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큐어백 신뢰·실용성 중시···수탁 컨소시엄도 가능”
국내 위탁 생산은 내년 가능해···기업 증설·정부 지원 추진
에스티팜·삼성바이오·한미약품·GC녹십자 등 일부 생산 시설 갖춰

국빈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빈 한 호텔에서 프란츠 베르나 하스 큐어백 최고경영자(CEO)와 화상면담을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빈 한 호텔에서 프란츠 베르나 하스 큐어백 최고경영자(CEO)와 화상면담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이준영 기자] 큐어백의 코로나19 백신 한국 위탁생산 여부 관건으로 신뢰 확보와 생산력이 꼽혔다. 이를 위한 국내 기업들의 증설 검토와 정부 지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오스트리아를 국빈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독일 바이오 제약사 큐어백의 프란츠 베르너 하스 대표와 화상 면담에서 “향후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의 생산 거점으로 한국을 우선적으로 고려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하스 대표는 변이 바이러스가 퍼지는 상황에서 포괄적 네트워크가 중요하다며 “한국은 최고 수준의 유수 제약회사들이 많기 때문에 협력의 여지가 많다”고 답했다.

메신저 리보핵산(mRNA) 백신을 개발 중인 큐어백은 이달 임상 3상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큐어백 백신의 임상 실험을 진행 중인 스페인의 바이오 크루세스 연구실은 큐어백 백신 효능 실험에서 주목할 만한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았다고 지난 15일 밝혔다. 연구실에 따르면 큐어백은 오는 8월 유럽의약품청 EMA에서 백신 긴급 승인을 받을 계획이다.

큐어백은 백신 대량생산 시설이 없기에 위탁생산을 하고 있다. 현재는 독일 렌트슐러바이오파마, 프랑스 파레바 등 유럽 업체들과 백신 원료의약품 및 완제의약품 위탁생산 계약을 했다. 이에 우리 정부와 기업들은 큐어백 백신의 한국 위탁생산을 기대하고 있다. 현재 큐어백과 국내 일부 기업은 위탁생산과 관련해 접촉을 추진하고 있다.

큐어백의 한국 위탁생산 여부는 신뢰 확보와 생산력에 달렸다는 평가다. 큐어백과 수 차례 접촉한 정부 당국자는 “큐어백은 신뢰관계를 매우 중시 여겼다. 당장의 이윤을 넘어 장기적인 포석을 고려하고 있다”며 “큐어백은 실용성을 강조했다. 기술적 내용과 실질적인 것을 중시했다. 신뢰관계가 쌓여야 한다”고 말했다.

큐어백이 국내 기업과 위탁생산을 고려할 때 생산력을 고려할 수 있냐는 질문에는 “큐어백과 국내 기업 간에 비즈니스 타산이 맞아야 한다”고 했다.

큐어백은 올해는 유럽 중심으로 백신을 생산할 계획이기에 내년 이후 한국 위탁생산이 가능하다. 큐어백이 한국에서 위탁생산할 경우 기업들의 관련 시설 증설과 정부의 각종 지원도 탄력을 받는다.

한국바이오의약품협회 관계자는 “정부의 코로나19 백신 개발과 위탁생산에 대한 지원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며 “정부 지원은 mRNA 및 유전자재조합 방식 백신 등 기술 플랫폼별로 이뤄질 것으로 본다. 시설 투자의 경우 반도체 분야처럼 세액공제 확대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문 대통령은 하츠 대표와 면담에서 “한국 정부도 글로벌 백신 허브 추진 태스크포스(TF)를 통한 원부자재 및 생산시설의 확충 지원 등 모든 행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언급했다. 큐어백과 위탁생산 계약을 맺은 국내 기업에 대해 증설 및 원부자재 지원, 신속 허가 등 종합적으로 뒷받침 하겠다는 의미다.

기업들도 이러한 상황에 맞춰 증설 검토에 속도를 내고 있다. mRNA 방식 백신 위탁생산 시설을 갖춘 한 기업 관계자는 “증설을 위해 필요한 시설 주문을 하려고 한다. 해외 백신 개발사들과 계약이 이뤄지면 증설은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서 큐어백이 개발중인 mRNA 방식 백신을 위탁생산 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춘 곳은 에스티팜, GC녹십자, 삼성바이오로직스, 한미약품 등이다. 다만 각 기업마다 위탁 생산력과 시설이 달라 큐어백이 백신의 완제의약품과 원료의약품 가운데 어떤 위탁을 맡길지도 관심이다. 큐어백은 유럽 업체들에 백신 원료의약품과 완제의약품 위탁생산을 모두 맡긴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 모더나로부터 mRNA 백신 충진·포장 단계인 완제의약품(DP) 공정을 위탁 받은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내년 상반기까지 원료의약품까지 생산할 수 있는 설비를 증설하겠다고 밝혔다.

GC녹십자는 작년에 준공한 시설에서 mRNA 백신 완제의약품 위탁생산이 가능하다. 한미약품은 평택 바이오플랜트 공장에서 mRNA 백신 원료의약품을 위탁 생산할 수 있으나 일부 시설 변경이 필요하다.

에스티팜은 mRNA 백신 충진과 포장을 제외한 원료 생산(DS)과 LNP(지질나노입자) 조성까지 할 수 있는 중간급(연간 240만 도스) 규모 시설을 갖췄다. 에스티팜은 1년에 1억2000만 도스까지 생산을 확대할 수 있는 증설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큐어백 백신 위탁생산을 위한 한국 기업 간 컨소시엄도 가능하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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