠르고 확실하게 나타났다”며 “이르면 12월 말에는 규제가 풀릴 것으로 보고 있다”고 내다봤다.

또 “중국은 과거 2008년에도 요소 가격 급상승으로 인해 다섯 번이나 수출 관세를 인상하는 규제를 했는데, 당시에도 요소 가격이 안정화된 이후 바로 규제를 해제한 바 있다”며 “이번에도 과거와 비슷한 양상으로 갈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산업통상자원부도 수입국 다변화를 추진하면서도 계속 중국과의 협상도 이어갈 거라는 입장이다. 산자부 측은 4일 업계와의 긴급 간담회에서 “중국의 요소 수출입 동향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 중국 정부의 협조를 지속적으로 요청하고, 중국 외 수입국 다변화 지원 등의 노력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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