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주식회사 ‘한국기업데이터’, 연이어 여당 실세 측근 인사 감사로 선임
올해 들어서만 3군데서 낙하산 인사 논란 발발···KDI·신보·예보 등 주목

하연호 한국기업데이터주식회사 노동조합 위원장이 청와대 앞에서 1인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사진=한국기업데이터 노조
하연호 한국기업데이터주식회사 노동조합 위원장이 청와대 앞에서 1인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사진=한국기업데이터 노조

[시사저널e=이기욱 기자]매 정권의 임기 말마다 자행됐던 금융권의 낙하산 인사 행태가 문재인 정부에서도 반복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미 올해 들어서만 수출입은행과 예금보험공사, 기업은행 등 여러 기관의 요직에 정부·여당 관련 인사들이 선임된데 이어 이달 말 임원 인사를 앞두고 있는 한국기업데이터 역시 낙하산 인사, 밀실 인사 논란으로 잡음에 시달리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 자리에도 친정부 인사가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어 낙하산 인사를 둘러싼 비판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기업데이터, 민영화 이후에도 정부 입김 ‘여전’···노조 “청와대 밀실인사 중단” 촉구

18일 업계에 따르면 이달 말 대표이사 및 임원진 교체를 앞두고 있는 한국기업데이터는 연일 낙하산 인사 잡음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 2005년 당시 신용보증기금이 43.63% 지분을 투자해 설립한 한국기업데이터는 지난 2012년 정부의 민영화 방침에 따라 민간 신용평가사로 전환됐지만 여전히 정부, 신보의 입김이 인사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한국기업데이터의 지분은 기술보증기금과 IBK기업은행, KDB산업은행, KB국민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NH농협은행이 각각 8.96%씩 보유하고 있으며 신보가 15%의 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들 주주사는 이달 말 주주총회를 열고 차기 대표이사와 전무, 상임감사 등 임원들을 새롭게 선임할 예정이다. 하지만 주총이 약 열흘 앞으로 다가왔음에도 불구하고 각 후보군들에 대한 검증 작업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어 기업 내부에서는 반발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그동안 한국기업데이터의 임원 자리는 기획재정부, 신보, 여당 인사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져왔다. 특히 감사 자리는 정부 실세의 측근 인사가 주로 임명돼 늘 논란을 일으켜왔다. 현재 최충민 감사는 더불어민주당 제1사무부총장을 지냈으며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의 측근 인사 중 한 명으로 알려져 있다. 장병화 전 감사는 박근혜 정부 최고 실세인 최경환 전 부총리의 매제며 이준호 전 감사도 이명박 정부 청와대 경제수석실 행정관 출신 인사다. 이재오 전 새누리당 의원의 측근으로도 알려져 있다.

이에 한국기업데이터 내부에서는 새노조를 중심으로 이러한 관행을 끊어내기 위한 움직임이 일고 있다. 하연호 한국기업데이터주식회사 노동조합 위원장은 최근 청와대와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1인 시위를 진행하기도 했다.

하 위원장은 “노조에서 금융당국과 주주사에 누구를 추천했는지 등을 알려달라고 요구했는데 아직도 답변이 없는 상태”라며 “밀실 인사의 전형적인 형태”라고 비판했다. 이어 “주총 2~3일 전에 통보식으로 발표하고 주주사가 거수기 역할을 하는 뻔한 과정을 보이고 있다”며 “문재인 정부 하에서도 이러한 행태가 반복되니 실망감을 감출 수가 없다”고 밝혔다.

또한 “자질이나 전문성에 대한 검증없이 임원들이 선임되면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며 “현재 감사도 당에서 온 사람인데 많은 문제를 일으킨 바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임원 선임을 위한 공정한 절차를 만들어야 한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형태의 투쟁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수은·예보·기은 등 상임감사·이사 낙하산 인사···KDI원장 후보로도 친정부 인사 거론

최근들어 낙하산 인사 논란에 휩싸인 곳은 비단 한국기업데이터뿐만이 아니다. 올해 들어서만 수출입은행, 예금보험공사, IBK기업은행 등 여러 곳에 연이어 정부, 여당 관련 인사가 선임되며 많은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수은은 지난 1월 김종철 전 법무법인 새서울 대표변호사를 상임감사로 임명했다. 김 감사는 국회 윤리심사자문위원과 보건복지부 고문변호사, 대한변협 법관평가특별위원장 등을 지냈으며 지난 대선 당시 문재인캠프에서 법률자문역을 맡은 바 있다. 또한 문재인 대통령과 같은 경희대학교 법학과 출신이기도 하다.

예보는 지난 2일 박상진 전 국회사무처 특별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을 상임이사로 선임했다. 박 이사는 국회사무처 정무위원회 전문위원과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문위원, 기획재정위원회 전문위원 등을 지냈으며 지난해 총선에서는 여당에서 강원도 속초·인제·고성·양양 지역구 예비후보로 출마하기도 했다.

기은도 지난달 정재호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신임 상임감사에 내정했다. 정 감사는 20대 국회에서 정무위 간사를 지냈으며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사회조정 비서관과 국무총리실 민정수석 등을 역임했다. 21대 총선에서는 당내 컷오프 대상에 포함돼 출마하지 못했다. 때문에 이번 임명이 당 차원의 보은 인사라는 해석도 일부 나오고 있다.

이달 말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는 KDI원장 자리의 후보로도 친정부 인사가 거론되고 있다. 현재 가장 유력한 차기 원장 후보로 언급되고 있는 홍장표 부경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문재인정부의 초대 경제수석으로 현 정부의 주요 경제 정책기조 중 하나인 ‘소득주도성장’을 설계한 인물로도 알려져 있다.

이러한 흐름대로라면 올해 교체를 앞두고 있는 주요 금융기관의 수장들 역시 낙하산 인사에서 자유롭기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대표적으로 윤대희 신보 이사장의 임기가 오는 6월 만료될 예정이며 위성백 예보 사장의 임기가 9월 만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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