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형욱 장관 후보자, 노선 확장 선 그어···“서울 지하철과 중복”
김포·검단 주민, 반발 수위 높여···주말마다 집단시위 예고
“반발 지역, 청년층 비중 높아···여당, 외면하기 어려울 듯”
김포 고촌, 3기 신도시 지정되면 확장 논의로 이어질 수도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D 노선 확장에 대해 선을 그었다. 노 후보자는 기존 서울 지하철과 노선 중복 등을 이유로 노선 확장이 어렵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기존 국토부의 입장을 되풀이한 것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GTX-D 계획이 현재 수립 단계인 만큼 노선 확장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김포 고촌 등 3기 신도시 지정과 내년 대선이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노형욱 장관 후보자, GTX-D 노선 확장 “서울 지하철과 중복”

6일 국회 등에 따르면 노 후보자는 최근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GTX-D 노선이 예상보다 단축된 것은 불가피한 결과라는 입장을 나타냈다. 그는 “서부지역 (교통의) 어려움을 충분히 알겠다”면서도 “다만 전체적인 제약 요건 하에서 검토했기 때문에 한계점에 대해서도 양해해 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GTX-D 연장이 어렵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4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답변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4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답변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노 후보자가 2일 제출한 청문회 답변서에도 비슷한 의견이 담겼다. 노 후보자는 GTX-D 관련된 여러 질의에 “경제성·사업비 규모·기타 정책적 측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서부권 광역급행철도 노선(장기~부천종합운동장)을 계획한 것으로 알고 있다”는 답변으로 일관했다. 

이어 그는 “수도권 서부권 2·3기 신도시 교통여건 개선을 위해 도시·광역철도,버스 등 다양한 교통수단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기존 김포골드라인 경전철 차량 추가 편성 등의 대책과 함께, 단기적으로는 급행 버스 및 버스 전용차로 도입 등 검토 중”이라며 GTX-D에 대한 즉답을 피했다.

◇“서울 지하철과 중복···직결 노선 어려워”···김포·검단 반발 수위 높아질 듯

노 후보자는 서울 직결 노선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이유로 서울 지하철 2·9호선과 중복된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그는 “경기도가 제안한 노선은 사당·강남·잠실·삼성 등을 경유해 서울 지하철 2호선 노선과 유사한 구간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노 후보자의 답변은 기존 노선과 중복되면 타 노선 수익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국토부 의견이 반영된 것이다.  

한국교통연구원이 발표한 GTX-D 노선 시안도/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GTX-D 노선 시안도/ 그래픽=시사저널e DB

국토연구원이 지난달 공개한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안’에 따르면 GTX-D 노선은 김포 장기와 부천종합운동장을 잇는 단거리 노선으로 잠정 확정됐다. 당초 경기도는 ‘김포∼강남∼하남’ 노선을, 인천시는 인천국제공항과 김포를 양 기점으로 강남으로 연결되는 ‘Y자’ 노선을 제안했지만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GTX-D 노선을 강남까지 연결할 경우 기존 노선과 상당 부분 중복된다는 이유에서다. 국토부 역시 예산 규모와 사업성을 고려해 노선 계획을 짠 만큼 현재 GTX-D 노선 변경은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는 입장이다.

노 후보자의 구상이 기존 국토부 의견과 함께 하면서 주민들의 반발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인천·경기 김포 주민들은 지난달 GTX-D 계획 발표 이후 서울 연결을 촉구하며 집단행동에 들어갔다. 인천 검단·경기 김포 시민단체인 김포검단시민교통연대는 지난 1일 김포시청과 일대에서 차량 200여대를 동원해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김포시청과 인천시청에는 GTX-D 계획을 비판하고 서울 연결을 촉구하는 문구가 새겨진 근조화환 수십개를 전시했다. 이들은 주말마다 집단행동을 이어간다는 방침이어서 향후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청년층 모인 김포·검단, 외면 어려울 듯···“김포 고촌 3기 신도시 지정 시 노선 확장 논의할 수도”  

GTX-D 계획이 수립 단계라는 점에서 노선 확장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일각에선 내년 대선이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GTX-D 수혜 지역인 서부권 인구는 약 100만으로, 반발이 가장 심한 김포는 인구 48만으로 2006년 대비 3배 가까이 늘며 인구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특히 김포·검단의 경우 20~30대 젊은 층이 꾸준히 유입되고 있는 지역이다. 실제로 김포시의 주민 평균 연령은 39.7세(전국 평균 43세)로 젊은 층 비율이 높다. 4·7 재보선 참패 이후 청년 표심 잡기에 주력하고 있는 여당과 정부로선 마냥 외면할 수 없는 셈이다.

김포검단시민교통연대 회원 200여 명은 1일 오전 김포시 장기동 김포시청과 일대에서 차량 200여 대를 동원해 시위를 벌였다. / 사진=연합뉴스
김포검단시민교통연대 회원 200여 명은 1일 오전 김포시 장기동 김포시청과 일대에서 차량 200여 대를 동원해 시위를 벌였다. / 사진=연합뉴스

신규 택지 지정으로 인한 노선 확장 가능성도 제기된다. 현재 김포에선 고촌이 3기 신도시 후보지로 거론되고 있다. 추가 공공택지 공급에 따라 광역교통대책을 세워야 하는 만큼 GTX-D 노선 확장 논의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GTX-A 노선은 당초 창릉이 포함되지 않았지만, 창릉이 3기 신도시로 지정되면서 노선이 확장되기도 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GTX-D 계획이 아직 수립 단계인 만큼 GTA-A 노선처럼 확장 가능성도 남아 있다”며 “내년 대선과 추가 신규택지 지정이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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