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 특유의 회계방식···건조기간 길다보니 수주액을 공정별로 나눠 매출기록
반토막 이유는 2019년 까지의 부진한 수주실적 때문···“슈퍼사이클 진입 기대감”

/그래픽=시사저널e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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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e=김도현 기자] 글로벌 선박시장에서 국내 조선사들의 독주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가 발발했던 작년 하반기 급감했던 선박주문이 재개된 것은 하반기부터다. 올 1분기에도 이 같은 흐름이 지속되면서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 등이 약진하고 있다.

‘싹쓸이’라는 표현이 등장했지만 올 1분기 이들의 성적은 대거 후퇴했다. 현대중공업그룹 조선사업 중간지주사 한국조선해양은 1분기 매출 3조6815억원, 영업이익 675억원, 순이익 636억원 등을 기록했다. 작년 1분기와 비교하면 각각 6.7%, 44.5%, 61.4% 줄었다.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등의 실적발표는 내주 나오지만, 현대중공업과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 시장과 업계는 공통적으로 지목한다. 동시에 금년 하반기부터 실익이 대거 개선될 것이라 입을 모은다. 잇따른 수주낭보와 실제 성적표가 대비될 뿐 아니라, 실적이 대폭 하향했음에도 시장과 업계가 개의치 않는 모습 역시 타 산업군과 상이한 모습이다.

이 같은 모습이 자아내게 된 배경은 조선업계 특유의 회계처리방식 때문이다. 조선업과 같은 수주기반 산업들은 수주액을 곧바로 매출에 반영하지 않는다. 선박을 건조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수주액을 공정별로 나눠 매출로 잡는다. 수주계약을 체결했다고 해서 곧바로 건조에 돌입하는 것도 아니다. 앞서 계약한 선박들을 건조하면서, 도크에 들어설 차기·차차기 선박주문을 받는 게 일반적인 조선업계 영업방식이다.

연이어 수주한 선박들은 도크가 비워지기를 기다리는 중이며, 올 1분기 실적은 현재 건조 중인 선박을 통해 거둔 매출·이익을 추산했다는 의미다. 코로나19가 발발하기 이전부터 조선업계는 극심한 일감부족에 시달렸다. 장기불황의 여파가 지속된 상황에서 코로나19에 따른 불확실성 확대로 작년 상반기 선박주문이 사실 상 중단됐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한국조선해양은 컨퍼런스콜을 통해 “2003년 초반과 유사한 상황”이라며 “상당히 많은 컨테이너선이 발주됐음에도 여전히 수요가 높다”고 소개했다. 2003년 이후 글로벌 조선업계는 ‘슈퍼사이클’에 진입했다. 최근 반년 이상의 시장 빛 발주 상황이 당시와 닮아 있는 만큼, 장시간 주춤했던 조선업계의 회복세가 속도를 낼 것이란 희망적 관측이었다.

영국의 조선·해운 분석업체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 1분기 전 세계 발주량 1025만CGT 중 국내 기업이 수주한 량은 532만CGT다. 119억달러(약 13조2500억원) 규모다. 글로벌 발주량은 조선업계 대호황 시기였던 2006~2008년 이후 13년 만의 최대물량이다. 고무적인 것은 국내 기업의 수주가 압도적이라는 점이다. 한국 기업의 수주점유율은 55%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대형컨테이너선, 초대형원유운반선(VLCC), 액화천연가스(LNG)운반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의 수요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선주들이 높은 경쟁력을 지닌 한국 기업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면서 “국내 조선업계 호황기가 다시 찾아올 것이란 기대감이 모아지는 배경이도 이 같은 고부가가치 선박 건조 능력을 키웠던 게 도움이 됐다”고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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