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토론회서 산업은행 합병 요구에 반대 의견 제기···“기업결합 과정서 중복 인력 발생으로 인력 감축”
노조 “투자합의서 공개하고 노조와 합의 거쳐 고용보장안 마련해야” vs 산은 “투자합의서 통해 고용 보장될 수밖에 없어”

[시사저널e=유주엽 기자] 아시아나항공 노조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합병 문제와 관련해 조속한 처리보다는 법과 절차가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업 경쟁력 약화를 우려해 조속한 합병을 요구하고 있는 산업은행에 반대 의견을 제기한 것이다.

16일 여의도 스카우트빌딩에서는 아시아나항공 노조와 더불어민주당·정의당 의원 주최로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 무엇이 문제인가?’ 국회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엔 아시아나항공 노조 측을 비롯해 최동선 산업은행 기업금융실장, 신우철 국토부 항공산업과 사무관, 강지원 국회입법조사처 조사관 등이 자리했다. 더불어민주당 및 정의당 의원들은 현장에 참석하진 않았다. 

16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과 관련해 토론회가 열렸다. (왼쪽부터)▲홍석만 참세상연구소 실장 ▲김경율 경제민주주의21 대표 ▲심규덕 아시아나항공 노동조합 위원장 ▲이영수 공공운수노조 사회공공연구원 실장 ▲이상훈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변호사 ▲최동선 한국산업은행 기업금융실장 ▲신우철 국토교통부 항공산업과 사무관 ▲강지원 국회 입법조사처 조사관 / 사진=유주엽 기자
16일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 무엇이 문제인가?’ 국회토론회가 열렸다. (왼쪽부터)홍석만 참세상연구소 실장, 김경율 경제민주주의21 대표, 심규덕 아시아나항공 노동조합 위원장, 이영수 공공운수노조 사회공공연구원 실장, 이상훈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변호사, 최동선 한국산업은행 기업금융실장, 신우철 국토교통부 항공산업과 사무관, 강지원 국회 입법조사처 조사관. / 사진=유주엽 기자

이 자리에서 아시아나항공 노조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이 섣부르게 결정되기보다는 법에 따라 고용을 보장하는 방식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업결합 과정에서 중복 인력 발생으로 인력감축이 이뤄질 수 있는 점을 우려한 것이다. 노조의 이러한 주장은 지난 13일 공정거래위원회에 조속한 기업결합 심사를 요구한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의 발언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심규덕 아시아나항공노조 위원장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노선이 85% 중복되는 상황에서 구조조정이 없을 것이라는 사측 약속을 무조건적으로 신뢰하기는 어렵다”며 “회사는 노조와 협의해 구체적인 고용보장안을 마련해야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산업은행 측은 투자합의서를 통해 고용이 보장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동선 산업은행 기업금융실장은 “고용보장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대한항공은 합의서에 따라 5000억원의 위약금을 물게 되고, 조원태 회장은 경영권에서 물러나야 한다”며 “고용안전은 보장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노조는 투자합의서가 노조 측에 공개되지 않아 고용안전에 대한 사측 주장을 여전히 신뢰하지 못하고 있다. 산업은행은 투자합의서의 경우 고용부분 외에도 기업의 중요한 정보가 많이 담겨있어 공개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입장이다.

또 노조는 고용안전 문제 외에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 자체가 불합리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아시아나항공에 지원금을 제공해 기업회생을 노리거나, 국유화를 통해 고용안정을 보장하고 대형항공사 간 경쟁구도를 유지할 수 있음에도 기업결합 방식을 택해 독과점 우려를 낳았다는 것이다.

이상훈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변호사는 “대한항공은 지금까지 독점노선에 대해 고가의 항공운임 정책을 시행해왔다”며 “기업결합 후 시장독점을 한다면 요금인상이 이뤄져 소비자들에게 피해가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독점경영이 글로벌 경쟁력으로 이어진다는 합리적인 설명이 부족하다”면서 “재벌기업 몰아주기에 반대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는 지난해 11월 공식화했지만 아직까지 결론이 나지 않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아시아나항공의 회생가능성, 결합 이후 대한항공의 독과점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을 내릴 예정이다. 이 외에도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국가들의 심사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강지원 국회입법조사처 조사관은 “항공업의 경우 노선별로 하나씩 분석하며 효율성을 따져봐야 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기업심사보다 시간이 지체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다른 국가의 기업결합 승인 여부가 공정위 판단에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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