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정식 공지 없어···오는 10월말까지 운영할 듯
직원 연봉 20% 삭감하는 등 영업 어려워져

16일 서울 동작구 태평백화점 모습. / 사진=변소인 기자
16일 서울 동작구 태평백화점 모습. / 사진=변소인 기자

[시사저널e=변소인 기자] “이수역의 파고다공원이지 뭐.”

서울의 수많은 대기업 백화점 사이에서 꿋꿋이 살아남은 태평백화점을 향한 지금의 평이다. 중장년층이 주로 찾는 백화점이어서다. 유통업계에서는 대단하다고 입을 모아온 태평백화점이지만 얼마 후면 이런 칭찬을 들을 수 없게 됐다. 올 가을 문을 닫기 때문이다.

동작구에 따르면 동작구는 최근 태평백화점이 위치한 사당동 136-1 일대 3784㎡를 ‘이수3특별계획구역’으로 지정해 개발하기로 했다. 동작구의 공고안을 보면 태평백화점 자리에는 허용 용적률 800%가 적용돼 지하 6층, 지상 23층, 연면적 4만5993.4㎡의 주상복합건물이 세워진다. 태평백화점이 없어지고 고층의 주상복합건물이 들어서게 되는 것이다.

지난 1992년 개점이후 약 30년간 서울 소규모 백화점으로 자리를 지켜온 태평백화점이 문을 닫는다는 소식을 듣고 16일 백화점을 방문했다. 여느 때와 같이 태평백화점은 여유로운 표정이었고 정문 가득한 행사장 천막아래에는 중장년층이 물건을 살펴보고 있었다.

우선 태평백화점 앞을 빗자루로 쓸고 있는 직원에게 다가가 태평백화점 폐점에 대해 물었지만 전혀 모르는 눈치였다. 아직 영업을 잘 하고 있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태평백화점 안으로 들어가 여러 매장을 돌아다니며 영업 종료에 대해 물었지만 정확한 지침이나 공지, 공문을 받은 이들은 없었다. 소문으로 알고 있는 수준이었다.

태평백화점은 이수역 바로 앞에 위치해 동작구와 서초구 등 인근 지역 고객들의 방문이 잦은 백화점이었다. 하지만 대기업 백화점의 등장과 명품의 강세, 토종 브랜드의 쇠퇴 등으로 영업부진을 겪었다. 게다가 시설까지 낙후되면서 이런 결정을 내리게 된 것으로 보였다.

16일 서울 태평백화점 내 일부 진열대에는 제품이 비어있었다. / 사진=변소인 기자
16일 서울 동작구 태평백화점 내 일부 진열대가 비어있다. / 사진=변소인 기자

태평백화점 내부에는 대형 백화점에서 흔히 보는 화장품 브랜드나 명품 브랜드 등을 찾아볼 수 없었다. 대형마트나 아웃렛 등에 입점하는 소규모 브랜드 등 한때 시대를 풍미했던 추억의 브랜드가 가득했다.

5층까지 전 매장을 둘러봤지만 20, 30대 쇼핑객은 찾기 힘들었다. 쇼핑객이 거의 없었지만 그마저도 중장년층이었다. 유행에 민감한 백화점이라기보다는 가성비 좋은 브랜드로 구성돼 알뜰하게 쇼핑하기 좋은 공간이었다. 한 매장 걸러 직원이 상주하지 않았다. 빈 매장은 다른 매장 직원이 대신 봐주고 있었다.

인기브랜드는 없었지만 태평백화점을 이용한 이들의 평가를 후했다. 태평백화점 네이버 방문자 리뷰에는 저렴하고 친절해서 좋다는 평이 대다수다. 한 쇼핑객은 “저렴한 가격으로 식사했습니다. 없어서는 안 되는 백화점”이라는 평을 남기기도 했다.

고객들의 호평과 달리 직원들은 오래전부터 어려움을 호소해왔다. 태평백화점 내 한 안경점은 50% 이상 세일에 들어갔다. 이 안경점 직원에게 태평백화점 영업종료에 대해 묻자 “오피스텔이 된다는 소문은 들었다. 우리 매장은 8월말까지 세일을 진행한 뒤 재계약은 하지 않을 예정이다” 장사가 안 된다“고 답했다.

이 직원 역시 정확한 공지를 통보받지는 못했다고 전했다. 다른 매장 직원 역시 손님 중에 폐점에 대해 물어보는 이가 있지만 잘 모른다고 답할 뿐이라고 말했다.

16일 서울 동작구 태평백화점에서 일부 브랜드가 고별전을 진행하고 있다. / 사진=변소인 기자
16일 서울 동작구 태평백화점에서 일부 브랜드가 고별전을 진행하고 있다. / 사진=변소인 기자

한 여성복 매장 점원은 “건물이 오래돼서 비도 새고 낙후됐기 때문에 백화점이 문을 닫고 투자가치가 높은 주상복합으로 변한다고 소문을 들었다”며 “우리 브랜드는 이달 24일부터 빅 세일에 들어갈 거다. 아마 다른 브랜드들도 다음 달부터 본격적으로 마지막 세일을 진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태평백화점에서 한 매장을 담당하는 유통업계 본사 관계자는 “지난해 태평백화점에서 계약서 내용을 변경했다”며 “갑이 백화점업을 종료할 시 계약기간이 남았어도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내용이 추가됐다”고 전했다. 그는 “10월 말까지만 영업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동안 직원 연봉 20% 삭감하는 등 내부에서 난리도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16일 서울 동작구 태평백화점 6층 태평스포츠센터 수영장은 운영이 중단된 상태다. / 사진=변소인 기자
16일 서울 동작구 태평백화점 6층 태평스포츠센터 수영장은 운영이 중단된 상태다. / 사진=변소인 기자

2년 만에 태평백화점을 찾았다는 쇼핑객 A씨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자녀 2명과 함께 백화점을 방문한 A씨는 6층 실내수영장을 찾았다. 하지만 수영장은 현재 영업을 하고 있지 않았다.

A씨에게 태평백화점 폐점 소식을 알리자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A씨는 “예전에는 자주오던 추억의 장소인데 운영 안 한다니 너무 서운하다. 사람이 너무 없긴 한 것 같다”며 백화점을 빠져나갔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