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원장 4인 “직원들의 정서를 폭넓게 헤아리지 못해”···논의 자리 마련 약속
윤석헌 비판 여론은 여전···금감원 노조 “새로운 투쟁에 돌입할 것”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사진=연합뉴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이기욱 기자]지난 달 정기인사로부터 촉발된 금융감독원의 내홍(內訌)이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격화되고 있다. 인사를 담당했던 금감원의 부원장들까지 호소문을 게시하며 반발 여론 잠재우기에 나섰지만 내부 여론은 더욱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11일 금감원 관계자에 따르면 김근익 금감원 수석부원장과 최성일, 김도인, 김은경 부원장은 이날 금감원 내부 게시판에 최근 인사 갈등과 관련된 호소문을 올렸다. 이들은 이번 인사를 담당한 인사위원회 위원들이다.

부원장들은 글을 통해 “최근 정기인사 이후 직원들간 조직 및 경영진에 대한 불만과 불신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며 “이번 인사결과뿐만 아니라 구조적으로 승진·승급 적체가 지속된 상황에서 인사에 대한 예측가능성 및 고과제도에 대한 불신이 커져 직원들이 그간 느껴왔던 좌절감과 실망감이 표출된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에 대해 막중한 책임을 느낀다”고 전했다.

또한 그들은 “채용비리 연루자의 승진과 관련해 인사위원은 해당 내용을 명확히 인식하고 있었고 책임을 전가하거나 회피할 생각은 없다”라며 “징계처분이 종료된 직원을 계속해서 승진에서 배제하는 것 또한 문제라고 생각한 것이었으나 이 과정에서 직원들의 정서를 폭넓게 헤아리지 못한 것은 저희들이 부족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추가로 부원장들은 최근 외부에 드러나고 있는 내부 갈등 이미지에 대한 우려도 드러냈다. 그들은 “내부의 진심어린 논의가 자칫 갈등만이 부각돼 외부에서 볼 때 금감원이 매우 불공정하고 불합리한 조직으로 비춰질 우려가 있다”며 “이번 상황을 오히려 기회로 삼아 금감원의 위상을 새롭게 정립하고 내부 소통을 보다 활성화하는 등 금감원의 미래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논의해 보는 건설적인 장을 조속히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직원들이 애착과 자긍심을 가질 수 있는 조직이 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여 나가겠다”라며 “직원들도 조직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조금씩 더 힘을 내고 협력해 주기를 간곡히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다만 부원장들의 이러한 호소문에도 불구하고 윤석헌 금감원장을 향한 내부의 불만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직원들 사이에서는 부원장들의 호소문을 놓고 윤 원장의 책임 전가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윤 원장 퇴진 운동을 벌여왔던 노조 측 역시 투쟁 강도를 더욱 높여나갈 방침이다.

오창화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금융감독원 지부 위원장은 “(지난 5일) 면담에서도 윤석헌 위원장은 책임을 지겠다는 의지를 보이지 않았고 연임 포기에 대한 뜻도 나타내지 않았다”며 “이번 부원장들의 호소문 역시 사과의 뜻이 없으며 한 마디로 ‘니가 참아라’라는 식의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전혀 책임지지 않겠다는 태도를 계속 보이고 있으니 다음주부터 새로운 투쟁에 돌입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윤 원장은 지난달 정기 인사 이후 내부 직원들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여러 건의 채용비리에 가담한 것으로 알려진 A팀장과 B수석조사역을 각각 부국장과 팀장으로 승진시키자 내부에서는 정기 인사를 취소해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되기 시작했고 노조 측에서는 윤 원장의 퇴진을 요구하고 나서기도 했다.

금감원 노조는 지난 3일 기자회견을 통해 윤 원장에게 5일까지 거취를 밝힐 것을 요구했고 이에 윤 원장은 5일 거취 표명 대신 오 위원장과 1대 1 면담 자리를 만들었다. 하지만 이날 면담 자리에서도 서로의 입장 차이만 확인했을뿐 별 다른 논의가 이뤄지지 못했고 금감원 노조는 지난 9일 채용비리 연루자에 대한 구상권 청구를 요구하며 재차 윤 원장을 압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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