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총파업 결의···졸속 매각’ 반발 수위 높여
“중흥건설 입찰 원칙 무시, 실사 저지 총력”
정창선 회장, 노조 소통 계획 가로막혀
정치권도 문제 제기···“국정감사로 이어질 수도”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중흥건설을 우선협상대상자로 결정한 대우건설의 매각 작업이 집중포화를 맞고 있다. 노조는 ’졸속 매각’을 중지하라며 총파업이라는 초강수를 뒀다. 실사 저지와 인수 반대 투쟁까지 강행한다는 계획이다. 정치권에서도 문제를 제기하며 논란이 가을 국정감사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연내 인수 작업을 마무리 짓겠다던 중흥건설의 계획도 차질을 빚을 상황에 처했다. 

◇대우건설 노조 ‘졸속 매각’ 반발···총파업 결의, 직원 절반 참여 예고  

2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전국건설기업노동조합 대우건설지부는 매각을 저지하기 위한 총파업을 결의했다. 지난 15일부터 19일까지 ‘2021년 임금협상 쟁취 및 불공정 매각 반대’를 위한 쟁의행위 투표를 진행한 결과 조합원 85.3%가 참여해 95.9%가 총파업에 찬성했다. 대우건설 노조 가입률은 약 50%로, 파업이 확정되면 직원의 50%가 파업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21일 오후 서울 중구 대우건설 본사 앞 매각을 규탄하는 근조화환과 현수막이 보이고 있다. / 사진=길해성 기자 

앞서 노조는 ‘졸속 매각’을 철회하라며 총파업을 예고했다. 입찰 과정부터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이다. 통상 기업을 매각할 때 입찰공고와 예비입찰, 현장실사 등을 거친 뒤 본입찰을 진행한다. 호반건설이 대우건설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가 중도 포기했던 3년 전 매각도 이 같은 절차를 따랐다. 하지만 이번에는 입찰공고와 예비입찰, 현장실사 등이 생략된 채 본입찰이 진행됐다. 이후 뒤늦게 실사가 진행되자 노조는 매각 절차가 규정대로 진행되고 있지 않다며 반발하고 있다.

재입찰 과정도 논란을 키웠다. KDB산업은행의 자회사이자 대우건설의 최대주주인 KDBI는 지난 6월 1일 대우건설 공개매각을 추진했다가 인수가 2조3000억원을 써낸 중흥건설의 반발로 재입찰을 진행했다. 결국 2조1000억원에 중흥건설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최종 선정했다. 노조는 매각 절차에서 특정 업체의 입찰가 수정 기회를 제공한 것이 배임 소지가 있다고 봤다. KDBI가 정상적인 절차를 위반하고 재입찰을 진행해 회사에 약 2000억원의 손실을 입혔다는 입장이다.

◇“중흥건설, 실사 저지”···노조 반발에 정창선 회장 소통 계획도 무색 

갈등의 화살은 중흥건설로 향했다. 노조는 중흥건설이 경쟁입찰 원칙을 무시한 만큼 인수 자격이 없다는 입장이다. 향후 진행하는 실사를 저지하는 등 인수 반대 투쟁에 총력을 다한다는 계획이다. 노조는 “이미 제출한 금액이 비싸다는 이유로 입찰 서류 교체를 요구한 것은 중흥건설의 명백한 위법행위”이라며 “국가 재정에 약 2000억원의 손해를 끼친 만큼 중흥건설에 대해 ‘입찰방해죄’로 고발조치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노조의 반발 수위는 호반건설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던 2018년보다 높아진 모습이다. 당시 노조는 호반건설의 대우건설 인수에 대해 반대했지만 총파업이나 실사 저지라는 초강수를 두진 않았다. 호반건설은 대우건설이 갖고 있던 해외부채를 우려해 스스로 인수를 포기했다. 한 대우건설 관계자는 “대우건설 내부에서 중흥건설 인수에 대한 반대 기류가 상당한 가운데 절차를 무시한 입찰 과정과 인수가 조정이 성난 분위기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고 말했다. 

갈수록 여론이 악화되면서 소통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자신한 정창선 중흥건설 회장의 발언도 무색해졌다. 앞서 정 회장은 지난 14일 광주상의 회의실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인수가 마무리되면 노조는 물론 임원과도 만나 진심을 전할 것”이라며 “나의 성실과 정직함을 알면 노조도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회장의 발언은 오히려 논란만 키웠다. 노조는 “매각 절차가 마무리된 이후 대화를 진행하겠다는 것은 중흥이 처음부터 노조를 비롯한 내부 구성원들을 철저히 무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불편한 기색을 나타냈다. 

중흥그룹이 지난 5일 대우건설 매각 우선협대상자로 선정되면서 정비업계도 동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노조의 여론이 점차 악화되면서 소통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자신한 정창선 회장의 발언도 무색해진 모습이다.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노조는 산은·KDBI 매각 관계자들에 대한 법적 조치도 예고했다. 성명을 통해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과 이대현 KDB인베스트먼트 대표를 비롯해 매각에 책임이 있는 관련자들을 배임 혐의로 고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산은과 KDBI에 대해 감사원 감사청구, 청와대 탄원서 제출, 국회를 통한 국정감사 요구 등을 진행 중이다. 실사가 늦어지고, 법적 공방까지 벌어지면 중흥건설의 연내 인수 계획도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정치권 문제 제기, ‘셀프 검증’ 논란까지···“가을 국정감사까지 이어질 수도”

정치권에서도 문제를 제기하면서 KDBI와 중흥건설은 난감한 상황에 놓였다. 윤의옥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3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은성수 금융위원장에게 “2017년 대우건설 매각 추진 당시에는 6개월이 걸렸는데, 이번에는 공고도 없이 25일 만에 초스피드로 진행됐다”며 “입찰자가 높은 가격을 제시했다는 이유로 매각 가격이 인하됐는데 이는 듣지도 보지도 못한 초유의 사례”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매각 과정이나 절차상 규정을 위반한 게 없는지 금융당국이 꼼꼼히 조사해서 바로잡을 것이 있다면 바로 잡아달라”고 주문했다. 

‘셀프 검증’ 논란도 등장했다. 졸속 매각 의혹이 커지자 산은 M&A실에선 관련 조사에 착수했다. 매각 공고 없이 24일 만에 본입찰을 진행한 점, 중흥건설의 인수가 조정 요구를 수용한 점 등 KDBI의 규정 위반 여부를 조사 중이다. 하지만 산은이 자회사인 KDBI를 직접 조사하는 만큼 엄정한 검증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게 정치권과 노조 측의 반응이다. 정치권 안팎에선 논란이 장기화될 경우 관련 내용이 가을 국정감사에서 다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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