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신뢰·정보비대칭 등 허들 해결하며 성장
10년 동안 이용자·트렌드·브랜드 모두 달라져

조용민 머스트잇 대표가 지난 23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머스트잇 사무실에서 사업 방향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 사진=변소인 기자
조용민 머스트잇 대표가 지난 23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머스트잇 사무실에서 사업 방향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 사진=변소인 기자

[시사저널e=변소인 기자] “직원들에게 백화점, 타 플랫폼도 이용해보라고 해요. 다른 구매처를 이용할 때는 이유가 있을 테니 자존심은 상하지만 그 이유를 분석해서 보완하면 되니까요.”

조용민 머스트잇 대표의 사업방식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조 대표는 화려한 광고 대신 실제 사용자들이 불편해하는 부분을 찾아내 고치면서 내실을 다지고 있었다. 생소했던 온라인 명품 구매를 중계 플랫폼으로 구축해 지금의 1위가 되기까지 조 대표의 고민도 많았다. 지난 23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머스트잇 사무실에서 조 대표를 만나 머스트잇 성장과정과 향후 계획에 대해 들었다.

정보 비대칭성 때문에 온라인 명품 중계플랫폼을 시작하게 됐다고.
2011년 창업 당시 소비자 대부분은 온라인 명품이 어떻게 유통되는지 잘 모르고 있었다. 백화점 판매 제품과 온라인 판매 제품이 다른 것은 아닌지 걱정하는 이들이 많았다. 때문에 온라인에서 명품을 구매하는 것에 대해 불안해했다. 오프라인과 온라인 모두 같은 정품이 맞고 단지 오프라인과 온라인 유통 구조자체가 다른 것이다. 이용자들에게 이런 정보를 주고 신뢰도를 높이면 사업이 가능할 것으로 봤다.

머스트잇 규모가 어느 정도인가.
지난해 온라인 명품시장 규모가 1조5000~1조8000억원 정도로 추정한다. 지난해 기준 머스트잇의 매출액은 2500억원이다. 단순 계산하면 온라인 명품시장에서 약 15% 정도를 차지한다. 온라인 명품 플랫폼 중에 1위이고 10년 연속 흑자를 달성했다.

타 플랫폼에 비해 광고가 적은 것 같다.
본질이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충분하게 준비가 돼있지 않은 상태에서 고객을 불러 모았을 때 많은 비용이 들어가기도 하고 회수가 안 되는 부분도 생긴다. 한 번 불편함이 생긴 고객은 다시 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다. 기본적인 환경을 잘 갖춘 뒤 대대적인 광고를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지난해 기준 머스트잇의 광고비 비율은 총 거래액의 1% 미만이다.

3대 명품(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 제품이 약하다.
3대 명품은 생산하는 물량 자체가 적어서 병행수입으로 나가는 물건도 적다. 그래서 양이 적을 수밖에 없다. 병행수입의 한계다. 그래서 앞으로는 구매대행을 통해 도매가는 아니지만 리테일가로 상품을 판매할 예정이다. 해외 리테일가가 저렴하기 때문이다. 지금도 일부 판매자들이 구매대행을 하고 있지만 머스트잇이 자체적으로 구매대행을 하려고 준비 중이다. 작은 규모가 아니라 규모를 키워서 하려고 스터디하면서 구조를 짜고 있다.

신뢰성 문제는 극복했나.
판매자들의 상품을 모니터링하면서 관련 데이터를 토대로 정책과 시스템을 만들었다. 이런 정책을 계속 고도화시키면서 가품을 판매할 가능성이 있는 판매자들의 진입을 막고 있다. 만약 가품이 나오면 즉시 회수해서 민간 감정회사에 의뢰하게 된다. 가품 판정이 나면 구매자에게 200% 보상하고 판매자는 퇴출된다. 무엇보다 투명성과 신뢰성이 중요하다.

명품 구매 트렌드가 어떻게 변화했나.
일단 브랜드 차이가 크다. 창업 당시만 해도 미국 명품 브랜드인 코치, 마이클코어스, 토리버치가 많이 거래됐다. 주로 30~40대가 구매했고 가격 허들이 낮았다. 특히 아르마니, 버버리 시계도 많이 판매됐다. 객 단가는 20만~40만원 수준이었다. 지금은 구찌, 발렌시아가, 톰브라운, 샤넬 등의 브랜드가 잘 판매된다. MZ세대들의 구매가 주를 이루고 있고 이들은 컨템포러리 브랜드인 마르지엘라, 메종키츠네, 아미 등의 브랜드를 선호한다. 액세서리나 가방보다는 의류, 신발이 인기가 많다. 연령대는 점점 낮아지고 있지만 객 단가는 오히려 올랐다. 지난해 평균 객 단가는 36만원이었다.

백화점 VIP도 끌어올 수 있을까.
그렇게 가야하고 그렇게 가고 있다. 백화점에서 구매력이 뛰어난 이들은 소득이 많을 확률이 높다. 그렇다고 이들이 합리적인 소비를 지향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자본이 많다고 하더라도 이왕이면 같은 제품을 저렴하게 사려고 하는 것은 공통된 니즈다. 정보의 비대칭이 해소가 된다면 이들이 이동하지 않을 이유는 없다. 머스트잇에서 연간 1000만원 이상 사용하는 고객의 비중도 늘어나고 있다. 이들을 유인하기 위해서는 저렴한 가격을 내세우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이들이 백화점을 찾는 이유는 케어를 받고 감성적으로 대우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머스트잇도 고객 케어 프로그램을 늘리고 멤버십 강화해 머스트잇에서 많이 구매하면 고객이 이 플랫폼에서 특별한 대우를 받는다는 경험을 줄 것이다. 온라인에서만 줄 수 있는 경험을 주면 충분히 흡수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내년 쯤이면 관련 멤버십을 선보일 수 있을 것 같다.

명품의 대중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명품이 역사적으로 보면 명품이 상류층 귀족을 위한 전유물이었지만 지금은 누구나 애용할 수 있게 됐다. 기념일 등 특별한 날에 청담동 고급 레스토랑을 방문하듯 명품도 양의 차이는 있겠지만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소비할 수 있는 것이다. 명품을 이용하며 가치를 알게 돼 지속적으로 명품을 소비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합리성을 논하는 것이 의미가 없다. 자주 사용하고 만족감이 크다면 명품이 더 합리적일 수도 있다.

130억원의 투자를 받았는데 어디에 활용할 계획인가.
기술투자, 인재채용, 마케팅에 가장 많이 할애할 것 같다. 현재 직원이 60명 이상인데 계속 채용 확대해 80명까지 충원할 계획이다.

머스트잇은 올 가을 사옥 이전을 앞두고 있다. 압구정역 부근으로 이동해 규모를 좀 더 넓힐 계획이다. 조 대표는 대대적인 변신을 예고하며 이용자들의 신뢰성을 한층 끌어올릴 묘책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