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박용진·양향자, 금융위원회에 공매도 금지 연장 요청
"증시과열로 공매도 재개 불가피" vs "기울어진 운동장 구도 여전"
금융위원회 공매도 재개 입장 확고···재보선 앞두고 정치 이슈되나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이승용 기자] 오는 3월 공매도 재개를 앞두고 금융위원회가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공매도 금지연장 요청을 사실상 거절하면서 동학개미들이 금융위원회를 집중 성토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최근 증시가 3000선을 넘는 등 급격히 과열되고 있기에 공매도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금융위원회가 공정한 공매도 시스템을 갖추겠다고 공언한 것을 지키지 못한 채 일단 공매도를 허용하려고 한다는 비판도 그치지 않고 있다.

금융위원회와 여권 인사들이 공매도 금지 연장을 놓고 대립각을 보이자 일각에서는 지난해 8월 공매도 금지 조치를 6개월 연장했을 당시처럼 정치적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 공매도 재개 논란, 정치의 영역으로

12일 정치권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소속 박용진 국회의원과 삼성전자 임원출신인 양향자 최고위원이 공매도 금지 조치 연장을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

박용진 의원은 최근 증권사들이 한국거래소 시장조성자 제도를 이용한 불법공매도를 저질러왔다고 주장하며 금융위원회의 엄정한 처벌과 함께 3월16일로 예정된 공매도 재개 방침을 재검토할 것을 요청했다.

박 의원은 이날도 자신의 SNS를 통해 “불공정과 제도적 부실함을 바로잡지 못한 채로 공매도를 재개하는 것은 금융당국의 책임을 방기하는 것”이라며 “제도적 구멍 있는 공매도 재개 강행 신중하길 재차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박의원과 함께 더불어민주당 소속 양향자 최고위원도 최고위원회 공개발언을 통해 금융위원회가 공매도 재개 결정을 재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늦어도 1월 중으로는 답을 내려 시장이 대비할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해야 한다”고 금융위원회를 압박했다.

당초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3월16일 코로나19 사태로 국내 증시가 폭락하자 증시안정화 차원에서 6개월 동안 모든 종목에 대한 공매도를 금지했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가 쉽사리 진정되지 않자 지난해 8월 공매도 금지조치를 연장해야 한다는 주장이 여권 유력 인사들을 통해 제기됐고 결국 올해 3월 15일까지로 공매도 재개 시점이 연기됐다.

현재 금융위원회는 국내 증시에 공매도가 필요하다는 입장이 확고하다. 금융위원회는 전날 “현재 시행 중인 코로나19로 인한 한시적 공매도 금지는 3월15일 종료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금융위원회가 공매도 재개 의지를 밝히자 개인투자자들은 금융위원회를 성토하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은 그동안 공매도가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비판해왔다. 현행 국내 공매도 시스템은 개인투자자들의 거래비율이 1%에 그치는 등 사실상 기관투자가나 외국인투자자들의 전유물이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주식을 빌리지도 않고 일단 주식을 먼저 파는 ‘무차입공매도’는 엄연히 불법임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 횡행했고 처벌수위도 벌금이 전부였다.

일각에서는 여권 의원들이 공매도 금지 연장을 주장하고 나온 것과 관련해 4월 재보선 선거를 연관지어 보기도 한다. 동학개미운동으로 주식거래에 참여하는 유권자들이 크게 늘어난 상황에서 표심을 의식한 행동이라는 것이다.

◇ “증시 과열 진정” vs “기울어진 운동장”

그동안 공매도 금지 주장의 핵심 근거는 하락장에서 과도한 낙폭을 완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증시가 3000선을 넘어서면서 증시 불안을 공매도 금지의 근거로 제시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원은 “지금 코스피는 단기과열 상태”라며 “당장 공매도를 재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금융위원회가 공매도 재개 예고와 함께 약속한 ‘공정한’ 공매도 시스템 도입이 사실상 무산됐기에 공매도 금지 시한을 추가로 연장해야 한다고 반론도 적지 않다.

개인투자자들이 현행 공매도가 불공정하다고 느끼는 핵심 이유 가운데 하나는 외국계 증권사를 중심으로 무차입 공매도가 횡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차입 공매도는 주식을 빌리지도 않은 채 주식 매도주문을 먼저 내고 이후에 주식을 사서 갚는 방식의 공매도로 미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나라에서 불법이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해 11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연말까지 무차입 공매도를 차단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후 금융위원회는 무차입공매도에 대한 실시간 감시시스템이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결과적으로 금융위원회가 국민들을 상대로 지키지도 못할 약속을 한 셈이기에 비판의 소지가 다분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공매도 재개 논란이 경제 이슈가 아니라 정치 이슈가 되어버렸기 때문에 정치적 프로세스를 통해 처리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앞서 지난해 8월 공매도 금지조치 연장이 결정됐을 당시에도 이재명 경기도지사 등이 금융위원회가 공매도 금지조치를 최소 6개월 이상 연장해야 한다고 적극 주장했다. 여론이 거세지자 결국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지금의 여러 경제상황을 봐서는 공매도 금지조치를 조금 연장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의견을 밝혔고 이후 금융위원회는 공매도 금지 연장을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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