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2·6위 현대차-포스코 ‘수소환원제철’ 등 수소산업 전반서 협력키로
수소생산 거점이 될 용광로···조강생산 과정서 배출되는 탄소도 ‘제로화’

/그래픽=시사저널e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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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e=김도현 기자] 국내 대표 철강사들이 수소생태계 구축에 중심에 설 전망이다.

최근 현대자동차·포스코 등이 맺은 수소사업 협력이 당초 예상치를 훨씬 웃돌 것으로 감지되면서 기대감이 모아진다. 양사가 체결한 업무협약(MOU)에는 석탄이 아닌 수소를 사용해 철강을 생산하는 ‘수소환원제철’ 기술개발 협력방안이 담겨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23일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이번 협약은 현대차와 포스코의 단순한 협력 이상이 될 전망이다. 재계 2위 현대차그룹과 6위 포스코그룹 간 협력이다. 현대차그룹은 현대제철을 보유했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글로벌 조강생산량 순위 5위·15위에 각각 랭크됐다. 포스코뿐 아니라 현대차그룹도 철강생산에 있어 수소환원제철 기술을 적용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현대차그룹은 국내 완성차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다. 포스코·현대제철은 고로(용광로)를 보유한 국내 유이한 업체다. 재계 안팎에서는 “완성차·철강업계가 수소생태계 구축에 돌입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입을 모은다. 현대차가 수소전기차 생산에 적극 나서고, 철강사들이 수소생산 뿐 아니라 이를 활용해 쇳물을 뽑아 자동차강판을 납품한다는 복안이다.

현대차그룹이 수소차개발에 앞장서 온 만큼 현대제철도 관련 기술을 선도적으로 추진했다. 2016년부터 철강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생가스를 재활용해 수소를 생산하고 있으며, 수소차의 핵심부품 중 하나인 금속분리판 등을 제작 중이다. 지난해에는 현대차·한국가스공사·현대글로비스 등과 함께 연 수소생산 능력 확대를 골자로 한 MOU도 체결했다. 현재 연산량 3500톤에서 3만7200톤으로 10배 이상 키우겠다는 심산이다.

포스코도 자체적으로 수소로드맵을 짰다. 2050년까지 500만톤의 수소생산체제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배터리 소재부문 강화에 주력하며 비(非)철강부문 사업 강화에 중점을 둬 온 포스코는 기존 고로시설을 활용해 수소를 생산하는 데도 적극 나서겠다는 내부적 방침을 세우고 지속적인 투자이행을 계획했다. 특히 포스코가 계획한 수소생산량 500만톤은 정부가 2040년 국내서 생산되는 수소총량 목표치다.

이 같은 움직임은 다양한 이해관계가 맞물렸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각국은 탄소배출 저감에 사활을 걸고 있다. 우리 정부도 2050년까지 탄소중립에 나서겠다고 공헌했다. 기존 고로는 쇳물을 뽑아내는 데 철광석을 사용한다. 자연히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 수소환원제철 기술이 적용되면 물이 발생한다. 탄소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조강생산방식이다.

 

지난 16일  현대차와 포스코의 ‘수소 사업 협력에 관한 업무협약식’. 왼쪽부터 현대차 연료전지사업부장 김세훈 부사장, 정의선 현대차 회장, 최정우 포스코 회장, 유병옥 포스코 산업가스수소사업부장. /사진=포스코
지난 16일 현대차와 포스코의 ‘수소 사업 협력에 관한 업무협약식’. 왼쪽부터 현대차 연료전지사업부장 김세훈 부사장, 정의선 현대차 회장, 최정우 포스코 회장, 유병옥 포스코 산업가스수소사업부장. /사진=포스코

탄소배출 저감노력이 거세지면서 제조과정에서 얼마만큼의 탄소가 배출되는지에 대한 관심도 대두된다. 점차 내연차 모델출시를 감소시키고 이를 전기차·수소차로 대체하겠다는 현대차그룹도 이 부분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친환경차량을 만들어내면서 오염물질을 대거 배출한다는 점은 마케팅 측면에서 상당한 불안요인이다.

또한 현대차는 수소차 분야에서 국제시장을 선도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선 관련 인프라 구축이 필수적이다. 포스코는 포항·광양 등에 총 9기의 고로를 보유했다. 당진에만 3기를 보유한 현대제철에 비해 수소생산능력이 높다. 포스코와 손을 잡고 국내 주요 제철소 현장에 수소차를 공급할 뿐 아니라 수소생산 및 활용도를 높이는 데 이번 협력에 의의가 있는 셈이다.

넘어야 할 산이 있다. 비용이다. 수소환원제철 기술개발에 성공하고, 이를 현장에 적용하기 위해선 기존 고로를 개선해야 한다. 다시 말해, 철광석이 아닌 수소를 통한 조강생산이 가능한 구조로 탈바꿈시키기 위해 고로를 새롭게 구축해야 한다는 의미다. 고로 1개를 새로 짓는데 6조원에 육박하는 예산이 필요하다. 단순 산술적으로 고로 9기를 보유한 포스코는 50조원 이상, 3기를 보유한 현대제철도 15조원 이상을 투입해야 한다.

최근 철강사들의 실익이 급속도로 낮아지는 추세다. 지난해 2분기 포스코는 사상 첫 분기적자를 기록했다. 현대제철도 간신히 적자를 면했지만 연매출 규모가 수십조원임을 감안하면 영업이익률이 제로에 가까웠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확산 등의 여파도 한 몫 했지만, 실익률 후퇴는 철강업계 전반에서 지속돼 온 공통된 현상이다. 정부의 지원마저 요원하다.

지난 16일 현대차와 포스코의 수소사업 MOU 체결 당시 정의선 현대차 회장은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수소경제 패러다임 전환은 모든 기업이 당면한 과제이자 지속가능한 미래 구현을 위한 필수적 요소”라 강조했다. 최정우 포스코 회장도 “(현대차그룹과)다양한 협력 기회를 찾아 수소 경제 이니셔티브를 확보하겠다”며 의지를 드러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파리기후협약 체결 후 주요국은 수소환원제철 도입에 의욕적인 모습을 보였지만, 국내서는 예산편성조차 이뤄지지 않았다”면서 “민간의 수소경제 활성화 의지에 탄소저감과 수소경제 활성화 기조를 내 건 정부가 버팀목이 돼 줄 필요가 있다”고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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