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고독성 기준, 국내서도 동일···산림청 ‘식용 잣나무’ 재선충 방제용 결정한 아바멕틴 원제는 ‘고독성’
농진청, 잔류농약 시험성적서 자료 공개 사실상 ‘거부’···농약관리법상 ‘공익상 필요시 공개’ 가능
“산림수종 등 농약 안전성 검증 미비, 대책 마련해야” ···농약 선정 일원화 등 제도 개선 필요 지적도

지난 27일 경기도 가평군 한 야산에 소나무재선충병 방지를 위해 소나무와 잣나무 등의 반출을 금지하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산림청과 지방자치단체 등이 주관해 해마다 2월이 되면 전국적으로 소나무재선충병 방제 작업을 진행된다. / 사진=이승욱 시사저널e 기자
지난달 27일 경기도 가평군 한 야산에 소나무재선충병 방지를 위해 소나무와 잣나무 등의 반출을 금지하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산림청과 지방자치단체 등이 주관해 해마다 2월이 되면 전국적으로 소나무재선충병 방제 작업을 진행된다. / 사진=이승욱 시사저널e 기자

[시사저널e=이승욱 기자]  ‘고독성 원제’를 함유한 소나무재선충 살충제 농약의 방제 대상 수종을 ‘식용 잣나무’ 등으로 확대하기로 한 산림청 결정이 안전성과 약종 선정 절차 문제 등으로 논란을 빚고 있는 가운데, 해당 논란이 국내에서 유통되는 독성 농약의 안전 관리 실태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특히 국내에서 일반 농작물에 비해 상대적으로 사각지대에 있는 산림수종 등에 대한 농약 관리 실태를 점검하고 향후 개선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팩트체크=아바멕틴은 고독성인가, 아닌가                                                                                                                                     

국내 ‘고독성’ 기준, WHO와 동일···등록 시 품목 외 원제 급성독성 성적서도 제시

산림청은 지난해 11월 30일 농촌진흥청과 유관기관 관계자 등이 참석 가운데 ‘2021년 산림병해충 방제용 약종선정 자문회의’를 열고, 소나무류와 잣나무 등에서 발병하는 재선충병 예방 방제를 위해 살충제 나무주사와 매개충 항공방제 약제 등을 추가 선정했다. 

특히 당시 회의에서는 ‘비식용 잣나무’에 한해 사용하던 재선충 예방 약제 사용 대상 수종을 ‘식용 잣나무’로 변경하거나 신규 선정하기도 했다. 그동안 산림청은 재선충병 예방 농약을 사용한 후 비식용과 식용 구분 없이 방제 수목 인근에서 잣과 솔잎, 버섯 등 부산물 수확을 일체 금지해왔다. 

하지만 소나무재선충 방제를 위해 선정된 살충제용 나무주사 약제가 고독성 살충 성분인 ‘아바멕틴(abamectin)’을 함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안전성 논란으로 번졌다.  

나무와 과채류의 살충제로 사용하는 아바멕틴은 WHO(세계보건기구)와 미국 NIH(국립보건원)과 EPA(환경청) 등이 ‘고독성(highly hazardous)‘으로 분류하고 있다. WHO 자료에 따르면 아바멕틴의 LD50(반수치사약량, 실험동물 50%를 치사시키는 농도)은 8.7㎎/㎏이다. 

WHO(세계보건기구)의 농약 독성 정도별 분류 기준. 독성 상위 기준 두번째인 '고독성(highly hazardous)'으로 분류하는 LD50 기준은 5~50㎎/㎏으로 돼 있다. /사진=WHO 자료 캡처
WHO(세계보건기구)의 농약 독성 정도별 분류 기준. 독성 상위 기준 두번째인 '고독성(highly hazardous)'으로 분류하는 LD50 기준(경구독성)은 5~50㎎/㎏으로 돼 있다. /사진=WHO 자료 캡처

국제적으로 급성경구 독성이 가장 심한 맹독성(extremely hazardous)은 LD50을 5㎎/㎏ 미만으로 분류하고 있다. LD50 기준치가 낮을수록 독성이 심하다. 고독성 기준은 5~50㎎/㎏로 맹독성보다 낮다. WHO 기준에 따르면 8.7㎎/㎏인 아바멕틴은 맹독성에 가까운 고독성 기준 내에 있다.  

아바멕틴 고독성 논란이 제기된 직후 산림청과 농진청 등 관계기관은 아바멕틴의 국제 기준은 고독성이 맞다면서도, 국내에서는 고독성보다 낮은 ‘보통독성’(moderately hazardous)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박종호 산림청장도 지난 16일 국회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잇단 고독성 지적에 대해 “아바멕틴은 미국과 유럽에서는 고독성으로 분류한다”면서도 “우리나라 기준은 낮아 (보통독성으로) 농약관리법에 따라 등록된 약제”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아바멕틴 자체는 국내에서도 ‘고독성’이 맞다. 현행 농약관리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국내 급성경구독성(고체 기준)의 고독성 기준은 LD50가5~50㎎/㎏으로 WHO 기준과 동일하다. 산림청이 원제의 독성과 시중에 판매되는 농약제품(품목)의 독성을 명확히 구분없이 해명을 내놓으면서 논란을 키운 측면이 없지 않다.

예를 들어 지난 1995년부터 국내에서 일부 과채류 살충제로 유통된 ‘아바멕틴 유제 1.8%’은 아바멕틴 성분이 1.8% 함유된 농약품목(제품)이고 원제는 아바멕틴이다. 

국내 농약의 관리 및 등록업무를 맡고 있는 농진청 관계자는 “국제적으로 원제를 직접적으로 (농약 방제에)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원제가 고독성이라고 하더라도 (희석해서)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산림청은 논란이 확산되자 해명자료를 내고 “WHO에서는 농약원제 96%를 기준으로 독성 정보가 있어 국내 제품(1.8%)의 독성 구분 차이가 있다”고 밝혔다. 이 문장을 그대로 뜯어보면 WHO에는 아바멕틴 원제 독성 수치가 있어 기준에 따라 고독성은 맞지만 우리나라는 품목의 독성만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렇다면 이 해명은 얼마나 적절할까.

현재 농진청은 농약 원제와 제품 등록 시 ‘급성독성 시험성적서’를 반드시 제출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또 급성독성 시험은 희석 또는 다른 원제와 혼합한 ‘품목’ 뿐만 아니라 ‘원제’의 급성독성 시험성적서도 제출하도록 돼 있다. 

국내 농약 등록 절차상 필요한 시험성적서 제출 항목이 품목보다는 원제가 더 많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농진청의 ‘농약 및 원제의 등록신청요령’에 따르면 국내에서 농약 등록할 경우 제출하는 인축(人畜)독성 시험의 세부시험 항목으로 △급성독성 △피부자극성 △90일 반복투여 독성 △만성반복투여 경구독성 △발암성 △유전독성 △동물체내대사 등 22개 세부 시험 항목이 있다.

22개 세부 시험 항목 중 시험 물질이 품목인 경우는 6개 정도다. 나머지는 원제를 시험물질로 하는 시험이다. 이 시험 기준에 따르면 아바멕틴을 함유한 농약제품의 등록 당시에 아바멕틴 원제의 급성독성 검사도 제출됐을 가능성이 있다. 

◆논란1.=잔류농약 시험성적서 왜 공개 안 하나                                                                                                                           

농진청, 농약관리법 규정 근거로 제시···‘공익 차원 공개 가능’ 단서 조항 

지난달 16일 국회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개호 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지난달 16일 국회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개호 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산림청과 농진청 등은 아바멕틴 함유 재선충병 살충제 농약의 식용 잣나무 사용 확대 결정이 본지 보도로 알려진 이후부터 줄곧 잣나무 수확물인 ‘잣의 작물잔류농약 시험’ 결과를 주요 근거로 내세웠다.  

농진청은 농수산위 소속 국회의원들의 문제 제기가 있었던 지난 16일 소관 상임위 전체회의 이후에도 농약잔류 시험성적서 등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 의원실이 일부 관련 자료를 제출받은 시점은 상임위 전체회의 후 일주일 가까이나 지난 22일쯤인 것으로 전해졌다. 

농진청은 답변 자료에서 “잣에 대한 농약 잔류량이 0.01㎎/㎏ 미만으로, 잔류허용 기준(0.05㎎/㎏)에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또 지난해 자문회의에서 식용 잣나무로 사용 확대 결정이 난 아바멕틴 분산성액제 등 4종의 대략적인 검출 수치와 시험성적 기관만 표시해 자료를 제출했다. 농진청에 따르면 아바멕틴의 잔류농약 검사를 시행한 기관은 모두 3곳으로, 이 중 2곳은 농약회사 소속 연구소다. 

하지만 잔류농약 시험 과정에서 시험 대상인 샘플 수나 시험 기간, 방법, 조건 등은 별도로 없었다. 시험성적서 원본 역시 첨부하지 않았다. 

농진청은 국회의 세부 자료 요청에 대해 ‘법상 비공개’라는 논리를 들어 시험성적서 제출이 불가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농진청 관계자는 시사저널e 기자에게 “(농진청에 제출한) 시험성적서는 오픈(공개)이 안 된다”면서 “농약관리법에 따라 (외부에 공개를)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농진청이 자료 제출 불가 이유로 내건 법 조항은 ‘농약관리법 27조 1항’이다. 해당 법 조항에 따르면 농약회사 등 농약 등록신청자가 ‘제출 자료의 보호를 요청하는 경우’ 공개해서는 안 된다. 

다만 해당 조항에는 ‘자료를 공개하는 것이 공익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한다’고 단서가 달려 있다. 이에 대해 농진청 측은 “해당 자료의 공개가 공익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농약 독성 시험을 전문으로 하는 전문가들은 시험 샘플 수나 시험 조건 등에 따라 결과치가 바뀔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재선충병 방제 농약의 건강 위해성 여부 등이 면밀히 분석됐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는 자세한 시험 데이터와 시험성적서 공개가 필요하다. 

농약 성분 검사를 연구분야로 하는 한 전문가는 “특정 과채류의 잔류성 검사를 했는데 기준치 이하로 나왔다면 일단은 (농약 잔류량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 할 수도 있다”면서도 “하지만 샘플 수나 농약 투입 후 검사 시기 등을 따져봐야 시험결과의 정확도를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적은 수의 샘플로 조사를 했다면) 감을 잡았다고는 할 수 있지만 더 많은 샘플 수를 가지고 추가적인 시험을 해봐야 한다”고 의견을 보였다.  

◆논란2.= 소나무 가지 독성 검출량 이상 없나                                                                                                                                  

‘소나무 가지’서 잔류량 기준치 세배 가까이···열매 등 독성 이행 없나

작물잔류농약 시험뿐만 아니라 장기적인 관점에서 식용 작물에 대한 보다 다양하고 정밀한 농약 이행 분석이 필요하다는 정황도 있다. 이는 해당 기관의 자체 자료에서도 드러난다는 의견도 있다.  

지난해 산림청 자문회의에서 배포된 자료에 따르면, 산림청은 아세타미프리드·에마멕틴벤조에이트 분산성액제(8+2%) 합제의 매개충에 대한 방제효과에 대해  “1년차에서 100%”였고, “소나무재선충에 대한 2년간 지속 효과도 96.7% 이상”이라고 밝혔다. 

특히 나무주사 후 585일(2년차)이 경과한 시점에서 방제 수목의 ‘가지’에서 에마멕틴벤조에이트의 잔류량이 0.142㎎/㎏ 검출됐다고 산림청이 밝혔다. 에마멕틴벤조에이트는 아바멕틴보다는 급성독성 수치가 낮지만 동일한 살충제 성분으로, 소나무와 잣나무 재선충 방제 등에 사용된다. 잣에 대한 국내 잔류허용기준치(MRL)도 0.05㎎/㎏으로 아바멕틴과 동일하다. 

일부 농약 전문가들은 수간주사를 놓는 목질부, 즉 나무줄기가 아닌 가지에서 MRL을 세배 가까이 초과하는 유효성분이 검출된 점을 주목했다. 

농화학이 전공인 서울지역 사립대 한 교수는 “통상 수간주사를 주입하는 줄기는 가지가 아닌 메인(main) 줄기다. 수목의 측면에서 자란 가지에서 유효성분이 많이 나왔다면 (가지에 달리는 잎이나 열매로) 이행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라면서 “(유효성분이 검출된) 가지가 어느 정도 위치인지 정확하지는 않지만 (잎이나 열매가 달리는) 잔가지 정도라면 반드시 (추가적인) 실험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환경화학 분야를 전공한 전문가도 “농약의 잔류량은 단순히 (독성 성분이) 검출된 잔류량뿐만 아니라 흉고직경이나 나무의 무게까지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면서도 “수간주사라는 것이 어떠한 물질이 물관을 이용해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는 것인 만큼 (수목 상층부) 가지에서 (검출된) 0.142㎎/㎏ 정도라는 수치는 생각보다는 많이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일회적인 잔류농약 검사가 아닌 샘플 수를 확대해 더 많은 개체수에서 잔류 반응을 검사하는 한편, 나무주사 후 수확에 이르는 시기별로 면밀한 잔류농약 검사 등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잣나무의 경우 대략 2년마다 잣 열매를 맺는다. 

◆논란3.=국내 농약 안전기준 적절한가                                                                                                                                       

WHO 급성독성 기준, 고체·액체 구분 없어···독성 논란 때 대처 기준도 혼돈                                                                                          

재선충 방제 농약뿐만 아니라 과채류 등 일반 농작물에 사용하고 있는 농약제품과 원제 등의 독성을 두고도 혼란이 인다. 

현재 국내 급성독성 기준은 맹독성(LD50 5㎎/㎏ 미만)과 고독성(5~50㎎/㎏) 기준은 WHO 기준과 동일하다. 하지만  WHO와 국내 보통독성, 저독성 기준은 다르다. 

WHO는 보통독성과 저독성 분류 기준 LD50 을 50~2000㎎/㎏과 2000㎎/㎏ 이상으로 설정하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급성독성 정도에 따른 농약 구분이 다소 차이를 보인다.

이는 WHO 기준이 고체와 액체 구분 없이 보통독성을 설정하는 반면, 국내에서는 고체와 액체를 구분해 고체의 경우 50~500㎎/㎏, 액체는 200~2000㎎/㎏으로 분류하면서 생기는 혼란이다. LD50의 수치가 작을수록 농약의 독성이 강하다는 의미인 만큼, 독성 기준 적용에 따라 대상 독성 분류가 달라질 수 있다. 

농약업계에서는 WHO 독성 기준이 원제를 중심으로 설정돼 있지만 실제 농업인 등이 접하는 농약은 제품 위주인 만큼 WHO 기준을 이용해 제품 독성으로 환산 후 독성을 구분, 관리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반면 공중보건학 쪽에서는 복용 시 치명률이 높은 농약이 보통독성으로 구분하는 데 대해서 합리성 문제를 제기하는 주장도 있다. 

국내에서 시시때때로 농약 성분과 제품의 독성 농약 논란이 일 때마다 문제 시 되는 농약의 독성이나 사후 대처도 제각각이다. 

식약처의 전신인 식약청이 지난 2013년 2월 유통 중이던 살충제 10개 성분과 347개 제품에 대해 무더기로 안전성 조치를 했다. 식약청이 당시 허가 취소했던 것으로 알려진 ‘클로르피리포스(Chlorpyrifos) 유제’의 원제는 ‘보통독성’ 수준이었다. 

방역용이나 일부 농작물 재배 시 살충제로도 쓰이는 클로르피리포스는 LD50이 135㎎/㎏으로, 아바멕틴(8.7㎎/㎏)보다는 독성이 약하다. 하지만 당시 식약청은 일부 클로르피리포스 살충제가 인지 능력 손상 등을 시킨다는 이유로 허가를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농진청의 농약안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1월 클로르피리포스유제(20%) 등 해당 원제 함유 농약 11개 품목의 주성분량 기준 연간 사용량을 133톤으로 규제하는 ‘제한처분농약’으로 지정됐다.

일명 ‘농약 사이다’로 알려진 살충제 ‘메토밀(methomyl·제품명 메소밀)’은 아바멕틴과 동일한 ‘고독성’으로 분류되고 있다. 메토밀의 LD50은 17㎎/㎏으로 아바멕틴과 단순 비교하면 수치가 절반 가량 높아 독성은 상대적으로 낮다. 당시 메토밀이 함유된 농약제품은 ‘고독성’으로 분류돼 유통됐다. 결국 경북 청송과 상주 등에서 인명사고가 잇따르자 지난 2015년 11월 유통·사용이 전면 금지됐다. 

지난 2017년 충북 서천군에서 실시하는 소나무재선충병 방제 사업에 참여하는 작업자들이 예방 나무주사를 놓고 있다. /사진=서천군 홈페이지
지난 2017년 3월 충북 서천군에서 실시하는 소나무재선충병 방제 사업에 참여하는 작업자들이 예방 나무주사를 놓고 있다.
/사진=서천군 홈페이지

◆문제점= 산림수종·소면적 재배 농작물 농약 관리 ‘사각지대’?                                                                                                           

자연 임산물·작업자·아파트 단지 등 농약 독성 노출 가능성···“독성 검사 강화 등 제도 개선 필요”

재선충병 등 각종 산림병해충 방지를 한다는 목적으로 산림수종에 오랜기간 사용했던 독성 농약에 대한 정밀한 안전성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보다 내실화된 농약잔류성 검사와 환경성 검사 등 각종 위해성 검사를 통해 충분한 검토 후 농약의 사용 여부 등을 따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산림병해충 방제 효과에 초점을 맞추면서 약종선정을 하다 보니 산림수종에서 생산되거나 공생하는 잣과 야생 버섯, 솔잎 등 임산물의 농약 안전성 문제가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례로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고독성 원제가 함유된 아바멕틴류 농약은 지난 1995년 국내에서 각종 농작물에 처음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2015년부터는 소나무재선충병 농약으로도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배와 오이 등 일부 과채류 작물에 희석배수 2000~3000배를 적용하거나 미리 정해진 ‘안전사용기준’에 따라 방제 활용한다. 

하지만 산림수종의 경우 별도의 희석배수 없이 제품 그대로 사용하거나 별도의 안전사용기준도 없다. 이에 대해 농진청은 ‘2~3월 예방주사를 일률적으로 주입하고 수확 시기는 10월 정도로 정해진 만큼 사실상 안전사용기준이 있다’는 식으로 해명하고 있다. 반면 

나무주사 살충제뿐만 아니라 항공방제용 병해충 약제가 광범위한 산림지역에서 사용되는 만큼 각종 자연 임산물과 생태계 안전성 우려도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또 산림 부산물을 섭취하는 소비자뿐만 아니라 농약 제조와 농약제 투약에 관여하는 작업자들에게도 위해성을 입힐 수 있다는 점도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국내에서 농약 등록 시 제출하는 인축독성 시험성적서 중 세부 항목으로 ‘농약살포자 측정시험’이 있지만, ‘위험성이 있다’는 농진청이 판단할 경우만 제한적으로 제출하도록 돼 있다. 지난해 기준 소나무재선충병 예방 나무주사를 맞은 소나무와 잣나무는 전국적으로 538만5000본에 달한다. 방제 작업자들도 대규모로 작업에 동원되면서 안전성 문제가 생길 우려도 있다. 

또 농약은 산림수종이 상대적으로 많은 도심 내 대규모 아파트 단지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만큼 보다 안전 관리에 대한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지난 2018년 3월 충북대 식품의학과 등이 농약과학회지에 발표한 ‘공동주택단지 수목 병해충 관리 현황과 관리체계에 대한 인식’ 자료에 따르면 “전국 대부분의 공동주택단지들이 단지 내 수목에 발생하는 병해충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도 없이 특정업체에 병해충 관리를 전적으로 위임하고 있다”면서 “그로 인해 자신들의 수목 건강상태에 대해서도 충분히 인식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상대적으로 허술한 반복독성 관리 등도 유념해야 할 대목이다. WHO 식품안전성 자문위원을 맡고 있는 정상희 호서대 임상병리학과 교수는 “(임산물 수확이 가능한 산림수종에서) 농약 독성 문제는 생각해보지 못한 부분”이라면서 “(임상병리학의 관점에서) 농약 원제든 제품 농약이든 우려하는 독성은 급성독성보다는 식용을 장기 복용했을 때 생길 수 있는 반복독성“이라고 말했다.

그는 “(산림수종의 경우에도) 농약을 얼마나 투약해서 수확은 얼마나 하는지 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으면 위해성 검사 등을 통해 따져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민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산림수종 등에 대한 독성 약종선정 과정에서 관계기관이 투명한 절차를 지키고 과학적 분석법 등을 통해 충분한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특히 농진청 농약선정위원회와 별도로 개최되는 산림청의 약종선정 자문회의 운영 및 제도를 개선해야 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국내 농약의 등록 허가와 관리 업무를 맡고 있는 농진청이 산림청 약종선정 과정에서 사전 협의를 하고 있지만, 최근 산림청 재선충병 방제 약종선정 과정처럼 양 기관이 소통 과정에서 문제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규승 전 충남대 생물환경화학과 교수는 “산림수종에 사용하는 농약도 산림청이 아니라 농진청으로 약종선정과 안전사용기준을 정하는 등 관리 창구를 단일화하고 농진청은 농약을, 산림청은 임업인을 지원하는 역할을 해주는 쪽으로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면서 “산림수종 부산물에 대한 농약 노출의 위험성은 단편적인 시험과 데이터로는 신뢰를 못하는 만큼 체계적인 실험을 설계하고 시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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