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90% 차지 중기 타격···전체 고용 악화
대기업과 불균형 확대로 ‘경기·소비 회복’ 지연
중기 활성화? “고용지원금·청년채움공제 확대···전속거래·납품단가 인하 막아야”

17일 경기도 남양주시 진관산업단지 모습. / 사진=연합뉴스
17일 경기도 남양주시 진관산업단지 모습.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이준영 기자] 코로나19 타격이 중소기업에 집중되면서 전체 고용을 악화시켰다. 대기업과 불균형도 커져 소비 회복 등 전체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중소기업에 집중된 타격은 전체 고용난으로 이어졌다. 지난 1월 기준 전체 취업자 가운데 300인 미만 중소기업 취업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89%다. 중소기업에서 일자리가 줄어 전체 일자리도 감소했다.

17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월 취업자는 2581만8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8만2000명 줄었다. 이 가운데 종사자 300인 미만 중소기업 취업자는 2308만2000명으로 전년 동월보다 110만4000명 줄었다.

규모가 작을수록 고용 충격이 더 컸다. 종사자 5인 미만 소상공인 취업자는 921만1000명으로 49만6000명 줄었다. 5인 이상 300인 미만 업체 취업자는 1387만1000명으로 60만8000명 줄었다. 중소기업 취업자는 코로나19가 본격화 한 지난해 3월 이후 11개월 연속 감소했다.

반면 대기업의 고용은 회복되고 있다. 지난 1월 종사자 300인 이상 대기업 취업자는 273만7000명으로 1년 전보다 12만3000명 늘었다. 대기업 취업자는 지난해 코로나19 발생 후에도 전년 동기 대비 증가세가 이어졌다.

자료=통계청, 이미지=김은실 디자이너
/자료=통계청, 이미지=김은실 디자이너

중소기업의 고용난은 내수 부진 때문이다. 코로나19 확산세와 이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지난 1월 대면 산업인 숙박 및 음식점업(-36만7000명), 도매 및 소매업(-21만8000명), 협회 및 단체·수리 및 기타개인서비스업(-10만3000명) 등에서 취업자 감소 폭이 컸다. 제조업 취업자도 전년보다 4만6000명 줄었다. 이러한 업종은 주로 중소기업 비중이 높다. 반면 대기업 비중이 높은 수출은 지난해 10월부터 회복세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내수 부진이 이어지면서 대면서비스업 등 중소기업 매출이 감소하면서 고용 여력이 줄었다”고 말했다.

김성희 산업노동정책연구소 소장은 “수출 중심의 대기업은 코로나 상황에서도 높은 이익을 내거나 회복되고 있으나 이들 대기업에 납품하는 내수 중소기업은 어려움이 크다”고 했다.

실제로 중소기업의 생산지수는 하락한 반면 대기업은 회복했다. 지난해 3분기 제조업 부문 대기업 생산지수는 전년 동기 대비 2.3% 증가했다. 그러나 중소기업은 2.6% 감소했다. 4분기에도 제조업 부문 대기업 생산지수는 1.7% 늘은 반면 중소기업 생산지수는 3.2% 줄었다. 서비스업도 지난해 3분기 대기업 생산지수는 0.3% 늘었지만 중소기업은 3.6% 감소했다.

이러한 국내경제의 부문 간 성장불균형은 경제 전체적 피해로 확대될 수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말 발표한 ‘코로나19 위기 이후의 성장불균형 평가’ 보고서는 “코로나19로 성장불균형이 심화됨에 따라 경기 회복도 지연될 것으로 보인다. 취약계층 부진이 크게 개선되지 않으면 경제 전체의 성장세 회복이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라며 “차별화된 고용 충격으로 인해 고용회복이 더디게 나타나는 ‘고용 없는 경기회복’이 현실화될 수 있다”고 밝혔다. 한은은 소비성향이 높은 저소득층의 피해가 크게 나타나면서 소비회복도 상당기간 제약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이번 위기 상황과 맞물려 디지털 수요가 늘어 플랫폼 산업의 성장세가 확대되면서 기술 변화에 적응력이 높은 거대 기술기업은 호황을 누리고 승자독식 효과도 커질 수 있다"며 "이 과정에서 관련 일자리가 창출될 수는 있으나 그 이면에 노동-기술 미스매치, 부문간 노동이동성 저하 등 부작용이 동반되며 새롭게 도래할 경제체제에서 소외된 부문과 계층이 다수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중소기업으로 집중된 타격이 고용 충격으로 이어지는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중소기업에 대한 정부 지원 강화와 공정경제 필요성 등이 제기됐다.

노용진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중소기업의 고용을 지키기 위해서는 고용유지지원금과 청년내일채움공제 등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며 “중소기업이 기존 고용을 지키도록 하기 위해서는 어려운 업종과 기업을 중심으로 고용유지지원금을 작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하거나 필요한 경우 더 늘려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곧 졸업자들이 나온다. 이들을 위해 정부는 중소기업 중심으로 청년내일채움공제 지원금을 확대해 중소기업이 채용에 나설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며 “특히 핵심 인력은 청년내일채움공제 지원 기간을 기존 2년형에서 4~5년형으로 늘려 더 장기간 재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통해 중소기업의 핵심 인력 부족을 해결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올해 고용유지지원금 예산은 78만명분인 1조3728억원으로 이는 작년 4차례 추경 기준 고용유지지원금 예산 2조1632억원(137만명 대상)의 63% 수준에 불과하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전속거래 방지 및 부당한 납품단가 인하 금지 등 공정경제 실현 필요성도 제기됐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해 3월 발표한 ‘2020년 중소제조업 납품단가 반영 실태조사’에 따르면 대기업과 원하청 구조에 있는 중소기업 7곳 중 1곳은 부당하게 납품단가 인하를 강요받았다. 또한 2018년 7월 시행된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에는 ‘하도급 업체에 대한 전속거래 강요 금지’가 명시돼있으나 현장에서는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

김 소장은 “원하청 간 부당한 납품단가 인하 방지 등 공정경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 교수는 “원하청 간 거래에서 부당한 납품단가 인하는 주로 전속거래 상황에서 일어난다”며 “전속거래를 막기 위해서는 정부가 중소기업의 영업 능력과 제품 개발 능력을 지원해 납품처와 상품 다변화를 이룰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동시에 대기업이 전속거래를 강요하지 못하도록 사회적 책임을 강화시켜야 한다”고 했다.

중소기업 활성화 차원에서 이익공유제 필요성도 제기됐다. 김 소장은 “원하청 간 협력이익공유제 등 초과 수익의 일정부분을 공유하면 중소기업이 고용을 늘릴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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