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헌 원장 오는 7일 임기 만료···정은보·김종호 등 하마평 ‘시들’
금감원장 공백시 정책 기조 불확실···피감기관, 대응방안 마련 어려워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사진=연합뉴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이기욱 기자]관료 출신과 민간 출신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후보들이 거론되던 차기 금융감독원장 인선 작업이 최근 안갯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윤석헌 금감원장의 임기가 이번 주를 끝으로 만료될 예정임에도 오히려 이전보다 하마평이 잠잠해지고 있다. 당분간은 김근익 수석부원장이 직무 대행을 맡을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서는 경제라인 개각 일정 등으로 인해 대행체제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관측도 다수 나오고 있다. 대행체제 하에서는 주요 정책 방향이나 금융사 CEO 징계 결정에 어려움이 있어 금감원장의 공백이 길어질 경우 금융사들의 경영 불확실성도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기재부장관·금융위원장, 동반 교체 가능성···금감원장 선임 지연 우려

3일 업계에 따르면 오는 7일 임기가 만료되는 윤석헌 금감원장의 후임 인선 작업이 난항을 겪고 있다. 지난 3월 금감원 노조와의 갈등으로 인해 윤 원장의 연임설이 힘을 잃은 이후 관료 출신 인사를 중심으로 다양한 하마평이 업계·관가에 오르내렸으나 최근까지 뚜렷한 후보자가 떠오르고 있지 않다.

금감원 안팎에서는 현재의 흐름대로라면 윤 원장 퇴임 전까지 후임이 정해지기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위원회의 설치 등에 관한 법률’ 제30조는 금감원장이 부득이한 사유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 금융감독원 정관으로 정하는 순서에 따라 부원장이 원장의 직무를 대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현재 금감원 정관 제8조에 따르면 기획 담당 부원장이 금감원장 직무대행 순서 1순위기 때문에 김근익 금감원 수석부원장이 공백을 메우게 된다.

일각에서는 경제 라인 개각과 시기가 맞물려 있다는 점 때문에 대행 체제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애초에 홍남기 기획재정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와 은성수 금융위원장 등은 지난달 개각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여겨졌으나 국무총리 교체 등으로 인해 한 차례 미뤄진 상태다.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가 오는 6~7일로 예정된 청문회를 거쳐 최종 임명된 이후 경제부총리 교체가 이뤄질 전망이다. 금융위원장 등이 함께 바뀌게 되면 금감원장 인선은 자연히 그 이후로 미뤄질 가능성이 높다.

후임 후보가 마땅치 않다는 점도 후임 인선이 난항을 겪고 있는 큰 이유 중 하나다. 우선 후임 금감원장으로 가장 많이 거론됐던 정은보 한미방위비분담협상 대사는 상급 기관장과의 관계가 가장 큰 걸림돌로 여겨지고 있다.

홍 부총리의 후임으로 가장 유력시되던 인물은 은성수 금융위원장이었으나 최근 암호화폐 투자와 관련해 큰 비판 여론에 휩싸이며 향후 행선지가 불투명해진 것으로 전해진다. 은 위원장 외에는 기재부 2차관을 지냈던 구윤철 청와대 국무조정실장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은 위원장의 경우 행시 27회로 정 대사(28회)보다 선배지만 구 실장은 행시 32회로 정 대사보다 4기수 후배다. 또한 차기 금융위원장으로 거론되고 있는 김용범 전 기재부 1차관도 행시 30기로 정 대사보다 후배다. 기재부 장관과 금융위원장이 모두 행시 후배들로 채워지게 되는 셈이다. 때문에 최근에는 정 대사의 차기 행선지로 국무조정실장과 OECD대사 등이 함께 거론되고 있다.

정 대사와 함께 하마평에 이름을 올렸던 김오수 전 법무부 차관은 3일 차기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되며 금감원장과 거리가 멀어졌다. 김종호 전 민정수석도 금융 전문성 부족 등을 이유로 자격 시비에 휘말릴 위험이 있다.

윤 원장과 같은 민간 교수 출신 역시 새롭게 영입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현 정권이 1년의 임기만을 남겨놓고 있기 때문에 차기 금감원장의 임기도 1년으로 제한될 가능성이 높다. 1년 임기의 금감원장을 위해 현직을 떠나는 것보다는 조만간 여야에 꾸려질 대선캠프에 합류하는 것이 선호되는 분위기다.

한 여당 관계자는 “경제 부문의 큰 요직들이 잇따라 공석이 될 예정이지만 그 자리를 채울 이른 바 ‘매물’들이 제한적인 상황”이라며 “인사라는 게 워낙 변수가 많기 때문에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근익 수석부원장 ‘온건 기조’ 관측···대행체제 한계점 ‘뚜렷’

만약 김근익 수석부원장의 대행 체제가 예상보다 장기화될 경우 금감원과 금융사들 역시 업무에도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직무대행 체제 하에서는 금융사에 대한 징계 결정을 내리기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금감원은 상반기 중 부산은행과 경남은행, 하나은행 등에 대한 라임펀드 제재심의위원회를 열 예정이다.

그동안 금감원은 윤 원장의 강성 기조 아래 금융사 CEO들에게 중징계를 내려왔다. 하지만 그로 인한 금융사·금융위와의 마찰로 인해 금감원 내부에는 불만들도 쌓여있기 때문에 윤 원장이 퇴임 이후에는 노선에 변화가 예측된다. 추가로 김 수석부원장은 윤 원장에 비해 금융사에 온건한 태도를 보여온 것으로 전해진다.

한 금감원 내부 관계자는 “대행 체제 하에서는 할 수 있는 일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조직 내 큰 변화가 생기기 힘들 것”이라며 “CEO 중징계와 같은 큰 사안도 결정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이어 그는 “김 수석부원장은 금융사·금융위와 금감원의 갈등을 중재하는 역할을 자주 수행해왔던 것으로 전해진다”며 “제재심 등이 지연되거나 길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금융사들의 경영에 불확실성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현재 금감원은 카카오뱅크에 대한 종합검사를 진행 중에 있으며 삼성화재에 대한 종합검사도 진행할 예정이다. 소매금융부문 철수를 앞둔 한국씨티은행도 향후 검사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 종합검사 강도와 그에 따른 징계 수위 등은 금감원장의 기조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공백이 길어질 경우 금융사들이 대응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제재심 또는 종합검사가 지연되거나 길어지면 그 기간동안 금융사들은 관련 사안들을 리스크로 안고 가야 한다”며 “피감기관 입장에서는 금감원장이 정해져서 빨리 대응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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