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그룹, 매각 관련 협의 진행···사모투자펀드 방식 거론
2007년 밥캣 인수 인연···위기 때마다 조력자 역할
“매출 기반 안정적∙재무구조 개선, 인수 부담 덜 듯”

두산그룹이 두산건설 매각에 나선 가운데 신영증권이 인수 의사를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 그래픽=시사저널e DB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두산그룹이 두산건설의 새 주인으로 신영증권이 거론되고 있다. 신영증권은 그동안 두산그룹의 위기 때마다 조력자 역할을 해 왔다. 지난해 대우산업개발과의 매각 무산 이후 1년 넘게 원매자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두산그룹에 이번에도 손을 내밀지 이목이 쏠린다. 

2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두산그룹은 신영증권과 두산건설 매각 관련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양 측은 사모투자펀드(PEF) 방식과 건설 자체의 일부 현물출자를 함께하는 인수구조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펀드 형대로 2~3년간 운용 후 기업가치를 높여 재매각하는 방식이다. 건설 원매자를 찾기 위한 중간단계 형태로 볼 수 있다. 

두산건설 매각 작업이 본격적으로 이뤄지는 건 지난해 대우산업개발과 인수 협상이 무산된 이후 1년 만이다. 두산그룹은 지난해 9월 중견 건설사 대우산업개발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협상을 했지만 가격 등에 대한 이견 차이로 최종 결렬됐다. 이후 오랜 기간 원매자가 나타나지 않아 부담스러웠던 상황이었다. 

이번 매각 작업은 채권단의 의중이 상당수 반영된 것으로 전해진다. 두산그룹은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채권단과 재무구조 개선약정을 맺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지난해 3월 채권단과 약정을 맺고 긴급 지원받은 3조원 중 2조원을 상환한 상태다. 다만 남은 1조원과 관련해 구체적인 상환 계획을 밝히지 않고 있다. 채권단 고위층에서는 두산그룹의 경영 위기 요인 중 하나가 두산건설이었다는 점을 지목, 매각을 우선시하라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선 두산그룹의 위기 때마다 등장한 신영증권이 이번에도 조력자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양사의 인연은 2007년 두산그룹의 49억 달러 규모 밥캣 인수로 거슬러 올라간다. 신영증권은 8억 달러 규모 인수금융을 주관하는 과정에서 두 자릿수로 예상되던 금리를 연 9% 수준으로 낮추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신영증권도 2억5000만 달러의 자금을 댔다.

두 회사가 더욱 가까워진 시기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였다. 당시 두산그룹 주요 계열사의 신용등급이 계속해서 떨어지자 다수의 금융회사와 대형 증권사들이 두산그룹과의 관계의 끊었다. 이때 손을 내민 곳도 신영증권이다. 신영증권은 경영 정상화에 어려움을 겪던 두산건설에 7000억원 규모 자금조달을 주선했다. 이후 주요 자금조달 때마다 주관사로 나서 두산그룹 위기의 불씨를 진화하는 역할을 했다.

두산건설의 재무구조가 개선되고 있다는 점도 인수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두산건설의 순차입금은 2019년 6291억원에서 지난해 말 1308억원으로 떨어졌고, 올해 상반기 605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차입금의존도는 29%에서 12%까지 하락했다. 일산 위브더제니스 상가, 인천 학익 두산위브 아파트, 한우리 리조트 등 부실 사업장 대부분을 지난해 분할한 자회사 밸류그로스로 넘기면서 개선이 이뤄졌다. 재무구조 개선으로 올 상반기 이자비용도 152억원으로 전년 대비 46% 줄였다.

실적 전망도 긍정적이다. 한국기업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두산건설은 민간건축공사를 중심으로 진행 공사가 증가하면서 지난해 매출이 1조8000억원까지 증가했다. 연평균 2조원을 상회하는 신규수주를 기록하면서 올해 상반기 계약 기준 6조6000억원의 수주잔고를 확보하고 있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두산건설이 기존에 쌓아놓은 수주 물량으로 매출 기반이 안정적이고 부실 사업장을 떼어내며 재무구조가 개선되고 있다는 점은 인수 부담을 덜어줄 전망이다”며 “신영증권이 오랜 기간 동반자 역할을 수행해 온 만큼 이번에도 해결책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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