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출소직후 삼성전자 서초사옥 방문 후 연휴기간 휴식 취한 것으로 알려져
반도체·배터리 의사결정 속도 낼 듯···취업제한 등 영향 ‘백신’ 매달릴 가능성도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사건으로 실형을 확정받고 복역해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광복절을 앞두고 13일 오전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가석방되어 나오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지난 13일 서울구치소에서 나오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김도현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행보가 금주부터 본격화 될 전망이다. 그룹 내 현안뿐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주목받고 있는 이른바 ‘백신특사’의 역할도 수행하게 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16일 재계에 따르면 지난 13일 가석방으로 출소한 이 부회장은 서울구치소를 나와 삼성전자 서초사옥을 잠시 들른 뒤 자택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묘소가 있는 경기도 수원 선영을 찾을 것이란 소식이 나오기도 했으나 별다른 움직임이 감지되지 않는다는 게 삼성그룹 안팎의 전언이다.

옥중에서 삼성관련 기사들을 통해 그룹관련 주요 사안들을 접해왔다는 이 부회장은 휴식을 취하며 서면으로 경영보고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출소 당시 기자들 앞에 선 이 부회장은 상당히 야윈 모습이었다. 207일 간의 수감생활 중 충수염 수술을 받기도 한 그는 법정구속 당시보다 13kg 가량 체중이 줄었다. 광복절 연휴가 마무리되는 금주부터는 경영진들과 함께 각종 사안들을 논의하고 움직임도 본격화 될 요량이다.

삼성에서 가장 시급한 사안으로는 정체된 투자가 손꼽힌다. 이번 연휴기간 삼성전자 주요 경영진은 회사에 출근해 이 부회장에 보고할 내용을 챙겼으며, 이에 따라 반도체·스마트폰 등 삼성전자 핵심 먹거리에 대한 신규투자와 주요 의사결정이 속도를 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도체의 경우 2030년 시스템반도체 분야 1위를 차지하겠다는 이른바 ‘비전 2030’ 목표가 사실 상 수정이 불가피한 상황인 만큼 조직을 재정비하고 전략을 새로 가다듬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특히 발표는 했지만 구체화시키지 못한 삼성의 20조원 규모 미국 파운드리 공장 신설투자와 관련해서도 조만간 가시적인 계획이 수면 위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

‘미래먹거리’ 전기차 배터리 분야에 대한 의사결정도 시급하다. 경쟁사인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경우 각각 미국의 대표 완성차 브랜드인 GM·포드와 손잡고 합작사(JV)를 설립하는 등 북미 배터리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JV뿐 아니라 독자적인 생산규모도 확대하는 실정이다. 특히 SK이노베이션 조지아공장은 북미 최대규모를 자랑한다.

지난 6월 인터배터리 현장에서 전영현 삼성SDI 사장은 북미 투자계획을 언급했지만 이 역시 구체화되지 못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이 부회장 가석방이 결정된 직후부터 미국 정치권을 중심으로 삼성의 신규 배터리 공장 예정지에 대한 언급이 잦아지고 있다. 미국의 전통적인 자동차 생산의 중심지 디트로이트, 디트로이트와 인접한 미시간 등 오대호 인근 미국 북부지역이 유력시되는 상황이지만,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들의 신규공장들이 들어서고 있는 앨라배마·조지아 등 남부지역에 설립될 가능성도 높다고 업계는 지적한다.

삼성의 전략적 투자와 더불어 관심을 모으는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백신이다. 정치권에서는 이 부회장의 사면이 법무부가 아닌 정권차원에서 결정된 사안이라 입을 모은다. 삼성 측과 일정수준 이상의 교감을 나눈 뒤 사면보다 정치적 부담이 적은 가석방을 택했으며, 이 부회장이 백신특사로 나설 것이란 예측이 나온 것도 이 때문이라는 의미다.

이 부회장 가석방으로 불거진 특혜논란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3일 “엄중한 위기상황에서 반도체·백신분야 등에서 (이 부회장의)역할을 기대하며 가석방을 요구하는 국민들도 많다”고 언급했다.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과 삼성이 계획 중인 투자금액의 절대 다수가 미국에 집중돼 있는 만큼 이 과정에서 현지 정치권 및 기업들과 화이자·모더나 등 백신을 국내로 반입할 수 있게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가석방 신분이고 보호관찰·취업제한 족쇄에 묶여있는 까닭에 현실적인 제약과 마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면서 “코로나19 재확산과 출국금지 등의 영향까지 더해진 상황에서 삼성의 현안보다 오히려 백신수급을 위해 다양한 네트워크를 활용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고 답했다.

이어 “이 부회장이 삼성뿐 아니라 국가경제 전반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변호인 주장이 재판부는 물론이고 국민들에도 공감을 사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면서 “백신수급을 성공적으로 이룰 경우 국민적 지지와 함께 추후 전개될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합병 의혹과 프로포폴 불법투약의혹 혐의와 관련해서도 최악의 판결을 피할 수 있는 토대 정도는 마련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해석했다.

한편, 모더나 mRNA 백신 위탁생산을 맡게 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국내생산은 이달 말부터 본격화 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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