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택지 편법 입찰 의혹··· 조사 나서자 페이퍼컴퍼니 9곳 자진 폐업
최근 4년간 하자판정 가장 많아···‘왕릉뷰’ 아파트 등 잇딴 구설수도

/ 그래픽=시사저널e DB
대방건설이 페이퍼컴퍼니를 이용한 공공택지 벌떼입찰 정황이 드러나면서 논란에 휩싸였다. 기업 이념인 ‘정직성실’이 무색해지면서 구찬우 대방건설 사장의 리더십도 흔들리는 모양새다.  / 그래픽=시사저널e DB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중견 건설사인 대방건설의 도적적 해이가 도마 위에 올랐다. 계열사를 동원한 대규모 택지 전매와 편법적 ‘벌떼 입찰’ 정황이 드러나면서다. 동시에 하자판정을 가장 많이 받은 건설사 1위로 뽑혔다. 각종 구설수에 오르내리면서 구찬우 대방건설 회장이 강조해온 ‘정직성실’ 경영도 무색해진 모습이다.

◇페이퍼컴퍼니 동원 공공택지 ‘벌떼 입찰’···경기도 조사 나서자 9곳 자진 폐업

8일 국회와 업계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대방건설 및 계열사 간 택지 전매는 1조185억원 규모로 나타났다. 대방건설과 계열사가 같은 기간 낙찰받은 공공택지 2조729억원어치 중 절반 가량을 계열사들에 전매한 것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로부터 이 같은 자료를 받아 공개한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문정복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법인 형태와 건물 사용 현황 등을 봤을 때 전형적인 페이퍼컴퍼니다”라고 지적했다.

특히 전매 받은 다수의 계열사가 단기간 동안 집중적으로 신설됐다. 디비건설∙디비산업∙노블랜드 3곳은 2013년부터 11월 사이에 신설됐다. 엘리움∙엔비건설∙대방덕 3곳은 2015년 12월부터 불과 1년 사이에 신설됐다. 해당 계열사들은 직원 수가 1~7명에 불과했고, 20~30대가 건설사 임원으로 등재돼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도 현장조사 결과 법인 소재지 대부분 공실이거나 다른 용도로 사용됐다.

문제는 전매 이후 공공택지 입찰 자격을 획득해 ‘벌떼 입찰’(서류상 회사나 계열사를 입찰 참여시켜 당첨확률을 높이는 것)에 동원됐다는 점이다. 공공택지에 입찰하기 위해선 3년 간 주택건설실적 300가구 이상을 공급한 실적이 있어야 한다. 실제로 엔비건설은 2015년 12월 설립 이후 14일 만에 다른 계열사인 디비산업개발로부터 전주 효천지구 택지를 매입해 아파트를 지었다. 이후 효천지구 공급 실적을 토대로 지난해 파주운정지구 낙찰에 성공했다.

벌떼 입찰을 통해 한 개의 페이퍼컴퍼니가 한꺼번에 3개 택지를 낙찰받고, 부동산 신탁사에 택지를 담보신탁해 사업 자금을 대출받은 사례도 확인됐다. 대방건설이 택지입찰∙담보신탁 대출을 받을 목적으로 페이퍼컴퍼니를 동원했다면 대출 사기에 해당할 수도 있으며, 설령 사기가 아니더라도 심각한 금융 질서 교란 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게 문 의원의 지적이다.

업계에선 페이퍼컴퍼니를 동원한 벌떼 입찰과 일감 몰아주기는 택지 공급의 불공정을 초래하고 소비자의 선택권을 침해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페이퍼컴퍼니 설립·유지 경비까지 분양가에 전가하는 피해를 입힐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대방건설은 같은 해 7월 경기도가 조사를 진행하자 벌떼 입찰에 이용해온 페이퍼컴퍼니 가운데 9곳을 스스로 폐업 신청했다. 하지만 국토교통부는 대방건설의 페이퍼컴퍼니 정황 등을 바탕으로 공공택지 입찰 과정에 부실이 없었는지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4년 간 하자판정 1위···인천 검단 ‘왕릉뷰’ 아파트 등 각종 구설수 잇따라

대방건설은 최근 4년간 하자판정을 가장 많이 받은 건설사라는 불명예도 얻었다. 2018년부터 올해 8월까지 국토부 하자심사·분쟁조정위원회(이하 하심위)에 접수된 928건 중 438건이 하자판정을 받았다. 연도별 시공능력평가 상위 20개사의 공동주택 하자심사 판정 현황을 보면, 2018년에는 HDC현대산업개발, 2019년 대림산업, 2020년 계룡건설산업, 2021년 대방건설이 1위를 차지했다.

최근 4년간 건설사 하자판정 현황 / 자료=국토교통부
최근 4년간 건설사 하자판정 현황 / 자료=국토교통부

대방건설이 계열사를 통해 건설한 공공택지 단지에서도 하자분쟁이 적지 않았다. 대방하우징이 낙찰받아 양주옥정지구에 공급한 대방노블랜드는 천장과 벽체 등에 구멍이나 입주민들과 분쟁을 겪었다. 이 밖에도 고양 덕은지구 대방노블랜드, 전주효천 대방노블랜드에코파크, 경남 양산물금2지구 대방8차 등에서도 각종 하자로 입주민들의 원성을 샀다.

대방건설은 크고 작은 사건에 최근 자주 회사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인천 검단신도시에 짓고 있는 이른바 ‘왕릉뷰’ 아파트 ‘인천검단2차 노블랜드 에듀포레힐’(1417가구)의 경우 문화재청과 공사 중지 처분을 놓고 치열한 법정 다툼을 진행 중이다. 문화재청은 김포 장릉 근처에 해당 아파트를 건설하며 문화재보호법상 문화재 반경 500m 안에 7층 높이인 20m 이상의 건물을 짓는 경우 받아야 할 문화재청의 심의를 받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지난달 대방건설을 비롯해 대광건영, 금성백조 등 3개 건설사를 문화재보호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동시에 공사중지 명령도 내렸다.

대방건설은 이미 공사된 아파트 골조는 유지한 채 외관의 디자인 등을 변경하는 등의 방안을 마련해 내년 6월 앞두고 있는 입주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문화재청의 의중에 따라 변수가 생길 수 있는 만큼 수분양자들의 우려는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문화재청은 공사중지 명령을 했던 3개 건설사로부터 개선책을 이달 11일까지 제출 받아 검토할 방침이다. 최악의 경우 유사 사례 재발 방지를 위해 관련법에 따라 원상회복 조치를 강행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 밖에도 시흥시에 건립 중인 민간임대아파트 역시 임대료 인상 문제를 두고 임차인 및 지자체와 갈등을 빗고 있다.

◇오너 2세 구찬우 사장, 공공입찰로 사세 키워···각종 구설수에 ‘정직성실’ 기업 이념 무색해져

대방건설은 1991년 창업주인 구교운 대방건설 회장이 설립한 ‘광재건설’이 전신이다. 1998년 현재 상호로 변경했다. 2000년대까지만 해도 매출이 15억원에 불과한 작은 건설사였지만, 2009년 구 회장의 장남인 구찬우 대방건설 사장이 경영권을 승계 받은 이후 지금의 외형을 갖췄다. 대방건설 산하에는 대방하우징과 대방주택, 디비건설 등 24개 종속회사가 있다. 올해 시공능력평가 순위는 지난해보다 12단계 상승한 15위를 기록했다.

특히 대방건설은 구 사장 취임 이후 공공택지 입찰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가파르게 성장했다. 지난해 연결 기준 대방건설의 매출액은 2조2851억원, 영업이익은 5527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43.9%, 영업이익은 90.2% 증가했다. 지난 5월에는 자산이 5조원을 돌파하면서 공정위가 지정하는 대기업(공시 대상 기업집단)에도 포함됐다. 사세가 커지면서 2019년 9월 경기도 고양시 일산에서 서울 강서구 마곡으로 사옥도 이전하고, 올해는 창립 30주년을 맞아 기존에 쓰던 아파트 브랜드 ‘노블랜드’를 ‘디에트르’로 바꿨다. 

대방건설은 사옥 이전 당시 기업 이념인 ‘정직성실’, ‘일심화합’, ‘창의개발’을 지켜가면서 고객에 최고의 가치를 선사하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하지만 각종 구설수에 오르내리며 구 사장의 리더십도 흔들리는 모습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대방건설이 공공택지 입찰로 성장한 만큼 벌떼 입찰 등 최근 논란은 경영에 타격을 줄 수 밖에 없다”며 “물론 중견 건설사들이 몸집을 불리는 과정에서 관행처럼 해온 것이지만 대형 건설사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털고 가야 할 숙제다” 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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