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런 대표이사 회장 선임 후 순탄치 않은 행보···1년 3개월 동안 이어진 경영권 ‘남매전쟁’
산은 지원 속 경영권 공고히 한 조원태···‘재벌 밀어주기’·‘밀약 의혹’ 등 비판 목소리도
위기 속 빛난 항공화물사업 확대·‘소통경영’···8개 국가 경쟁당국 기업결합심사 결과 주목

조원태 대한항공 회장. /사진=연합뉴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이창원 기자]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오는 24일 취임 2주년을 맞는다. 고(故) 조양호 전 회장의 갑작스런 별세로 인한 경영권 분쟁과 지난해부터 ‘코로나19 악재’가 이어졌지만, 조 회장의 경영과 리더십에 대해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한진그룹은 조 회장의 취임 2주년 관련 별도의 행사를 진행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조 회장은 지난 2019년 4월 24일 한진칼 이사회에서 대표이사 회장으로 선임된 바 있다.

고 조 전 회장이 지난 2019년 3월 27일 정기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직을 상실한 이후 12일 만인 같은 해 4월 8일 별세하면서, 신속하게 회장으로 선임된 것이다.

조 회장은 예기치 않게 경영권을 쥐게 됐고, 이를 둔 분쟁이 발생하며 순탄치 못한 행보를 시작했다. 1살 위 누나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사모펀드 KCGI·반도건설과 ‘3자 연합’을 꾸리고 이른바 ‘남매전쟁’을 발발시켰기 때문이다.

당시 조 전 부사장은 조 회장을 향해 선친의 공동경영 유훈을 지키지 않는다며 공세를 가했지만, 지난해 한진칼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은 조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3자 연합’이 제안했던 이사 선임 안건은 부결됐고,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건은 가결된 것이다.

또 ‘3자 연합’은 한 때 45.23%의 지분율을 확보하며 조 회장을 압박하기도 했지만, 산업은행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한 한진칼 지분 10.66%를 확보하며 상황은 조 회장에 유리하게 반전됐다.

결국 KCGI는 지난 2일 “주주연합(3자연합) 간의 공동보유계약 해지를 공시했다”며 사실상 백기를 들었고, 1년 3개월 만에 ‘남매전쟁’은 조 회장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다만, 경영권 분쟁 해결 과정에서 산업은행의 이른바 ‘재벌 밀어주기’와 아시아나항공 인수 결정 관련 조 회장과 산업은행 간 ‘밀약 의혹’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존재한다.

고(故)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 /사진=대한항공
고(故)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 /사진=대한항공

이와 같이 내부적인 어려움도 있었지만, 지난해 경영상황은 더욱 좋지 않았다. 지난해부터 전세계적인 코로나19 감염 확산의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이다. ‘하늘길’은 막혔고, 이에 대한항공을 비롯한 항공사들의 다수 여객기는 운항을 하지 못해 비용만 발생시킬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조 회장은 항공 화물 사업을 확대하고, 직원 휴직을 통한 고정비 감축 등을 단행하며 위기상황을 극복했다. 조 회장에 대한 ‘합격점’ 경영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특히 유휴 여객기의 화물칸을 확대 개조해 항공 화물 물량을 증가시키고, 항공 화물 운임 인상 등 호재가 더해지면서 대한항공은 지난해 2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 4분기 연속 영업이익 흑자를 이어갈 수 있었다. 아울러 지난해 말 블랙프라이데이·크리스마스 특수와 올해 코로나19 백신 항공 수송 등으로 대한항공의 수익은 크게 증가하기도 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게시된 대한항공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대한항공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7조6062억2407만8611원·1089억1811만8710원이다. 또 올해 1분기 약 1조7880억원대의 매출과 약 760억원의 영업이익을 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조 회장의 이른바 ‘소통경영’ 또한 위기 속에 빛이 났다. 그는 지난해 우한 교민 수송 당시 전세기에 탑승해 직원들에 대한 감사를 사내 소통광장에 게시했고, 코로나19 사태 이후 첫 실적 발표 직후 임직원들에 이메일로 감사인사를 표하기도 했다.

이밖에도 임직원 복장 자율화·임직원 직위 체계 단순화·사내 업무시스템 변경 등을 통해 임직원들의 자율성과 업무 효율성을 제고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 조 회장은 송현동 부지·왕산레저개발 지분·제주 서귀포시 소재 파라다이스호텔 등 유휴자산을 매각해 경영정상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모습도 관측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이와 같은 조 회장의 리더십 하에 대한항공은 대외변수에 의한 경영위협을 잘 극복해나가고 있지만, 남은 과제도 산적하다. 무엇보다 현재 추진 중인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불발될 경우 조 회장의 입지는 좁아질 수 있다.

산업은행을 중심으로 정부가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힘을 전폭적으로 실어주고 있는 만큼 해당 절차에 큰 이변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아울러 통합항공사 출범 시 대한항공은 글로벌 10위권에 드는 국적항공사가 돼 조 회장의 행보에 날개를 달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는 공정거래위원회를 포함한 유럽연합·미국·중국·일본·베트남·대만·태국 등 8개 국가 경쟁당국의 기업결합심사를 모두 통과했을 때의 얘기다.

최근 유럽연합 경쟁당국은 에어캐나다와 에어트랜샛 간 기업결합에 대해 독과점 우려를 표시했고, 이에 에어캐나다가 에어트랜샛 인수를 포기하자 대한항공에 대해서도 비슷한 심사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우려의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과의 통합 시에도 점유율·중복직항노선 등이 독과점에 해당하는 규모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올해 안에 승인절차를 마무리 짓게 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대한항공이 목표하고 있는 아시아나항공과의 통합 시점은 오는 2024년이다.

/사진=대한항공
/사진=대한항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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