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양국, 배터리 안보차원 접근 합의···편들기 힘든 바이든 행정부 ‘합의종용’
외신 “바이든 승리” 평가도···“3조vs1조 팽팽했던 기 싸움, 서로 양보했을 것”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김도현 기자] 배터리 영업기밀 침해 등을 놓고 2년 째 다퉈오던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전격 합의했다. 두 회사는 합의금에 이견을 보이며 평행선을 달려왔다. LG 측은 3조원 안팎을, SK는 최대 1조원이란 방침을 고수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최종 합의금에 관심이 모아지는 이유다.

11일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두 회사의 합의는 주말사이 긴박하게 이뤄진 것으로 알려진다. LG의 손을 들어준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최종판결 후 60일 만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종료일을 목전에 두고, 한국 정부와 미국 행정부가 합의를 종용했고 두 회사가 이를 수용한 까닭에 급물살을 타게 됐다는 게 복수의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지난 2일 미국 메릴랜드주 아나폴리스에 위치한 해군사관학교에서 한·미·일 안보실장 회의에 앞서 한·미 안보실장이 두 회사의 배터리분쟁에 대한 논의가 있던 것으로 보도된 바 있다. 이 자리에서 최근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이 촉발되고, 배터리 역시 공급난이 발생할 것이라 예상돼 이를 안보차원에서 접근해야한다는 데 양국이 의견을 모았다.

국내만큼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여부에 주목했던 미국 현지 언론들도 이번 소식을 타전하며, 바이든 대통령의 승리라 표현했다. 친환경 정책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운 그의 거부권 행사 여부에 따라 특정회사 편을 들게 되는 모양새가 연출돼 양사 합의를 유도했다는 의미다. 워싱턴포스트는 “일자리 창출과 미국 내 전기차 공급망 구축을 원한 바이든의 승리”라 일컬었다.

양사는 비정기적으로 합의를 위한 만남을 지속해왔다. ITC 최종판결이 난 이후로는 비교적 잦은 만남이 있었다. 그럼에도 합의가 도출되기 힘들었던 까닭은 이견 차이 때문이다. 합의금이 골자였다. LG는 “제대로 받아내지 못한다면 배임에 해당한다”며 SK를 압박했고, SK는 “산출금액의 합당한 근거가 있어야 한다”며 맞받아쳤다.

두 회사의 노력도 컸지만 한미 정치권의 합의종용이 결정적으로 작용한 만큼, 두 회사 모두 일정수준 양보하는 차원에서 합의금이 도출됐을 것이란 게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SK의 마지노선인 1조원을 웃돌면서도 LG가 요구한 3조원을 밑도는 수준의 합의금이 도출됐을 것이란 해석에 힘이 실린다.

한편,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은 이날 오전과 오후 긴급 이사회를 각각 개최할 예정이다. 합의결과와 관련된 양사의 공동입장문은 두 회사 이사회 의결이 마무리된 뒤, 오후 늦게 쯤 발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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