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조사처 '이동통신 주파수 할당의 이슈 현황과 과제' 보고서 발간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해 11월 17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 컨퍼런스룸에서 ‘이동통신 주파수 재할당 세부정책방안 공개 설명회’를 열고 주파수 재할당 방안을 발표했다 / 사진 = 김용수 기자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해 11월 17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 컨퍼런스룸에서 ‘이동통신 주파수 재할당 세부정책방안 공개 설명회’를 열고 주파수 재할당 방안을 발표했다 / 사진 = 김용수 기자

[시사저널e=김용수 기자] “주파수가 공정하고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되고 있는지, 정부가 공적 자원의 가치를 왜곡시키는 정책을 취하고 있는지 국민이 확인할 수 있도록 대가 산정 근거를 공개할 필요가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최근 이 같은 주장이 담긴 ‘이동통신 주파수 할당의 이슈 현황과 과제’ 보고서를 냈다. 입법조사처는 지난해 정부와 통신 3사 간 발생한 갈등에 대해 ▲재할당 대가에 대한 낮은 예측 가능성 ▲대가 산정 판단 근거 불투명 ▲할당 조건의 세분화 미흡 등을 문제로 지적했다.

현행 전파법에 따르면 주파수 할당 대가는 주파수를 할당받아 경영하는 사업에서 예상되는 매출액, 할당대상 주파수 및 대역폭 등 주파수의 경제적 가치를 고려해 산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예상매출액과 실제매출액을 기준으로 하는 정부산정대가할당과 다르게 재할당은 시행령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사항을 고려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에 대해 입법조사처는 “이용자에게 연속성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재할당 취지상 정부산정대가할당보다 정부의 재량이 축소될 필요가 있다고 볼 수 있다”며 “그러나 현재는 재할당 대가에 대한 정부 재량의 범위가 더 넓은 상태다. 판단요소가 다양할 뿐만 아니라 구체적인 기준이 제시돼 있지 않기 때문에 사업자의 예측 가능성을 해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이유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가 LTE 주파수 재할당 옵션 조건으로 약 2년간 무선국 15만국을 설정한 점이 재량의 범위 내에 있는지, 5G 주파수 할당 조건과 중복 계상되는지 등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입법조사처는 과기정통부가 지난해 11월 17일 발표한 이동통신 주파수 세부 정책방안(안)도 기존 경매 가격을 참조하고 5G 환경을 고려하겠다는 정책 방향을 밝혔을 뿐, 구체적인 할당 가격 산정 근거는 제시하고 있지 않다는 점도 지적했다.

아울러 입법조사처는 정부가 설정한 투자 옵션은 전국에 구축되는 무선국 개수를 기준으로 하고 있어, 지역별 커버율, 속도 등과 같은 구체적인 조건 없이 전국 단위의 개수만 기준으로 두는 경우 지역 간 기지국 환경 차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5G 주파수 할당 당시에도 무선국 구축 수로만 의무를 부여하다 보니 기지국이 서울·수도권에 집중되는 문제가 발생했다.

반면, 독일, 일본 등은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기 위해 주파수 할당 시 보다 상세한 조건을 부과하고 있다. 독일은 5G 주파수 경매 당시 2022년까지 ▲98% 가구의 최소 100Mbps 보장 ▲모든 고속도로 및 주요 연방 도로에서 최대 전송 속도 100Mbps 이상 및 최소 지연시간 10ms 미만 충족 ▲연방 정부가 요청하는 시골지역(white spot)에 5G 기지국 500개소 구축 등 구체적인 조건을 명시했다. 일본도 주파수 할당을 받은 이동통신사에게 전역을 4500구역으로 나눠 5년 이내에 50% 이상의 서비스 커버율을 달성하도록 의무를 부과했다.

입법조사처는 현재 부처의 판단에 따라 주파수 할당 대가가 수조 원 범위에서 변동될 수 있는 만큼, 법에서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산정 기준을 정하고 시행령에 위임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재할당의 경우, 기존 사업자와 이용자를 위한 지속적인 사업을 목적으로 하는 취지에 부합하도록 대가 산정 기준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또 주파수라는 공적 자원이 제공되는 방식과 내용은 국민 전체의 삶에 밀접하게 연관된다고 말했다. 주파수 할당 대가가 간적적으로 통신 요금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주파수도 국가가 소유하는 자원이라고 본다면 국유재산법에서 관리하는 국유재산과 같이 대가 산정 기준을 사전에 명확히 제시하거나, 사후에 판단 근거를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전국 기지국 개수를 기준으로 하는 주파수 할당 조건에서 벗어나 지역별 커버리지와 속도 등 세부적이고 구체적인 조건을 부여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자료 =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및 국회입법조사처
5G 무선국 투자옵션에 따른 재할당 대가(확정) / 자료 =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편, 과기정통부와 이통 3사는 올해 사용 기한이 끝나는 2G, 3G 및 LTE 주파수의 재할당 대가를 놓고 갈등을 빚어왔다. 과기정통부는 과거 경매가를 반영해 최대 4조4000억원에 이르는 경매참조가격을 설정하고 2022년 말 기준 5G 무선국 구축 수에 따라 단계별로 조정하되 15만국 이상이면 약 3조2000억원으로 맞춰주는 안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이통 3사는 “재할당 대가를 경매 참조 가격이 아닌 예상매출액의 3%를 기준으로 계산하면 약 1조6000억원에 그친다”며 “법적 근거 없이 LTE 주파수 재할당에 5G 무선국 투자 옵션을 연계하는 것은 부당결부금지 원칙에 위반된다”고 반박했다. 또한 2022년까지 15만국 구축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펼쳤다.

이후 정부는 지난해 11월 30일 5G 무선국 투자 옵션을 15만국에서 12만국으로 내리고 할당 대가를 다소 낮추는 방안을 최종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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