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주 2/3 이상 동의 필요···토시보상 협상 지연될 가능성 커

사진은 대규모 공공주도 주택공급 예정지인 서울역 인근 쪽방촌이 내려다보이는 곳에 문을 연 '공공주도 3080+ 통합지원센터' 사무실. / 사진=연합뉴스
사진은 지난달 연 '공공주도 3080+ 통합지원센터' 사무실. 대규모 공공주도 주택공급 예정지인 서울역 인근 쪽방촌이 내려다보이는 용산구에 개소했다.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노경은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이하 LH) 직원들의 조직적 땅 투기 의혹으로 정부의 신규 택지 지정을 통한 주택공급 방안에 불신이 커지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도심공공주택사업과 공공직접 시행 정비사업도 당초 계획과는 달리 흐지부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도심공공주택사업과 공공직접시행 정비사업은 정부가 2·4 부동산 대책인 ‘공공주도 3080+’에서 주택공급 방안으로 내놓은 공급방안 중 일부다. 먼저 도심공공주택사업은 땅주인과 민간기업, 지자체 등이 개발이 필요한 입지를 찾아내 LH에 제안하면 LH가 개발에 적합한 사업장을 선정하고 이를 국토부에 지구지정을 요청한 뒤, 토지주 2/3 이상의 동의를 거쳐 확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공공직접시행 정비사업도 공공이 재개발과 재건축을 주도해 도심 내 빠르게 주택을 공급하는 방식을 구현하면서 마련됐다. 이 제도는 정비사업이 도심에 주택을 대규모로 공급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인데 반해 사업이 평균 10년 이상 걸리는 등 더디게 진행돼 온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제시된 것으로 공공의 역할은 매우 크다. 기존의 조합은 해산시키고 모든 의사결정권을 공공에게 돌리는 식이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는 오는 31일까지 정비사업 컨설팅 단지를 모집 중이다.

정부는 이 두 가지 방법을 통해 오는 2025년까지 33만2000가구(도심공공주택사업 19만6000가구, 공공직접시행 정비사업 13만6000가구)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사업장 선정자인 LH가 투기꾼 이미지가 박혀버린 상태에서 토지주들이 개발에 반대하며 LH에게 땅을 넘기지 않는 분위기가 우세해 질 가능성 커졌다는 점이다. ‘남의 땅 뺏고, LH 임직원 배불리나’는 인식이 팽배한 영향이다.

실제 일부 지역에서는 벌써부터 이와 같은 조짐이 현실화되고 있다. 국토부는 지난달 서울역 쪽방촌 일대 4만7000㎡에 2410가구(공공주택 1450가구, 민간분양 960가구)를 신축해 기존 쪽방촌 주민을 공공임대주택에 재정착하는 사업 계획을 발표했다. 그리고 해당 사업 시행자로 는 LH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를 지정했는데, 해당 지역 주민대책위는 이날 반대집회에 나섰다. 대책위 관계자는 “LH 자체가 부정한 땅 투기로 얼룩진 집단인데 어떻게 개발을 맡기겠나”라며 “사유재산을 강탈하는 사업일 뿐이니 공공사업을 철회하고 민간 개발을 하겠다는 것이 우리의 입장”이라고 주장했다.

당정은 공급방안 일정에 차질이 없다며 요동치는 민심과 시장을 안심시키는 데 주력하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83만호를 공급하는 2·4 공급대책을 포함한 주택공급대책은 반드시 일정대로 추진하겠다”며 “4월에 2차 신규 공공택지 입지를 발표하고 7월에는 3기 신도시 사전청약을 시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역시 “투기 의혹 전수조사와 수사와 별개로, 예정된 2·4 주택공급 계획은 차질 없이 추진되도록 당·정·청이 책임지고 점검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3월 국회에서 LH 투기방지법을 최우선으로 처리하기 위해 문진석 의원, 박상혁 의원 등이 관련 법안을 발의한 상태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투기 의혹이 택지개발을 통한 주택공급 뿐 아니라 다른 공급방안으로까지 불씨가 확산할 수 있다고 예상한다. 실제 이렇게 될 경우 정부의 차질 없는 공급 의지와는 달리 시장 안정화라는 정부의 목표가 받는 타격이 커질 수 있다.

한 부동산업계 전문가는 “LH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서 토지주들이 LH가 제안하는 토지보상안에 합의하지 않고 협상이 지연될 가능성이 커진 건 불보듯 뻔한 사실”이라며 “시장에 지속적으로 공급확대 메시지를 던진 상황에서 사업 첫 단추인 협상에서부터 난항을 겪으면 공급 문제가 계획대로 작동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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