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광석 톤당 170달러 육박···2011년 2월 역대최고치 191달러 경신 유력
적자우려 철강사 배수의 진···시기상조론 내세운 조선업계 “소폭상승 가능성도”

/그래픽=시사저널e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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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e=김도현 기자] 유례없는 철광석 가격 폭등으로 철강업계가 제품가격 인상카드를 꺼내들었다. 해묵은 조선업계와의 납품가격 줄다리기가 재현될 조짐이다.

완성차업계는 일정부분 수용했지만 조선업계가 난감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진다. 업황 회복이 아직 온전치 않다는 ‘시기상조론’을 꺼내들었다. 벼랑 끝에 내몰린 철강업계도 가격인상에 사활을 걸겠단 입장이어서 후판가격을 둘러싼 양 업계의 첨예한 대립이 예상된다.

8일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철광석 가격은 현재 톤당 170달러에 육박했다. 지난해 2월 80달러 선에 거래됐던 것을 감안하면 1년 새 2배 이상 폭등했다. 2011년 2월 기록한 역대 최고가인 191.70달러를 넘어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특히 이번 가격인상이 당분간 지속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철강업계가 제품가격 인상을 고수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철광석 가격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여파로 값이 올랐다. 상반기에는 브라질에서 대규모 감염사태가 빚어지면서 채굴량이 급감했고, 하반기에는 중국 정부가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대규모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를 계획함에 따라 수요폭등으로 폭등했다. 중국은 주요 철광석 생산지인 호주와 무역전쟁을 치르고 있어 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중국 내에서 철강 감산 움직임이 감지됨에 따라 철광석 가격 역시 진정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되는 것이 사실이다. 다만 코로나19 백신접종이 속속 전개됨에 따라 침체된 경기를 부흥시키기 위한 북미·유럽 및 개발도상국의 SOC 투자가 확대될 것이란 예상도 제기되면서 철광석 가격의 안정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견해다.

지난해 철강업계는 코로나19로 완성차·조선·건설·가전 등 전방산업 약화에 따른 매출감소를 맛봤다. 특히 고로(용광로)를 운영하는 업체들의 타격이 컸다. 고로를 운영하게 될 경우 제품생산량 조절은 가능하지만 가동을 중단할 순 없다. 자연히 지속적인 판매가 사업 유지의 필수적인 요소로 꼽히는데, 판매량이 줄어들면서 재고량 조절에 애를 먹을 수밖에 없었다.

철광석 가격까지 상승하면서 철강업계 부담도 배가 됐다. 실익률이 대거 후퇴했다. 업계 1위 포스코는 작년 2분기 사상 초유의 분기적자를 기록했으며, 현대제철은 3위 동국제강보다 낮은 영업이익을 달성하는 데 그쳤다. 이에 속속 제품가격 인상에 나서게 됐다. 현대제철은 4년 만에 모기업인 현대자동차와 강판가격 인상에 합의하는 등 순조로울 것으로 점쳐지기도 했다.

반면 조선업계는 난색을 표했다. 조선·철강업계는 매년 두 차례 가격협상을 치른다. 협상은 개별 기업 간 이뤄진다. CEO 직속의 별도 기구에서 이뤄지는 탓에 협상 내용은 회사 내부에서도 극소수만이 공유한다. 업계의 전언을 종합하면, 최근 철강업계는 톤당 5만원 안팎의 인상을 요구했지만 조선사들이 수용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진다.

사실 가격협상에서 두 업계가 진통을 겪은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고객사인 조선사 입장이 주로 반영된다. 조선업 침체 당시 철강업계는 상당기간 후판 납품가격을 동결했다. 협력업계의 고충을 나누자는 취지였다. 조선업계가 일정수준 이상의 수주회복을 보임에 따라 철강업계는 그간 유예해 온 납품가 인상을 요구했다. 조선업계는 매번 난색을 표하며 조선경기 회복이 온전치 못하다며 시기상조론을 내세웠다.

이번 협상에서도 마찬가지다. 다만 이번의 경우 철강사들 역시 가격 인상을 관철시키겠다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한 철강사 관계자는 “현행 납품가격도 시장상황에 비해 낮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면서 “철강사들이 조선업계를 위해 상당기간 양보해 온 것처럼 이번 가격인상 만큼은 조선업계가 용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난색을 표하는 데도 이유는 있었다. 작년 하반기부터 연이어 대형수주계약을 체결했지만, 입찰 과정에서 현행 강판가격을 기준으로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이다. 이미 체결한 계약을 이행해야 하는 조선업계 입장에서 후판가격 상승은 본인들이 예상한 수익률 감소를 뜻한다. 기술경쟁력뿐 아니라 가격경쟁력을 전면에 내세운 상황이다.

한 조선업체 관계자는 “후판가격 인상 필요성에 대해서 공감하는 분위기도 있다”면서 “조선사의 마진율 역시 높이 않아 철강업계가 요구하는 인상안에 대해 부담스러워 하는 모습”이라 귀띔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협상을 거쳐 소폭의 가격인상은 이뤄질 것”이라면서 “다만, 철강업계가 제시한 금액보다 낮은 수준일 것”이라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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