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스팩 2·4호 주가 6000원 치솟아···59개 상장스팩 모두 공모가 상회
공모주 투자 주춤하자 스팩시장 활황···합병기업 없어도 ‘입도선매’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이승용 기자] 국내 증시에 상장된 스팩(기업인수목적회사, SPAC) 종목들의 주가가 연일 급등하고 있다. 통상 스팩은 기업과 합병을 추진하면 주가가 급등하지만 최근 몇몇 스팩의 주가 급등세는 합병과 무관한 경우도 많다.

이를 놓고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 따상 실패 이후 공모주 시장에 실망한 투자자들이 직상장 대신 스팩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순서상 합병이 예상되는 스팩에는 매수세가 쏠리면서 주가가 고공행진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스팩 주가의 과도한 상승이 결과적으로 향후 기업과 합병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 ‘주가 급등’ 스팩 속출···예상치 못했던 스팩열풍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증시에 상장된 스팩들에 대한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몰리면서 현재 상장 중인 59개 스팩의 주가가 모두 공모가(2000원)을 상회하고 있다.

스팩은 비상장기업과 인수합병을 목적으로 상장한 서류상 회사로 국내 증시에는 2009년 도입됐다. 현재 코스피에는 엔에이치스팩19호가 상장되어 있고 코스닥에는 58개 종목이 상장 중이다.

스팩 가운데 최고가를 기록하고 있는 종목은 지난 21일 상장한 삼성스팩4호로 이날 상한가인 6000원에 장을 마쳤다. 삼성스팩4호는 상장 2일차인 24일부터 이날까지 4거래일 연속 상한가 행진 중이다.

삼성스팩2호는 이날 5800원에 장을 마쳤다. 삼성스팩2호는 2018년 9월13일 상장된 스팩으로 최근 메타버스 관련 기업인 위지윅스튜디오 자회사 ‘엔피’와 합병이 진행 중이다. 삼성스팩2호는 21일 증권신고서를 공시했는데 다음거래일인 24일 25.33% 급등했고 25일에도 상한가를 기록하면서 주가가 단숨에 두 배로 뛰었다.

이날 한화에스비아이스팩도 4040원에 장을 마쳤고 유진스팩6호도 3310원에 장을 마쳤다. 유진스팩6호는 26일부터 이틀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고 있다. 유안타제6호스팩과 엔에이치스팩16호도 주가가 3000원을 넘어섰으며 하이제6호스팩도 이날 주가가 상한가인 291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스팩 종목들의 주가가 급등하자 시장에서는 공모주 투자 열기가 스팩시장으로 옮겨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11일 상장한 SK아이이테크놀로지가 따상에 실패한 이후 후속 IPO기업들 가운데 상당수 기업의 주가가 공모가를 밑돌면서 공모주 투자에 실망하는 투자자들이 급증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14일 에이치피오를 시작으로 17일 씨앤씨인터내셔널, 20일 샘씨엔에스, 21일 삼영에스앤씨, 26일 진시스템과 제주맥주 등 6개 기업이 상장했는데 이 가운데 상장 첫날 종가가 공모가를 웃돈 것은 샘씨엔에스(28%)와 삼영에스앤씨(160%), 제주맥주(53.13%) 등 절반에 불과하다.

NH투자증권이 21일 유가증권시장에 ‘엔에이치스팩19호’를 상장시키면서 스팩 시장에 대해 재평가가 이뤄지는 계기가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엔에이치스팩19호는 11년만에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하는 스팩으로 무려 960억원의 공모금을 기록했다.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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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합병계획 없어도 ‘고공행진’

통상 스팩은 합병기업이 정해진 이후 주가가 급등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실제로 엔피와 합병하는 삼성스팩2호뿐만 아니라 현재 기업과 합병중인 스팩들 역시 주가가 치솟은 상태다.

유안타제6호스팩은 지난달 말 통신장비업체 다보링크의 합병 상장을 승인받았고 6월24일 상장예정이다. 유진스팩4호는 프로이천과 유진스팩5호는 포커스에이치엔에스과 합병이 진행 중이다. 엔에이치스팩16호 역시 건강기능식품 전문업체 휴럼과 합병으로 코넥스에서 코스닥으로 이전상장할 예정이다.

하지만 일부 스팩들은 합병 계획이 없음에도 주가가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삼성스팩4호는 21일 상장했기에 아직 기업과 합병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남아있다.

이를 놓고 합병이 예상되는 종목들에 대한 ‘입도선매’가 이뤄지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통상 상장 주관사를 맡은 증권사는 먼저 상장시킨 스팩 순서대로 합병을 추진하기에 앞선 번호를 단 스팩이 합병에 성공한다면 다음 번호순서인 스팩이 기업과 합병할 가능성은 매우 높다.

삼성스팩의 경우 3호가 지난해말 오하임아이엔티와 합병했기에 삼성증권에 남아있는 스팩은 이번에 상장한 삼성스팩4호뿐이다.

한화에스비아이스팩 주가의 급등 역시 같은 맥락에서 설명이 가능하다. 한화투자증권은 현재 한화에스비아이스팩과 한화플러스제1호스팩을 상장시켜 놓았는데 이 가운데 한화플러스제1호스팩은 포장재 전문기업 세림비앤지와 합병이 진행 중이다.

한화투자증권은 2017년 8월 디딤과 한화ACPC스팩을 합병시킨 이후 4년 넘게 합병레코드가 없었다. 그동안 한화에이스스팩2~4호와 한화수성스팩 등 4개 스팩이 상장폐지됐다. 향후 스팩합병 역량에 대한 의구심이 커진 상황이었는데 이번 한화플러스제1호스팩 합병이 추진되면서 한화에스비아이스팩에 대한 합병 기대 역시 다시 되살아난 것으로 해석된다.

일각에서는 최근 주가가 급등한 스팩들의 경우 높은 주가 때문에 오히려 향후 합병 추진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스팩과 합병하는 기업은 합병기일을 기준으로 스팩주가가 공모가(2000원)를 상회하면 초과분을 영업외손실로 회계처리해야 한다. 이 때문에 스팩합병 기업들이 상장 다음해 당기순이익이 급감하거나 적자전환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물론 이는 장부상 비용에 불과하지만 주가 상승에는 부담스러운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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