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호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제14대 회장

박성호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제14대 회장. / 사진 = 한국인터넷기업협회
박성호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제14대 회장. / 사진 =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시사저널e=김용수 기자] 역대 정부는 출범할 때 마다 ICT 육성을 외쳤지만 국회 법안 발의만 보면 규제에 치우쳤다. 특히 플랫폼 기업에 대한 규제가 많다.

박성호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신임 회장은 3일 시사저널e와의 인터뷰에서 플랫폼 규제에 대해 “명분도 없고 실리도 공정도 없다”고 말했다.

최근 심우민 경인교육대학교 교수 조사결과에 따르면 지난 20대 국회에서 발의된 ICT 법안 815건 중 규제 법안이 73%를 차지한다. 이중 의원발의 법안이 92%, 위원장 법안까지 합치면 97%에 달한다. 글자 그대로 규제 일변도다.

여기에 산업을 규제하는 데 적극적으로 관여하는 당국 역시 다양해졌다. 온라인에서 이용자 보호를 담당하는 방송통신위원회부터 소비자 보호를 앞세우는 공정거래위원회, 나아가 국회에서도 상임위원회별로 경쟁적인 플랫폼 규제에 나섰다.

다음은 박 회장과의 일문일답.

회장으로 선임된 지 2개월 차를 맞이했다. 지금까지 인기협은 회원사의 대표들이 회장을 맡아왔다. 약 20년 만에 협회 사무국에서 상근 회장이 나왔다는 점에서 느낌이 남다를 듯하다. 회장 취임 소감은.

‘어깨가 무겁다’란 관용적 표현이 가장 적절할 것 같다. 상근 회장이라는 자리를 회원사 분들이 마련해 준 의미는 분명히 저뿐만 아니라 협회가 더 잘하라는 것에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특히, 산업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고 그만큼 부처 등 이해관계자의 관심도 급증하고 있는 지금이기에 책임감이 매우 크게 느껴진다. 이 책임감을 저와 협회가 더 전문성을 갖고 주어진 역할을 잘 해내는 에너지로 사용하고자 한다.

최근 협회 활동이 두드러진다. 특히 IT 산업 규제와 관련해서 목소리를 내고 있는데 현 상황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규제가 쏟아지고 있다’는 표현이 적절해 보인다. 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 전자상거래법 개정안 등 규제가 플랫폼 산업을 겨누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규제들은 산업과 직결된다. 부정적 영향이 불 보듯 뻔하다. 그렇기에 협회가 목소리를 내야 하고 또 낼 수밖에 없다.

협회, 산업이 내는 목소리는 절대 우리를 잘 봐달란 이야기가 아니다. 이 규제가 ‘비상식적’이라는 이야기다. 상식에 벗어난 규제는 옳지 않으며, 상식에 벗어 낫기 때문에 산업에 악영향을 준단 점을 강조하는 것이다. 비상식적인 규제 때문에 상식적인 이야기를 협회가 하고 있을 뿐이다.

상식이라고 했는데, 플랫폼 관련 규제들의 어떤 면이 비상식적이라는 것인가.

첫째로 명분이 없다. 특히, 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을 보면 중개거래에서 소상공인 즉, 입점업체에 대한 보호를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는데 플랫폼은 그들을 보호하지 않은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2021년의 기업들, 특히나 IT 산업의 기업들은 소비자 보호와 소상공인 상생을 기본적으로 놓치지 않는다. 그만큼 영리하다고 봐도 된다.

또, 기존의 거래는 현행 법령으로 충분히 해석되고 적용된다. 특히 약관에 대한 일반사항, 일반 불공정거래행위의 기준, 대규모유통의 원칙 등을 현행법에서 자세히 정하고 있고 이런 대원칙하에서 운용되고 있기 때문에 명분이 될 수가 없다.

둘째로 실리가 없다. 이 규제로 좋아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단 의미다. 규제는 당연히 산업을 위축시킨다. 어떤 규제도 마찬가지다. 이렇게 명분 없는 규제는 더 말할 것도 없다. 전자상거래법 개정안의 요지는 온라인쇼핑 중개사업자에게 판매자와 연대해 소비자 보호책임을 지게끔 하겠다는 것인데, 성명·전화번호·주소를 수집하고, 분쟁 발생 시 구매자에게 판매자 정보를 공개하도록 하는 내용이 있다. 개인정보를 공유하는 것이 이용자 보호인가, 소비자에게 책임을 전가란 것이 아닌가란 의문이 당연하게 든다. 플랫폼도, 입점업체도, 소비자도 누구도 편익이 없다.

공정위가 공정성 제고를 내세우며 플랫폼 규제에 앞장서고 있다. 규제가 산업을 공정하게 만들 수도 있는 것 아닌가.

공정위가 말하는 플랫폼 산업 규제는 절대 공정하지 않다. 공정에는 올바르단 의미가 포함된다. 이치에서 벗어남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규제들은 플랫폼 산업의 이치라고 할 수 있는 창의와 혁신과 대척점에 있다.

예컨대 법안으로 인해 계약서 작성‧교부란 의무가 생기고, 의무의 세부사항은 공정위가 정한다. 산업에 ‘통제자’가 등장한 것이다. 과연 창의와 혁신이 생길 수 있겠는가. 산업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하는 올바른 규제는 다툴 여지도 없을 것이다. 공정위가 성급하다고 본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전혜숙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함께 방통위도 플랫폼 규제에 사활을 걸고 있다. 공정위 안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규제 강도가 덜하다는 평가가 있는데, 실제 산업계가 느끼기에 공정위안과 어떤 차이가 있나

차이를 말하기 전에 하나의 산업에 대한 규제 권한을 갖고 힘겨루기를 하는 모양새가 과연 바람직한 것인지가 의문이다. 또한 규제 강도를 떠나 이런 전방위적 규제가 산업에 지금 필요한 것인지 역시 의문이다. 온라인 플랫폼 규제를 위한 법안의 모델이 된 EU 규제는 2015년 제안돼 5년간 검토를 거쳐 시행됐다. 플랫폼 규제에 대해 숙의와 사회적 이해, 공감대가 분명히 필요하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

방통위와 공정위의 안은 시선 차이가 있다. 규제를 적용하는 서비스 범주는 방통위가 정보교환 매개 서비스까지 적용토록 하고 있어 더 넓다. 반면에 규제 대상의 사업자 범주는 공정위가 더 넓다. 공정위는 매출액과 거래금액이란 기준을 놓고 사업자를 봤지만 방통위는 이용자 수와 이용 집중도 등을 고려해 대규모 플랫폼을 염두에 두고 있다. 마지막으로, 사업자의 영업비밀인 알고리즘 공개는 방통위가 대규모 사업자 한해 적용을 고려하고 있어 규제 대상이 더 좁다고 볼 수 있다.

결론적으로 시선 차이만 있을 뿐 양쪽 모두 방법론은 동일하기 때문에 산업계가 위축될 것은 분명하며 행여 힘겨루기로 인한 중복 규제가 될까 우려된다는 것이 산업계 입장이다.

공정위와 방통위 등 각 부처가 왜 앞다퉈 산업을 규제하려는 걸까

산업이 제대로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보는 것이 맞을 것 같다. 성장했기 때문에 규제가 필요하다는 것은 생각의 오류이다. 공룡과 갑질은 우려의 용어인데 사실도 아니고 과한 우려다. 너무 과도한 시선으로 인터넷 기업을 바라보고 있다. 규제가 필요한 증거가 불분명한 상태에서 너무 앞서 나가고 있다.

디지털 트렌스포메이션이라는 커다란 흐름과 비대면이라는 외생변수로 인해 플랫폼 산업이 속도감 있게 성장한 것은 맞다. 그러나 강조하고 싶은 것은 이제 성장 중인 산업이란 것이다. 국내 기업들에게 공룡이란 부담스러운 단어를 붙이기에는 아직 멀다. 글로벌 플랫폼인 GAFA(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와 비교해보자. 그들과 비교하면 아직 유년기며 성장 중이라는 이야기가 와 닿을 것이다.

건강하지 못하게 성장하는 청소년에게는 치료가 필요할 수도 있지만, 우리 플랫폼 기업들은 여느 산업보다 건강하게 자라고 있다. 소비자 목소리에 어떤 기업이 가장 귀 기울이는지, 어느 기업들이 상생을 위해 노력하는지 바라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대한민국의 동력이 되는 산업을 규제의 시선으로만 바라보는 것은 국가 경제나 사회 발전을 생각해 볼 때 큰 실수가 된다.

사진 =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사진 = 한국인터넷기업협회

규제 일변도인 지금, 협회는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

협회는 상식을 이야기할 것이다. 그리고 공정위가 말하는 공정이 아닌 산업의 이치에 맞는 공정을 외칠 것이다. 무조건적인 규제 완화, 논리 없는 외침은 산업의 성격과도 맞지 않고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다. 산업에 영향을 주는 규제에 대해서 면밀히 검토해 상식적인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올바른 목소리를 내겠다. 또, 정부가 원하는 대한민국의 동력이 될 수 있도록 산업 관점에서 진짜 공정함이 무엇인지를 말하고 공감대를 이끌어 낼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신임 회장으로서 협회 구성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무엇보다 구성원들이 여러모로 건강하기를 바란다. 회장으로서 내부 구성원들에게 조직을 지금보다 더 건강하게 만들겠다는 약속을 하고 싶다. 입으로만 하는 ‘님’ 문화가 아니라 각자의 인격과 업무를 존중하는 문화가 더 확고할 수 있도록 애써 보겠다.

또 협회가 하는 일이 적지 않다 보니 의도와는 다르게 업무가 몰릴 수도 있는데 큰 관점에서 세세히 살펴 누구 하나가 지치지 않을 수 있도록 조정자 역할도 더 크게 하도록 노력하겠다.

역할을 통한 성취 역시 만들고 싶다. 일반 기업과 달리 협회이기 때문에 조금 더 많은 역할, 조금 더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는 것이 분명하게 있다. 이 부분은 구성원과의 편안한 소통을 통해 원하는 바를 협회와 함께 만들어나갈 수 있도록 시도해 볼 것이다.

마지막으로, 가장 관심받는 산업 영역에서 가장 중요한 일들을 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가져주길 바라고 인재들이 모인 인터넷기업협회의 임직원으로서 자존감을 갖고 일해주기를 바란다.

박 회장 약력

▲1967년 출생 ▲고려대 법학 학사 ▲2021년 3월~ 현 한국인터넷기업협회 회장 ▲2018년~2021년 3월 전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사무총장 ▲전 컴투스 이사 ▲전 국가지식재산위원회 전문위원 ▲전 한국게임학회 부회장 ▲전 전자상거래 분쟁조정위원회 위원 ▲전 NHN 대외협력실 실장, 이사 ▲전 NHN 법무감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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