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 재난지원금 자영업자 자가·임차 구분 없고, 특고 등 일회성 지원
현장, 실효성·형평성 문제 제기
“한 달 임대료도 안 돼···코로나 지속되는 데 추후에는 어찌하나”

29일 서울 중구 명동 거리. / 사진=연합뉴스
29일 서울 중구 명동 거리.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이준영 기자]

# “헬스장은 집합금지 업종이어서 문을 열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보상하기로 한 300만원은 한 달 임대료 400만원에도 미치지 못한다. 임대료는 매달 꼬박 나가고 직원 인건비 등도 나간다. 코로나19는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일회성 지원은 한계가 있다. 지속적인 지원책이 필요하다.”(서울 지역 A 헬스장 관계자 김아무개씨 )

# “경기도에서 학습지 교사를 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수업이 40% 이상 줄어 힘든 상황이다. 학습지 교사들은 기본급이 없이 수업당 수수료를 받아 더욱 어려운 상황이다. 특고인 학습지 교사는 고용보험 사각지대에 있어 실업급여도 없다. 정부가 3차 재난지원금으로 지급하는 일회성인 50만~100만원으로는 부족하다. 코로나19 기간 소득이 감소한 부분을 지속적으로 지원하는 근본 대책이 있어야 한다.” (학습지 교사 조아무개씨)

현장의 자영업자들과 특수고용노동자들은 정부의 3차 재난지원금이 코로나19에 따른 생계 곤란에 대응하기에 너무나 부족한 수준이라고 29일 밝혔다. 코로나19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정부의 일회성 지원은 한 달을 버티기도 어려운 수준이라며 근본적이고 지속적인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날 정부는 코로나19 3차 확산으로 피해를 입은 자영업자와 특고 및 프리랜서 등 고용취약계층 보상·지원을 위한 맞춤형 피해지원 대책을 밝혔다. 580만명에게 9조3000억원의 자금을 지급하는 대책이다.

이번 대책에 따르면 정부는 사회적 거리두기 격상으로 영업 제한 등의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 280만명에게 ‘소상공인 버팀목 자금’을 지급한다.

자료=기재부
자료=기재부

매출이 감소한 연매출 4억원 이하 일반업종 소상공인에 100만원, 집합제한 업종에 200만원, 집합금지 업종에 300만원을 보상한다. 2차 재난지원금과 비교해 집합금지·제한 업종은 50만~100만원을 더 지급한다. 임대료 등 고정비용을 지원한다는 목적이다.

그러나 최대 300만원인 소상공인 버팀목 자금에 대해 현장의 자영업자들은 실효성과 형평성에 문제를 제기했다.

하필수 서울시노래연습장업협회 회장은 “서울지역 평균 임대료가 500만원 정도다. 이번 지원으로 다소 도움은 되겠지만 사실 한달 임대료에도 미치지 못하는 금액이다”며 “코로나19가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임대료는 매달 내야한다. 정부가 이번에 임차료 대출 프로그램을 내놨지만 코로나로 인해 이미 빚이 있는 노래방 사장들은 새 대출도 힘들다”고 말했다.

앞서 서울 A 헬스장 김씨는 “자가와 임차인, 매출 구분 없이 일률적으로 지급하는 것도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고 했다.

특고와 프리랜서 노동자들도 이번 대책의 일회성 지원에 따른 한계를 토로했다. 정부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소득이 감소한 특고·프리랜서 70만명에게 긴급고용안정지원금을 지급한다. 기존 수급자는 50만원, 신규 대상자는 100만원을 지원한다.

김주환 전국대리운전노조 위원장은 “대리운전 기사들은 코로나19로 한달 수입이 200만원대에서 100만원 수준으로 줄었는데 한 차례 50만원 지원은 정말 부족하다. 최소한 생존이 가능한 수준의 지원이 필요하다”며 “일부 기사들은 코로나19 1차 확산기 때는 카드로 돌려막으며 생활했지만 10개월 넘게 코로나가 이어지면서 지금은 카드 돌려막기도 한계에 달했다. 코로나는 계속되는 데 추후에는 어찌할지에 대한 정부 대책도 없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정부는 현장과 소통 없이 일방적으로 지원 대책을 결정했다”며 “코로나19 위기 기간에는 특고와 프리랜서 등 고용 취약계층에게 코로나로 소득이 감소한 일정 부분을 지속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편 정부는 이번 대책으로 기존 지원 프로그램에서 제외됐던 방문·돌봄서비스 종사자 9만명과 법인택시기사 8만명에게 50만원씩 지원한다.

영세사업장·자영업자 등 신청 시 내년 1월부터 3월까지 고용·산재보험료를 3개월 납부유예한다. 국민연금보험료도 3개월간 납부예외 허용을 확대한다. 소상공인은 내년 1월~3월분 전기·가스요금 납부기한을 3개월 유예하고 내년 9월까지 분할납부를 허용한다.

종합소득금액 1억원 이하인 ‘착한임대인’에 대한 세액공제율을 50%에서 70%로 높인다. 소상공인 임차료 대출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올해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세계 각국이 막대한 재정을 쏟아붓는 가운데 한국의 재정적자는 선진국 중 최소 수준이었다. 지난 20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경제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올해 일반재정수지 적자 규모는 국내총생산(GDP)의 4.2%다. 이는 42개 주요국 중 4번째로 작다.

최근 IMF는 올해 코로나19에 대응한 선진국의 재정부양책 규모를 GDP의 9.3%로 추정했다. 이에 선진국의 재정수지 적자는 작년 GDP의 3.3%에서 올해 14.4%로 오르고, 정부부채는 작년 GDP의 105.3%에서 올해 125.5%로 늘어난다. 한국의 올해 코로나19 대응 재정부양책 규모는 GDP의 3.5%로 20개 선진국 중 3번째로 작다. OECD가 추산한 올해 한국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43.9%로 32개 선진국 중 8번째로 작다.

IMF는 세계 선진국 및 신흥국이 GDP의 1%의 공공투자를 늘리면 GDP 2.7% 성장과 민간투자 10% 증가를 일으켜 2000만~330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날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이번 대책 수준과 관련해 "소상공인 버팀목 대출 하나만 하더라도 지난번에 소상공인 새희망자금 규모가 예산상 3조원 남짓이었다. 오늘 발표한 버팀목 지원이 4조1000억원이기 때문에 지난번에 드렸던 새희망자금보다도 월등히 더 규모를 초과해서 드리는 규모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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