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형욱 국토부 장관 후보자, 부처 간 갈등 해결 기대
LH 사장에 김현준 전 국세청장, 공직 기강 확립 나설 듯
“흔들리는 공급정책, 신뢰 회복 급선무···분위기 쇄신 인사”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정부가 국토교통부 장관에 노형욱 전 국무조정실장을 지명한데 이어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에 김현준 전 국세청장을 임명했다. 모두 교통·도시·주택 등을 다뤄보지 않은 부동산 비전문가다. 정부는 이들이 기존 부동산 정책 수행을 위한 부처 간 갈등 조정과 조직 쇄신에 역량을 발휘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LH 사태 이후 바닥으로 떨어진 공공의 신뢰를 끌어올려 흔들리는 공급정책을 다잡기 위한 인사라는 해석도 나온다.

노형욱 국토부 장관 후보자, 부동산 정책 추진 위한 ‘소통’ 강조 

26일 국토부 등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은 변창흠 국토부 장관의 후임자로 노형욱 전 국무조정실장을 지명했다. 노 후보자는 30년 동안 기획재정부에 몸담은 기획·예산 전문가다. 1986년 행정고시 30회로 공직에 입문한 뒤 기획재정부 공공혁신기획관·행정예산심의관·재정관리관 등을 역임했다. 2016년 국무조정실로 자리를 옮겨 국무2차장, 국무조정실장 등을 지냈다. 기재부 출신이 국토교통부 장관에 오른 것은 박근혜 정부시절(2015~2017년) 강호인 전 장관 이후 4년만이다.

노 후보자는 부동산 비전문가지만 이해관계가 상충하는 갈등 국면을 해결하는 능력을 높게 평가받았다. 그는 개획재정부 재정관리관 시절 공공기관 기능 조정, 임금피크제 등의 공공 부문 구조개혁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공공부문 임금피크제 도입 당시 반발하던 공공부문 노조를 새벽 4시까지 설득한 것은 유명한 일화다. 정부 부처 일을 총괄하는 국무조정실장을 지내면서 다양한 갈등을 성공적으로 봉합하고, 이 과정에서 서민 주거안정 등 국토부 현안에 대해서도 높은 정책 이해도를 보였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노 후보자는 2·4공급 대책 등 정부의 핵심 부동산 정책 추진을 위해 부처 간 갈등 조정 역할을 할 전망이다. 

노 후보자 역시 부동산 정책을 새로 짜기보다는 정책 계승에 방점이 찍힌 ‘소통’을 강조했다. 노 후보자는 지난 19일 인사청문회 준비를 위해 출근한 정부과천청사에서 “부동산정책은 국토부 혼자서 풀 수 있는 과제가 아니다”며 “관계되는 각 부처, 지방자치단체 국회와 긴밀히 소통하고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시장의 신뢰가 확보되고 국민들이 성과를 체감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노 후보자 대한 인사청문회는 다음 달 4일 오전 10시 국회에서 실시된다.

◇‘사정 전문가’ 김현전 LH 신임 사장···조직 혁신·공직 기강 확립 나설 듯 

LH는 신임 사장에 부동산 비전문가인 김현준 전 국세청장을 임명했다. LH 사장직은 변창흠 전 사장이 지난해 12월 국토부 장관으로 발탁된 뒤 올해 3월 LH 투기 의혹이 터지면서 4개월 넘게 공석이었다. LH가 2009년 한국토지주택공사와 대한주택공사를 합병해 통합 출범한 이후 사장 자리에 비전문가 출신이 임명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초대 이지송 사장(현대건설 사장 출신)과 2·3대 이재영·박상우 사장(국토교통부 출신), 4대 변창흠 사장(학자·서울도시주택공사 사장 출신) 등이 모두 건설·주택 관련 전문가였다.

김 신임 사장은 땅 투기 의혹으로 신뢰가 떨어진 LH를 혁신하고 공직 기강을 다잡는데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행정고시 35회 출신인 그는 국세청에서 부동산 투기, 탈세 업무 등을 주로 다루는 조사국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청와대 대통령 비서실 공직비서관실과 민정수석실에도 파견돼 공직 기강을 확립하는 데 일조한 사정(司政) 전문가로 정평이 나 있다. 국세청장 재직 시절에는 부동산거래 변칙 탈세행위에 엄정 대응해 투기 근절에 일조했다는 평가다.

부동산 정책과 공급을 총괄하는 자리에 비전문가들이 채워진 것을 두고 흔들리는 공급주택을 이끌어나가기 위한 불가피한 외부 수혈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각종 논란으로 현재 국토부와 LH의 신뢰가 바닥으로 떨어진 만큼 분위기 쇄신을 위한 인사로 풀이된다”며 “정부의 주택공급 정책을 성공적으로 이끌어야 하는 동시에 오세훈 서울시장의 민간 재건축 규제 완화 요구, 지자체들의 공시지가 완화 요청 등 여러 이해관계를 풀어야 하는 막중한 책임이 주어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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