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초 홀수年·무관중·연기개최 도쿄올림픽 23일 개막···내달 8일까지
보이콧 요구에도 코로나 방역실패 日과 중계권 등 수익쫓은 IOC의 강행
후쿠시마 식자재 강요하고 독도·욱일기 내건 일본의 도발로 韓심리 자극
공식파트너 삼성마저도 후퇴···일부 유통가 제외하면 올림픽 마케팅 급감

/사진=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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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e=김도현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확산으로 연기됐던 ‘2020 도쿄올림픽’이 오늘(23일) 개막한다. 이번 대회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미야기·시즈오카·이바라키 등 일부 지역에서 치러지는 경기를 제외한 전 종목이 무관중으로 치러진다.

세 차례 대회가 무산된 적은 있었지만 무관중 올림픽은 동·하계 통틀어 이번이 처음이다. 1차 세계대전으로 1916년 독일 베를린 올림픽이 취소됐으며, 1940년 올림픽은 중일전쟁 여파로 일본 도쿄 핀란드 헬싱키로 한 차례 개최지가 변경됐으나 2차 세계대전 발발로 결국 무산됐다. 1944년(영국 런던) 대회도 같은 이유로 열리지 못했다.

도쿄올림픽은 개막 전부터 최초 타이틀을 세 개나 지니게 됐다. 무관중 뿐 아니라 올림픽 연기도 전례가 없으며 이로 인해 역대 처음으로 홀수 해에 열리게 됐다. 유례없는 대회를 향한 여론은 부정적이다.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확산세가 여전하며 무엇보다 일본 내에서만 매일 수천명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어서다.

일본 당국은 올림픽 개막을 한 달여 앞둔 시점부터 대대적인 셧다운 정책을 펼쳤으나 사정이 나아지지 않고 있다. NHK보도에 따르면 22일 오후 9시 기준 이날 일본의 신규 확진자 수는 5397명이다. 5월 20일(5712명) 이후 최대치다. 도쿄도에서만 1979명이 추가됐다. 이 역시 1월 15일(2044명) 이후 최고 확진자 발생 기록이다.

대회가 열리기 이전부터 보이콧 요구가 들끓었으나 일본 정부는 개최를 강행했다. 2011년 동일본대지진으로 발생한 후쿠시마 원전사고 극복 이미지를 전 세계에 전달하고 올림픽 직후 열리는 총선을 대비하기 위한 정치적 셈법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무엇보다 대회 개최·연기·취소 등의 결정권이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게만 있는데 스폰서·중계권 등 각종 수익사업이 얽혀져 있어 대회를 강행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국내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시큰둥한 반응이 주를 이룬다. 대회가 가까워질수록 무관심을 넘어 반감이 확대되고 있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 스포츠 이벤트에 외교적 분쟁을 개입시키지 않기 위해 공식지도에 독도를 제외했던 우리나라와 달리 일본은 자국 지도에 독도를 표기했다.

 

지난 22일 개최국 일본과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도쿄올림픽 축구 조별예선이 치러진 일본 도쿄 스타디움. 관중석이 텅 비어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22일 개최국 일본과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도쿄올림픽 축구 조별예선이 치러진 일본 도쿄 스타디움. 관중석이 텅 비어있다. /사진=연합뉴스

또 주최 측이 후쿠시마 식자재를 선수단 식당에 사용함에 따라 별도의 급식시설을 갖춘 여려 국가들 중 유독 한국을 표적 삼는 현지 언론과 여론에 대한 반감도 커졌다. 이 밖에도 국제축구연맹(FIFA)과 달리 일본의 제국주의를 상징하는 욱일기 응원을 IOC가 허용함에 따라 국내 여론도 악화된 상태다. 자연히 올림픽·월드컵 등 대형 스포츠 이벤트를 통해 홍보활동에 박차를 가했던 기업들도 유독 이번 대회에 있어서는 소극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

국내 유일 ‘월드와이드 올림픽 파트너’ 삼성마저도 마케팅이 축소됐다. 월드와이드 올림픽 파트너사는 삼성을 포함해 ▲에어비앤비 ▲알리바바 ▲아토스 ▲브릿지스톤 ▲코카콜라 ▲다우케미칼 ▲제네럴 일렉트릭(GE) ▲인텔 ▲오메가 ▲파나소닉 ▲P&G ▲토요타 ▲비자카드(VISA) 등 14개 글로벌 업체들만 이름을 올리고 있다. 대회기간 중 경기장 안팎에서 대대적인 홍보활동이 가능하다.

삼성전자는 1988 서울올림픽 지역파트너를 계기로 IOC와 인연을 맺은 뒤 1998 나가도동계올림픽을 계기로 글로벌 파트너사로 발돋움했다. 2028 LA올림픽 때까지 공식 후원계약을 맺은 삼성전자는 이번 대회기간 중 ‘갤럭시 S21 5G 도쿄 2020 올림픽 에디션’ 1만7000대를 올림픽·패럴림픽 선수 전원에 제공하고 올림픽·패럴림픽 선수들로 구성된 갤럭시 브랜드 앰버서 ‘팀 갤럭시’를 운영하기로 했다.

팀 갤럭시에는 ▲김연경(한국·배구) ▲장준(한국·태권도) ▲최경선(한국·마라톤) ▲조기성(한국·수영·패럴림픽) ▲디나 애셔 스미스(영국·육상) ▲스카이 브라운(영국·스케이드보드) ▲캘로리나 마린(스페인·배드민턴) ▲오사코 스구루(일본·마라톤) ▲하라다 카이(일본·클라이밍) ▲제시카 롱(미국·수영·패럴림픽) ▲쓰지우치 아야노(일본·수영·패럴림픽) 등이 포함됐다.

매스컴의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국내·외 최정상 선수들을 통해 자연스럽게 브랜드 이미지 제고를 노리겠다는 심산이다. 다만 예년에 비해서는 상당히 축소됐다는 평을 얻는다. 무관중으로 치러지고 코로나19로 외국인 관광객 방문객이 예년 대회에 비해 급감하다보니 경기장 안팎의 홍보효과가 제한적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게다가 이번 대회를 둘러싼 국내 정서마저 악화되자 한국에서의 마케팅활동도 제한적으로 진행하는 모양새다.

다른 기업들의 활동도 마찬가지다. 현대자동차그룹은 FIFA의 공식 후원사다. 월드컵에서는 대대적인 마케팅을 벌이고 있지만 일본의 토요타가 월드와이드 파트너사로 자리하는 만큼 월드컵 기간 중 홍보활동은 제한적으로 벌여왔다. 국내서 열린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만 지역파트너 수준의 후원만 단행했을 정도다. 게다가 일본의 경우 현대차가 시장을 철수한 지역이어서 별다른 활동을 내보이고 있지 않다.

 

/연합뉴스
지난 20일 도쿄올림픽 출전을 위해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출국하는 김연경 선수. 삼성 갤럭시 브랜드 앰버서 ‘팀 갤럭시’ 소속인 김 선수는 아직 미출시된 ‘갤럭시 워치4’를 착용하고 출국했다. /연합뉴스

통상 대형 스포츠이벤트를 통해 제품판매를 촉진시키고 이벤트성 상품을 내놓기도 했던 가전업계와 은행권에서도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 않다.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까지 겹치면서 외부활동의 제약이 걸리자 대형마트·편의점 등을 중심으로 주류 및 식음료 제품관련 이벤트가 벌어지는 것 외에는 올림픽을 통한 마케팅 활동이 멈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게 유관업계 전반의 공통된 견해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응원복 차림의 광고모델이 보다 선명한 화질의 TV로 대회를 즐기라는 CF가 등장하고, 우리 선수단의 선전을 기대하는 금융상품이 출시하며, 길거리 전광판에서는 국가대표를 응원하는 대기업의 메시지가 등장하는 게 그간 우리가 경험해온 올림픽·월드컵 등을 앞둔 풍경이다”면서 “이 같은 모습이 자취를 감추다보니 올림픽 개최에 대한 체감도 반감된 영향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어 “도쿄올림픽이 연기되고 무관 중으로 치러지는 요인 외에도 국내에서도 일일 확진자 수가 급증하며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이 강화되는 상황이 겹치면서 올림픽에 대한 관심이 급감했다”면서 “여기에 최근 수년 간 악화돼온 일본과의 관계와, 올림픽을 통해 자국의 부정적 이미지를 상쇄하려는 일본 당국이 우리 민심을 거스르는 행동을 일삼으며 홍보활동에 최악의 대회가 돼버렸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사람들이 모이거나, 하다못해 눈과 귀라도 집중돼야 기업들이 회사 이미지를 높이고 제품을 알리기 위해 막대한 자금을 쏟지 않겠느냐”면서 “일본의 대표적인 완성차 브랜드이자 월드와이드 파트너인 토요타마저 사실 상 현지 홍보를 포기한 상황에서, 국내 감정까지 악화됨에 따라 일부 소매업종을 제외한 대대적인 홍보에 나설 기업이 사라지게 된 것이다”고 부연했다.

한편, 개막식은 이날 오후 8시 도쿄 국립경기장에서 열린다. 대회는 내달 8일까지 17일간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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