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 주관사 선정, 인수전 막 올라
중동 국부펀드 아부다비투자청 눈독
“풍부한 오일머니, 자금 지원 기대”

서울 중구 을지로4가에 위치한 대우건설 본사 전경 / 사진=대우건설
서울 중구 을지로4가에 위치한 대우건설 본사 전경 / 사진=대우건설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대우건설의 매각 작업이 본격적인 닻을 올렸다. 가장 눈길을 끄는 후보군은 세계 최대 중동 국부펀드인 아부다비투자청(ADIA)이다. 대우건설과 KDB인베스트먼트가 그동안 중동 국부펀드와 인수합병(M&A)을 희망해 왔기 때문이다. 과거 중동 국부펀드를 업고 재도약한 쌍용건설처럼 오일머니 효과를 기대하는 모습이다.  

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대우건설의 최대주주인 KDB인베스트먼트는 최근 대우건설의 매각 주관사 산업은행 M&A컨설팅실과 뱅크오브아메리카(BOA)를 선정했다. 두 회사는 과거 2017년 대우건설 매각전에서도 주관사를 맡은 경험이 있다. 이달 말 예비입찰을 거쳐 7월 초 예비후보를 선정하고 실사를 거쳐 8월 본입찰을 실시할 예정이다.

대우건설 인수 잠재 후보로는 국내에선 DS네트웍스 컨소시엄, 한앤컴퍼니, 중흥그룹 등이 있다. 해외에선 중동 국부펀드인 아부다비투자청(ADIA)과 중국 건설사인 중국공정총공사가 거론된다. KDB인베스트먼트는 주간사를 통해 잠재 인수 후보들을 대상으로 입찰 참여를 타진하고 있다.

대우건설이 가장 눈독 들이는 후보군은 ADIA다. ADIA는 세계 최대 규모의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정부 국부펀드를 운용하는 중동 핵심 투자기관이다. 운용 자산만 5800억 달러(한화 약 650조원)에 달한다. ADIA는 투자기업 중에 건설사와 엔지니어링 회사가 많은 편이다. 이들 업체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국내 건설사를 찾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DIA 입장에선 중동 프로젝트 수행경험이 많고 기술력을 갖춘 대우건설 인수에 성공할 경우 중동과 그 인근지역에서 다양한 사업을 펼칠 수 있다.

대우건설 역시 ADIA의 막대한 오일머니 효과를 기대하는 눈치다. 과거 쌍용건설의 성공 사례가 이상적인 시나리오로 꼽힌다. 쌍용건설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부실을 겪다 2015년 같은 UAE 국부펀드인 자산 310조원 규모 두바이투자청(ICD)에 인수됐다. 쌍용건설은 이후 ICD의 적극적인 투자와 지원을 받아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대우건설은 그동안 중동 국부펀드와의 M&A를 희망해 왔다. 실제 지난해 홍보용으로 자체 제작한 만화에서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기업인 아람코를 언급하며 “혹시 아람코라고 들어보셨어요? 대우는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인수의향을 보이고 있답니다”라고 소개했다. 아람코는 작년 초까지만 해도 전 세계 시가총액 1위(2160조원)를 기록하던 기업이다. 2017년 대우건설 매각 때 관심을 나타냈지만 실제 인수전엔 뛰어들지 않았다. 

반면 국내 기업엔 반감을 드러냈다. 중흥그룹에 대해 “대우건설의 자산규모가 10조원인데 중흥건설처럼 ‘작은 기업’이 인수할 수 있을까?”라며 “인지도가 떨어지는 회사가 홍보효과를 노린 것”이라고 표현했다. 

대우건설 노조도 ADIA를 제외한 모든 기업에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중흥그룹의 경우 호남을 기반으로 한 주택건설 중심 업체인 만큼 해외 대형 프로젝트에 장점을 가진 대우건설과는 결이 다르다고 주장했다. 중국공정총공사는 건축·해외영업 노하우의 중국 유출 우려로 대우건설 인수업체로 부적절하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지난달 17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인수후보로 거론되는 사모펀드들도 인수자격이 없다고 주장했다. 노조 관계자는 “자금력이 딸리자 진대제펀드로 불리우는 사모펀드 스카이레이크와 해외자본인 IPM까지 끌어들여 인수전에 참여하고 있는 전체 종업원 수 36명의 DS네트웍스와 재매각을 염두에 둔 단순 투자목적으로 인수전에 참여하는 한앤컴퍼니는 건전한 목적의 인수자가 아니다”고 말했다.  

다만 ADIA가 2009년 금호그룹이 진행한 대우건설 매각 때 일찌감치 중도하차한 만큼 실제 인수전에 뛰어들지는 미지수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KDB인베스트먼트는 최대한 이득이 되는 쪽으로 대우건설 M&A를 추진할 것이다”며 “가장 유리한 시나리오는 막대한 자금력을 보유한 중동 국부펀드에 흡수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ADIA가 과거 인수전에서 중도하차한 적이 있어 실제 참여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며 “다만 몸값이 당시(6조원) 보다 낮아진 2조원인 데다 실적과 재무구조가 개선되고 있다는 점은 긍정으로 평가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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