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이다. 요즈음 대다수 회계사는 비시즌으로 여유를 만끽하고 있다. 본 글은 읽는 독자 중에는 회계사의 직업적 특성을 모르는 청소년도 있을 거라 생각이 들어 이 글을 적고자 한다.

필자도 청소년 때는 회계사가 무엇을 하는 직업인지 잘 몰랐다. 다만 신문기사 등을 통해 고소득 전문직 중에 회계사가 있다는 것 정도만 알았다. 친구 아버지나 친척 중에 회계사가 없었으니, 그럴 만했다. 지금도 주변 지인 중 회계사가 없는 청소년은 회계사라는 직업에 대해 막연하게만 알 것으로 생각된다. 직업도 알아야 선택을 할 수 있으니, 청소년에게 회계사라는 직업을 소개하려 한다. 

회계사가 하는 일은 크게 회계감사, 세무대리, 컨설팅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여기서 회계사가 하는 컨설팅을 좀 더 자세히 설명하면 재무/회계/세무에 대한 자문 혹은 용역쯤으로 설명할 수 있다. 위 셋 중에 회계감사가 제일 업무 비중이 높다. 회계감사란 기업체가 작성한 재무제표가 제대로 작성되었는지, 인터뷰/증빙대사/추정/재계산/외부조회 등의 방법으로 검증을 하는 것이다.

회계감사를 아예 하지 않는 일부 회계사를 제외한 대다수 회계사는 회계감사 시즌을 겪게 된다. 우리나라의 거의 모든 기업은 12월말 결산법인이기 때문에 대다수 회계사는 매년 1월에서 3월까지 회계감사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필자도 회계사로 일한 십수 년 동안 항상 매년 1월에서 3월까지는 회계감사로 여유가 없었다. 1월에서 3월 사이에 여유 있게 지내려면 회계사라는 직업은 택하지 않는 것이 맞다. 필자가 대형회계법인에 근무했던 과거 회계감사 시즌 중에는 업무강도를 견디지 못한 신입회계사가 갑자기 출근을 안 하는 경우도 있었다.

심한 사례로는 신입회계사가 아무 말 없이 그냥 자기 책상에 회사에서 받은 노트북을 두고 안 나오는 경우도 있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새벽 3시에 집에 가는 생활을 두 달이 넘게 해야 했으니, 이런 업무강도를 처음 접하는 신입회계사의 난감한 심정도 이해가 된다.

그러나 대부분의 신입회계사는 이렇게 고생하더라도 지금 일을 배우지 않으면 앞으로 회계사로서 일을 해나갈 수 없으니, 고초라 생각하면서도 묵묵히 맡은 업무를 수행했다. 업무를 처음 맡아 여기저기 관련 규정을 찾아가면서 일을 해야 하는 신입회계사 보다 덜하긴 하나, 경력회계사도 처리해야 할 업무가 많아 회계감사 시즌에 고생하기는 매한가지다.

회계사를 미래의 직업으로 생각하는 청소년이 있다면 1월에서 3월까지 취미나 여가활동은 고사하고, 친구도 못 만난다는 각오는 해야 한다. 이렇게 업무가 일시에 몰리는 직업적 특성을 가진 회계사의 삶은 재무팀 등에서 근무하는 보통의 직장인과 확연히 다르다. 

필자가 생각하기에 회계사가 좋은 직업이긴 하나 여유롭고, 고상한 직업은 아니다. 고뇌와 고생이 필요한 직업이다. 회계감사에 실패하면 징계나 소송 등 고초를 겪을 수 있으니 방심할 수가 없다. 필자의 경험에 비추어 쓴 이 글이 회계사에 관심 있는 청소년의 직업선택에 작게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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